그림 읽는 밤 - 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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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한꺼번에 몰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난 날이었다.
빼곡한 글을 더 읽기엔 마음이 먼저 지치는 것 같아, 조금 가볍게 숨을 고를 수 있는 책을 찾다가 『그림 읽는 밤』을 골랐다.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손이 갔다. 예쁜데, 그 예쁨이 과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이었다.

책을 펼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그림은 칼 라르손의 〈부엌, 집으로부터〉였다.
부엌 한가운데 서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시선을 붙잡는다. 언니가 동생을 챙기는 듯한 아주 짧은 순간을 담은 그림인데, 그 찰나 안에 집이라는 공간의 공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냄비가 놓인 가스레인지, 창문으로 스며드는 바람, 슬쩍 밖으로 나가려는 고양이까지. 그림 속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마도 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대부분이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 등장하는 시네이 메르세 팔의 열기구 그림은 분위기를 바꾼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열기구 위의 인물. 목적지에 닿지 않은 채 떠 있는 모습은 불안함을 품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행해 보이지도 않는다. 열기구 밖으로 몸을 내밀어 주변을 바라보는 모습 때문일까.
이 그림은 목적지를 보여 주기보다, 흘러가는 시간에 머무르게 한다. 앞날이 분명하지 않아도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는 걸, 말없이 전해 주는 그림처럼 느껴졌다.

에바 곤잘레스의 〈침실에서〉는 아주 고요하다.
매일 같은 침실, 같은 커튼. 하지만 오늘의 빛은 어제와 다르다. 우리는 늘 비슷한 하루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를 지나고 있다는 걸 이 그림은 부드럽게 알려 준다.
그리고 ‘시작’은 거창한 결심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순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데서도 충분히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언덕을 달려 내려오는 베렌스키올드의 그림을 보며 문득 웃음이 났다.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왜 달리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미래로 준비된 존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언젠가 우리도 저런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멈춰 서게 된 이유는 그림뿐만 아니라, 그 옆에 적힌 짧은 문장들 때문이기도 하다.
아포리즘처럼 놓인 문장들은 그림의 여운을 길게 끌고 간다. 어떤 문장은 밑줄을 긋게 만들고, 어떤 문장은 그대로 옮겨 적고 싶어진다.
페이지 아래 남겨진 빈 줄을 보며, 이 책이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사람의 생각도 이 책 안에 남겨도 괜찮다고, 조용히 허락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책이 익숙한 이름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란츠 폰 슈투크, 니콜라에 토니차, 요제프 리플 로나이, 레옹 스필리에르트, 스탠리 스펜서, 장 조프루아, 앙리 루소, 피에르 보나르,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오딜롱 르동, 니콜라 드 스탈, 파울 클레, 맥스필드 패리시 등.
각기 다른 나라와 삶을 살아온 화가들의 그림이 이 한 권 안에 담겨 있다.
자주 접하지 못했던 그림과 여운을 남기는 글들은 자연스럽게 생각이 머무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화가들의 삶과 그림을 함께 읽다 보면, 막연하게 느껴지던 그림이 어느 순간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다가온다. 어렵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림 읽는 밤』을 읽고 나니 이미 지나온 하루를 조금 더 잘 바라보고 싶어졌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일보다, 있었던 것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도, 내용도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오래 두고, 밤마다 조금씩 꺼내 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청림라이프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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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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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권을 읽는 동안,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보다

이미 일어난 일들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계속 보는 느낌이었다.

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지만, 그 사건들은 늘 조용히 처리된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남는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애도할 시간도 없이 다시 살아가야 한다.


가장 먼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건 환이의 죽음이다.

강쇠는 환이를 떠올리며 “성님답게 죽은 기라”고 말한다.

울먹이면서도 그 말이 나오는 걸 보면,

환이는 끝까지 자기 길을 바꾸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듯하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이어지는 강쇠의 독백은 더 씁쓸하다.

이제 남은 건 늙은 혜관과 관수뿐이고,

“우리 당대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일 기다”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 장면을 읽으며, ‘옳게 살았다’는 말과 ‘이룬 것이 있다’는 말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이는 자신의 기준을 끝까지 지켰지만,

그 기준이 세상을 바꾸거나 삶을 편안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분명히 남는다.


환이 이후로 대비되듯 등장하는 인물이 지삼만이다.

지삼만은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청일교의 교주가 되고, 주색에 빠지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말과 행동으로 스스로를 꾸민다.

그 모습은 처음부터 악하다기보다,

갈 곳을 잃은 사람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환이와 지삼만을 함께 떠올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둘 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막막함 앞에 서 있었다.

다만 환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선이 있었고,

지삼만은 살아남기 위해 그 선을 하나씩 내려놓았다는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한 사람은 죽은 뒤에도 ‘그 사람다움’이 남고,

다른 한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점점 자기 모습을 잃어간다.


12권에서 가장 아프게 남는 사건은 역시 봉순(기화)의 죽음이다.

기화는 상현을 사랑했고 그의 아이까지 낳았지만, 그 사랑은 함께 살아가는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만 품은 채 기화는 조용히 스스로 생을 끊는다. 이 소식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전해 들은 말로, 이미 지나간 일처럼 처리된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잔인하고 슬프게 느껴진다.


기화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드는 생각은 이랬다.

이 소설에서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사랑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사랑이 있어도 그걸 지켜 낼 방법이 없어서라는 점이다.

기화는 사랑을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없었다.

가난, 신분, 소문, 책임 같은 것들이 앞을 막았고 그 사이에서 기화는 점점 혼자 감당하게 됐다.

그래서 기화의 죽음은 한 사람의 슬픈 결말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가 누군가에게는 사랑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걸 보여 주는 장면으로 남는다.


기화의 죽음 뒤에 남은 사람은 상현이다.

그는 늘 한 박자 늦다.

기화가 살아 있을 때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고 죽은 뒤에야 사랑을 자각한다.

아이에게 원고료를 남기는 선택은 옳아 보이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뒤다.

상현을 보며 악한 선택보다 더 무서운 건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 태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을 미루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그 사이 누군가의 인생은 이미 크게 달라져 버린다.


그 와중에 서희는 묵묵히 남아 있다.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집안을 지키고 기화의 아이 양현이를 거둔다.

크게 슬퍼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모습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희는 감정보다 책임을 앞세운 사람으로 보인다.

서희를 보며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느끼지 않는 일이 아니라, 느끼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희의 강함은 버티는 힘에 가깝다.


그리고 용이의 죽음.

그의 삶에 비해 마지막은 조용하다.

파란만장했지만 죽음은 담담하게 받아들여진다.

이 장면을 지나며 1세대 인물들이 조금씩 이야기의 중심에서 물러난다는 느낌이 든다.


용이의 죽음을 보며 ‘잘 살았다’는 말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말인지 자꾸 생각하게 됐다.

큰 업적도, 뚜렷한 결론도 없지만 그는 분명히 자기 몫의 시간을 살아냈다.

어쩌면 어떤 인생은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를 따지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시간을 살아냈는지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지도 모르겠다.


12권의 끝에서 윤국은 광주학생사건을 이야기하며, 더 이상 어미 품에 머무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시대를 바라보기 시작한 세대로 등장한다. 그 장면은 “새로운 사건”이라기보다, 환이의 죽음과 지삼만의 파멸, 기화의 죽음, 서희가 버텨 온 삶처럼 부모 세대가 끝내 풀지 못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다음 세대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보여 준다.

그래서 12권은 결말을 내리는 권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질문과 시대의 무게를 윤국 세대에게 조용히 건네며 다음 권으로 이어지게 하는 전환점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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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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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늘 비슷한 말들이 반복된다.

GTX, 지하화, 신공항, 공공기관 이전 같은 단어들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속으로 “이번에도 결국 말로 끝나겠지” 하고 넘기게 된다.

『한국 도시 2026』은 그런 익숙한 피로감부터 정면으로 다룬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공약들 가운데 예산과 공정, 안전과 민원, 지자체 갈등 같은 현실의 벽을 넘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계획은 무엇인지, 반대로 말만 요란한 채 일정만 미뤄질 가능성이 큰 약속은 무엇인지를 가려 보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초반부에서는 ‘어디가 뜬다’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 일정(대선·지방선거), 인구와 산업의 흐름, 교통 인프라의 시간표를 차례로 짚으며 도시를 판단할 기준점을 잡게 해준다.

저자는 2024년 초 『한국 도시의 미래』를 낸 이후에도 세상이 너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국제 정세가 흔들리고, 한국 정치 일정이 급격히 재편되면서 도시의 전망은 부동산 표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섣부르게 부동산 예측을 앞세우지 않는다.

국제 질서의 변화와 국내 정치 이벤트가 산업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그 산업이 어디에 모이고 빠지며, 그 결과 인구와 교통이 어떤 방향으로 쏠리는지부터 차근차근 정리한다.

도시를 볼 때 먼저 봐야 할 건 어느 동네가 뜨냐가 아니라, 트럼프 2기 같은 국제 정세의 변화나 계엄·탄핵·조기 대선 같은 국내 정치 이벤트처럼, 도시의 산업·인구·교통을 한꺼번에 흔들어 놓는 큰 흐름이다.

이 흐름을 설명하면서 책은 방위산업과 동남권 메가시티를 예로 든다.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 소식이 돌자 언론이 전쟁이 곧 끝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고, 그 분위기에 주식시장에서 방산주가 흔들렸던 장면을 끌어온다. 하지만 저자는 국제 정세를 조금이라도 읽는 사람이라면, 그런 회담 한 번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리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순간은 주식을 팔 타이밍이 아니라 살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실제로 전쟁과 시장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정리한다.

이렇게 보면 동남권의 체력도 다르게 보인다. 방위산업이 모여 있는 동남권은 누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하루아침에 흔들리는 곳이 아니라, 국제 정세가 요동칠수록 오히려 산업 벨트로서 견실하게 버틸 가능성이 큰 권역이라는 것이다. 뉴스의 소음이 커질수록, 도시의 체력은 말이 아니라 산업의 자리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 대목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 준다.

국내 정치로 시선을 돌리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개발 공약의 패턴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을 거치며 김포·고양의 서울 편입, GTX·CTX 전국 확장, 철도·도로 지하화 같은 말이 쏟아졌지만, 선거가 끝나자 현실의 속도는 달랐다는 점을 짚는다.

착공이 늦어지고, 개통은 밀리고, 예산과 공사비, 민원과 안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단순하다. 인프라는 누군가 하면 된다!는 의지를 외친다고 갑자기 앞당겨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적 조건이 바뀌고, 공공 공사비는 경직되고, 정치·행정권은 득실을 따져 내용을 바꾸려 한다. 그러니 초기 시간표를 절대적인 약속으로 믿고 인생 계획을 세우면 위험하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덕도 신공항 이야기는 그 ‘시간표의 함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준다.

공사 기간을 둘러싼 갈등, 안전 문제를 들어 사업에서 이탈한 시공사, 그리고 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의 계산이 한 줄로 연결된다. 책은 과거의 속도전이 어떤 희생을 낳았는지까지 끌어오며 대형 인프라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신공항 하나의 논쟁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개발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밀어붙이는지까지 드러낸다.

교통망 지하화와 광역철도 논의 역시 같은 톤으로 이어진다. 교통이 부족한 지역의 확충은 평등권과 생활권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이미 교통이 충분한 대도시에서 거액의 예산을 들여 지하화를 요구하는 건 논리와 재정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지하화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는 이유도 결국 그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거창한 약속을 듣기 전에, 몇 년 전 던져진 공약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먼저 보라고 권한다. 그 되돌아봄이 2026년 지방선거 공약을 해석하는 가장 좋은 예습이라는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각자도생’이라는 표현을 쓴 부분이 보인다.

이 말의 구체적인 뜻은 “이제는 누가 대신 지켜주지 못하니, 각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에 가깝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우주 개발 100조, AI 100조·200조, 철도에 몇 조 같은 말을 쉽게 꺼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건설업계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집 짓는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도로·철도 같은 인프라 공사도 당연히 여유 있게 굴러가기 어렵다.

저자는 그래서 싱크홀이나 지반침하, 부실공사 같은 사건이 잇따르는 현실을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비용은 오르는데 공공 공사비는 경직돼 있고, 공사를 밀어붙이면 안전 문제가 커지고, 다시 멈춰 서며 일정이 늘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공약과 광고가 더 장밋빛으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조 단위를 말하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 말을 호재처럼 홍보한다. 하지만 실제 진척이 없는 공약도 많고, 결국 믿고 움직인 사람만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책은 한국은 각자도생의 사회라는 말을 꺼내며, 달콤한 말에 기대기보다 시민 스스로 공약과 광고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자체 간 갈등은 국가 사업이 표류하는 또 다른 이유로 등장한다. 수도권 메가시티 논란이 흐지부지된 배경, 김포와 인천의 교통망 갈등, 경기북도 분도 논란처럼 지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 “국가가 큰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 얼마나 쉽게 힘을 잃는지 보여 준다.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군공항 이전, 우주 산업 거점 선정 같은 사안들이 선거 일정과 결합해 흔들리는 모습은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장면이라고 말한다.

세종을 둘러싼 논의는 이 초반부의 모든 요소가 한데 모이는 지점이다. KTX 세종역, 대통령실 이전, 행정수도 완성 논의는 교통·정치·인구가 동시에 얽힌 문제이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정치적으로도 가능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시킨다. 한 지역의 편의가 다른 지역의 손해로 인식되는 순간 사업은 멈춰 서기 쉽고, 그래서 세종은 늘 기대와 회의 사이에서 “정치 테마”가 되기 쉽다는 현실까지 짚는다.

이렇게 1부에서 전국 공통의 변수를 정리한 뒤 2부로 넘어가면, 한국을 3대 메가시티와 6대 소권으로 나눠 살핀다. 대서울권·동남권·중부권, 그리고 대구·구미·김천, 동부 내륙, 동해안, 전북 서부, 전남 서부, 제주의 아홉 권역에서 2026년에 주목해야 할 지점을 점검하는 구성이다. 이때 기준은 단순한 ‘호재’가 아니라 산업의 체력, 교통의 현실성, 인구가 움직이는 방향이다.

결국 『한국 도시 2026』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시는 공약처럼 움직이지 않고, 뉴스의 속도보다 훨씬 느린 ‘조건’ 위에서 바뀐다는 점이다. 국제 정세, 선거 일정, 산업의 자리, 인구 이동, 공사비와 안전, 지자체 갈등 같은 요소가 맞물리지 않으면 그럴듯한 약속도 쉽게 현실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어디가 뜬다’는 결론을 먼저 던지지 않는다. 대신 무엇이 실제로 굴러갈 수 있는 계획인지, 무엇이 말만 크고 계속 미뤄질 가능성이 큰지 가려내는 기준을 정리한다.

요란한 말과 자극적인 전망을 좇다 보면 남는 건 피로감이지만, 조건과 구조를 먼저 살피기 시작하면 도시의 방향은 훨씬 또렷해진다. 『한국 도시 2026』은 바로 그 지점을 짚는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특정 지역의 미래를 맞히는 데 있지 않다. 뉴스를 그대로 믿지 않고, 공약과 개발 담론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도시를 구조적으로 읽는 눈을 갖게 만드는 데 있다. 그리고 그 눈을 갖게 되었을 때, 다음 선거와 다음 개발 이슈는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열린책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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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애초에 왜 지금의 세종시 자리에 행정수도를 건설하려 했던 걸까요?
1970년대 말에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안보적 차원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인구 중심점으로 수도를 옮기되, 휴전선으로부터 평양보다 더 먼 거리인 70킬로미터 이상, 북한군의 해상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서해안 4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로 한국 전역을 위협함과 동시에 국지 도발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등이 그런 사례들이죠. 북한이 국지 도발을 일으켜 서울을 공격하면 서울 인구의 3분의 1이 사상하리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1970년대에 행정수도를 설계했던 대전제에 변화가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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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 - 삶의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모리 슈워츠 지음, 김미란 옮김 / 부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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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에 두고, 삶을 다시 배우게 한 마지막 수업"

『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은 모리 슈워츠 교수가 루게릭병 진단 이후,

생의 마지막 해를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제자 미치 앨봄의 시선으로 스승을 바라본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모리 교수가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남긴 마지막 수업에 훨씬 가깝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가르치려는 목소리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확인했던 태도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모리가 죽음을 ‘정리해야 할 끝’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남은 시간을 조용히 물러나는 시간으로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삶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간을 다시 배치한다.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어떤 감정은 품고 어떤 집착은 흘려보낼지,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선택해 나간다. 죽음을 앞둔 삶이 아니라 끝까지 선택하는 삶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두 개의 파트, 하나의 삶의 태도

『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읽힌다.

1장에서 모리는 나이가 들고 병이 찾아오며 신체가 이전과 같지 않게 되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예전처럼 살 수 없음”을 부정하지 않는 일이다.

그는 몸이 변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며 좌절하기보다,

지금의 몸과 조건 안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예전의 나’를 기준으로 현재를 괴롭히는지 떠올리게 됐다.

더 잘하던 시절, 더 버틸 수 있던 시절, 더 많이 해낼 수 있었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하지만 모리는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기술을 배우는 시작이라는 것을.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성장이라는 말이 꼭 더 많이 해내는 방향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덜 무너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성숙한 성장일지도 모른다.


2장에서는 시선이 조금 더 안쪽으로 향한다. 모리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진짜 원하는 일에 마음을 쏟는 삶”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몰입은 성취나 결과 중심의 몰입이 아니다. 그는 더 너그럽고, 더 친절하고, 더 다정한 사람이 되려는 방향을 삶의 중심에 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친절해지는 연습을 권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그는 늘 죽음을 의식하며 사랑을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사랑과 관계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없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태도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나중에’라는 말로 중요한 것들을 유예해 왔는지 떠올렸다.

바쁘다는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미뤄둔 말과 마음들이 사실은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것들이 아니었을까.

죽음을 통해 떠오르는 질문들

죽음을 앞둔 한 노교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런 질문에 닿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늘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관계들, 나중에 해도 된다고 넘겨온 사랑의 표현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인색했던 태도들까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가?

도파민에 익숙해진 삶 속에서,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더 자극적인 소비와 SNS에 기대고 있지는 않은가?

모리는 ‘더 채우는 삶’보다 ‘덜 잃는 삶’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모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존엄을 지키는 방향으로 삶의 기준을 옮겼다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더욱 단단해 보였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삶을 더 깊이 사랑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조금 더 의식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조금 더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고 싶게 만든다.

관계와 사랑을 미루지 말자.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우리가 남긴 사랑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지키는 힘은,

나를 차분히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은 잘 죽는 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끝까지 사람으로 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삶의 속도가 버겁게 느껴질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시 묻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단단한 방향표가 되어줄 것이다.


'부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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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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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난 17번의 대만 여행, 그리고 사람 이야기
이수지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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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는 대만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이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기록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여행기를 읽고 있다는 생각보다, 누군가의 오래된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고 있다는 기분이 더 가까웠다.

저자가 처음 대만으로 떠난 이유가 참 소박했다.

자아를 찾겠다는 다짐도, 삶을 쉬게 해주겠다는 결심도 없이,

그저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평소 밤 8시 이후 외출도 꺼리던 사람이 자정에 타오위안 공항에 내리는 장면을 읽다 보니,

그 긴장과 불안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출발 전까지 말하지 못했다는 고백도 오래 남는다.

그런데 그렇게 움츠러든 마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끈적한 공기, 활기찬 새벽의 분위기,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캐리어를 옮겨주던 택시 기사님의 미소가 마음을 풀어준다. 대만에서의 다정함은 늘 이런 식으로 다가온다.

타이베이에서의 첫 여행은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출구를 못 찾아 한참을 헤매고, 단수이를 가려다 반대 방향 MRT를 타고, 기차를 놓쳐 기대하던 음식도 놓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여행이 망쳤다는 느낌은 남지 않는다.

우연히 도착한 101타워에서 처음 먹은 샤오롱바오의 맛, 도로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 행렬,

장난감처럼 보이던 노란 택시와 신호등 같은 장면들이 오히려 또렷하게 기억된다.

길을 물을 때마다 끝까지 같이 안내해주던 사람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대만은 하나의 얼굴로 머물지 않는다.

타이베이뿐 아니라 타이난, 타이중, 가오슝이 차례로 등장하고,

르웨탄 자전거 도로처럼 풍경 안에 오래 머무는 여행도 이어진다.

이란의 소도시처럼 덜 알려진 지역들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어디를 가야 할지보다, 어떤 속도로 그곳을 지나고 싶은지가 먼저 떠오른다.

우라이 온천 마을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랬다.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쉽지 않지만, 막상 도착하면 그 번거로움을 잊게 만드는 풍경이 기다린다고 한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한 번쯤은 일부러 찾아가 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남는다.

이 책이 더 좋아지는 순간은 가이드북에는 잘 나오지 않는 장면들이 등장할 때다.

택시 안에서 나눈 짧은 대화,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을,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경험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건 늘 이런 순간들이라는 걸 다시 떠올리게 된다.

기념품 숍과 카페를 천천히 둘러보는 이야기에서는 디화제 거리도 마음에 남는다.

오래된 시간 위에 작은 가게들과 감각적인 숍들이 겹겹이 쌓인 공간을 걷는 상상을 하게 된다.

다음에 대만에 간다면 일정 하나쯤은 비워 두고 그 거리를 오래 걷고 싶어진다.

‘친절한 타이완런’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과하지 않게 마음에 스며든다.

길을 헤매는 여행자에게 먼저 다가와 목적지까지 함께 걸어주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끝까지 기다려 주는 태도들.

형부가 버블티를 사러 갔다가 현금이 없어 난처해진 순간,

점원이 음료를 선물처럼 건네고 그 마음에 펑리수로 답례하는 장면은 오래 남는다.

선의는 숫자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결국 사람은 사람다운 방식으로 마음을 주고받게 되는 것 같다.

가장 마음이 오래 머무는 이야기는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이다.

내가 사랑하는 대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정작 엄마에게는 불편함이 되었다는 고백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골목과 음식이 모두에게 편안한 선택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키키 레스토랑에서 흰밥을 맛있게 드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서야 깨닫는다. 좋은 여행이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이 편안해질 수 있는 방향을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혼자 떠난 가오슝의 생일, 뤼다오에서 전동 오토바이를 타고 섬을 달리던 시간도 비슷한 결로 남는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음악과 커피, 산책만으로도 충분했던 하루. 느린 속도 덕분에 바다와 하늘을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었던 순간들. 익숙한 방식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여행의 시간이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책을 읽고 나니 대만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비행기로 2시간 남짓이라서만은 아니다. 그곳에서는 누군가가 먼저 웃어주고, 먼저 기다려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낯선 사람에게도 이유 없이 다정할 수 있을까?

내 여행의 속도를 누군가에게 맞춰 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여행을 대하는 내 태도를 조금씩 바꿔 놓는다. 결국 한 나라에 대한 인상도, 한 사람에 대한 기억도 ‘다정한 배려’ 같은 작은 순간들로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15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내 취향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일이라고 해서 꼭 누군가를 만나 근사한 식사를 해야 할까?‘
오히려 아무런 약속 없이 하루를 온전히 나에게 맡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이번 생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보내기 위해 혼자 가오슝으로 향했다. 생일이 시작되던 자정, 숙소 근처의 작은 라이브 바에 들렀다. 좋아하는 아마레또 샤워 한 잔을 앞에 두고, 자주 듣던 중국어 노래를 신청해 공연을 즐겼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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