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 - 삶의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모리 슈워츠 지음, 김미란 옮김 / 부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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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에 두고, 삶을 다시 배우게 한 마지막 수업"

『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은 모리 슈워츠 교수가 루게릭병 진단 이후,

생의 마지막 해를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제자 미치 앨봄의 시선으로 스승을 바라본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모리 교수가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남긴 마지막 수업에 훨씬 가깝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가르치려는 목소리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확인했던 태도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모리가 죽음을 ‘정리해야 할 끝’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남은 시간을 조용히 물러나는 시간으로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삶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간을 다시 배치한다.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어떤 감정은 품고 어떤 집착은 흘려보낼지,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선택해 나간다. 죽음을 앞둔 삶이 아니라 끝까지 선택하는 삶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두 개의 파트, 하나의 삶의 태도

『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읽힌다.

1장에서 모리는 나이가 들고 병이 찾아오며 신체가 이전과 같지 않게 되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예전처럼 살 수 없음”을 부정하지 않는 일이다.

그는 몸이 변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며 좌절하기보다,

지금의 몸과 조건 안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예전의 나’를 기준으로 현재를 괴롭히는지 떠올리게 됐다.

더 잘하던 시절, 더 버틸 수 있던 시절, 더 많이 해낼 수 있었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하지만 모리는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기술을 배우는 시작이라는 것을.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성장이라는 말이 꼭 더 많이 해내는 방향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덜 무너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성숙한 성장일지도 모른다.


2장에서는 시선이 조금 더 안쪽으로 향한다. 모리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진짜 원하는 일에 마음을 쏟는 삶”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몰입은 성취나 결과 중심의 몰입이 아니다. 그는 더 너그럽고, 더 친절하고, 더 다정한 사람이 되려는 방향을 삶의 중심에 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친절해지는 연습을 권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그는 늘 죽음을 의식하며 사랑을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사랑과 관계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없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태도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나중에’라는 말로 중요한 것들을 유예해 왔는지 떠올렸다.

바쁘다는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미뤄둔 말과 마음들이 사실은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것들이 아니었을까.

죽음을 통해 떠오르는 질문들

죽음을 앞둔 한 노교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런 질문에 닿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늘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관계들, 나중에 해도 된다고 넘겨온 사랑의 표현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인색했던 태도들까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가?

도파민에 익숙해진 삶 속에서,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더 자극적인 소비와 SNS에 기대고 있지는 않은가?

모리는 ‘더 채우는 삶’보다 ‘덜 잃는 삶’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모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존엄을 지키는 방향으로 삶의 기준을 옮겼다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더욱 단단해 보였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삶을 더 깊이 사랑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조금 더 의식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조금 더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고 싶게 만든다.

관계와 사랑을 미루지 말자.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우리가 남긴 사랑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지키는 힘은,

나를 차분히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은 잘 죽는 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끝까지 사람으로 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삶의 속도가 버겁게 느껴질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시 묻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단단한 방향표가 되어줄 것이다.


'부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서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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