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 정약용편 세계철학전집 3
정약용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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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는 세월을 주었고, 너로 하여금 편안한 삶을 누리게 하였는데,

그럼에도 장차 무엇을 하겠다는 뜻이 없이 막연히 살아간다면,

그 어찌 어둡고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느냐?”

책 초반에 마주한 문장인데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읽어 보니 좀 더 마음에 훅 들어오는 문장이다.

지금의 내 모습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말이랄까?

이 땅에 태어 났고, 나는 지금과 미래에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원하지 않아도 시간은 주어지고, 그 주어진 시간을 그저 가만히 흘려보내는 것보다,

이 땅에 태어난 이유를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고, 그 무엇을 위해 살아보는 건 어떨까.

『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 다산의 글을 모아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한 지혜로 엮어낸 책이다.

다산은 마흔에 억울한 정치적 사건으로 유배되어

무려 18년이라는 세월을 강진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원망 대신 붓을 들었고,

그 고난의 세월을 2,400권에 달하는 저술로 바꾸어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같은 위대한 저작들이 모두 그 시절에 쓰였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과연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의지와 끈기가 부족해서일까?

이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위선자라는 소리를 피하려 했다면 정주도 학문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명예를 좇는다’는 비난이 두려웠다면 백이와 숙제도 절개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곧은 체한다’는 말을 피하려 했다면 급암과 주운도 간언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의 비난이 두려워 도리를 포기한다면 누가 학문을 세우고 뜻을 지킬 수 있겠는가.

효도와 청렴조차도 사람들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불효하거나 타락을 선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산은 큰 뜻을 품는 삶이란 거창한 포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품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갈고닦아야 하고, 의로운 기상은 언제나 얼굴에 드러난다.”

즉, 진정한 삶은 작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일찍 일어나기, 욕하지 않기, 운동하기 같은 사소한 것들.

그 습관이 하루를 만들고, 하루가 모여 미래가 된다.

또 그는 “진짜”와 “척”을 구분하라고 말한다.

화려함은 쉽게 사라지지만, 묵묵히 쌓인 실력은 오래 남는다.

“사람의 진심은 숨길 수 없고, 오래 가면 반드시 드러나게 된다.”

겉으로만 잘 보이려 애쓰는 순간 가짜가 되고,

자신의 기준을 지키며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야말로

결국 진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또 크게 공감한 부분은

‘당신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글이었다.

거기에는 “내게 오는 것이라면 다 때에 따라 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억지로 피하기보다는 일단 부딪혀 보라. 조금 부끄러운 일을 당해도 괜찮다.

그런 어설픈 시기를 지나야 비로소 바위 같은 내가 만들어진다.”

부끄러움을 당할까 봐 눈과 입을 닫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때마다 “아, 내가 더 성장해야 할 시기이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말보다 글이 더 편한 사람, 작은 실수조차 드러내기 싫어 움츠러드는 사람.

하지만 그렇게 기회를 피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부딪혀 보는 용기, 그것이 인생을 바꾸는 시작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이 글은 앞으로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문장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무엇보다 다산은 남 탓을 멈추라고 했다.

폐족이든, 가난이든, 외부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유배라는 가장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학문을 꽃피운 그의 삶은

이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여기라고 했다.

“365일 중 어느 하루도 충성과 효를 다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없다.”

좋은 날, 나쁜 날을 구분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것!

그 속에서 삶은 특별해진다.

책은 인간관계와 말에 대한 가르침도 전한다.

진정한 벗은 조건 없는 친구이고, 좋은 말만 하는 이는 오히려 멀리해야 한다.

약자 앞에서 교만하지 않고, 강자 앞에서 비굴하지 않는 것이 진짜 품격이라는 다산의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또한 “말은 곧 마음의 거울이니, 다정히 하라.”

무례함을 성격이라 합리화하지 말고, 따뜻한 말이 곧 나의 인격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제목을 한번 더 읊조려본다.

“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정약용이 자식과 제자에게 남겼던 글이 오늘 내게 던져진 질문처럼 들린다.

안주하지 말고, 남의 눈치를 보며 뜻을 접지도 말고, 작은 습관에서부터 성실히 나를 세워가자.

+ 개인적으로 현재를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고 아팠던 사람들, 변화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

현재에 삶이 변화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단한맘 과 강한엄마'의 서평모집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사람이 침묵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1. 화가 날 때는 침묵해야 한다.
2. 확실하지 않을 땐 침묵해야 한다.
3.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침묵해야 한다.
4. 감정이 태도가 될 때는 침묵해야 한다.
5. 들어야 할 때는 침묵해야 한다.
6. 모를 때는 침묵해야 한다.
7.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는 침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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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 데카르트편 세계철학전집 1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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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삶은,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이 문장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다.

우리는 흔히 안정된 삶을 원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피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타인이 짜놓은 대본을 따라가는 연극 같은 삶이라고 말한다.

남이 만들어놓은 기준을 아무 의심 없이 따르는 것은 결국 나의 이야기를 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 문장을 다시 곱씹다 보니, 나도 그동안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떠올라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데카르트 철학의 핵심인 ‘방법적 회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데카르트는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 심지어 배운 지식과 수학적 진리조차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능한 악마’라는 상상의 존재를 상정하며,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들까지도 누군가에 의해 속임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끝없는 의심의 여정에서 결국 남는 건 단 하나였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의심을 하는 나 자신의 존재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장이 탄생했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은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언제 가장 자신답다고 느껴지는가?”

“지금까지 확실하다고 믿어온 것 중에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이런 질문 앞에서 쉽게, 즉각적으로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빌어 잠시 멈춘 상태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는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둘러싼 관습과 신념들이 정말 나의 것이었는지 되묻게 되는 시간이었다.

또한, 이 책은 의심이 단순히 불안과 혼란을 주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오히려 의심은 성장을 이끄는 출발점이었다.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순간은 멈춰야 할 이유가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할 기회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가장 느리게 걷는 사람도 올바른 길을 따른다면 길을 잃은 사람보다 멀리 갈 수 있다.”는 구절은 불안한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지금 내가 더디게 걷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길 위에 있다면 괜찮다는 위로였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이성’의 힘을 강조한다. 데카르트는 태어난 환경이나 조건은 달라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바로 이성이라고 보았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한 번 더 멈추어 생각하는 습관,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태도, 즉각적인 반응보다 이성적인 사고를 우선하는 자세는 결국 삶을 더 성숙하게 만든다. 화가 났을 때 수피(이슬람 경건주의) 속담에 있던 ㅡ ‘이 말이 사실인가? 필요한가? 따뜻한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통과시켜 보라는 조언은 실생활에서 바로 써보고 싶은 방법이었다.

짧은 멈춤이 후회를 줄이고, 관계를 지켜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또한, 이 책은 인간관계와 선택의 순간에도 철학이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계는 과거의 은혜가 아니라 현재의 존중과 이해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고,

복수는 분노가 아니라 성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정말 복수하고 싶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성취해내는 것,

그것이 결국 타인에게 보이는 가장 강력한 응답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본다.

마지막까지 이 책은 나에게 쉼 없이 질문을 던졌다.

각 장 끝마다 이어지는 질문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순간을 넘어 내 일상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철학은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삶 속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의심은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것.

불확실하고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내가 붙잡아야 할 건 완벽한 답이 아니라 ‘생각하는 나’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건, 삶의 가장 큰 확실성은 바로 나 자신, 의심하고 사고하는 인간으로서의 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조용히 울리는 문장이 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이 짧지만 강렬한 문장은 흔들리는 순간마다 나를 바로 잡아줄 수 있는

문장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단단한맘 과 강한엄마'의 서평모집을 통해,

'모티브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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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호흡 생각법
수피(이슬람 경건주의)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세 개의 문을 통과하게 하세요.
첫 번째 문은 ‘그 말이 사실인가?’
두 번째 문은 ‘그 말이 필요한가?’
세 번째 문은 ‘그 말이 따뜻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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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 절망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대니얼 깁스 외 지음, 정지인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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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와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기억을 서서히 지우며 삶의 방향을 바꿔놓는 이 질환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는 바로 그 병의 최전선에 선 사람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저자 대니얼 깁스는 평생을 신경과 의사로 살아왔지만, 은퇴 후 자신이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전문가이자 환자라는 이중적 위치에서 그가 기록한 이야기는,

단순한 병의 서술을 넘어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병을 ‘천천히 잠식해가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대부분의 환자가 중등도 이상 진행된 뒤에야 진단을 받지만, 그는 유전자 검사와 임상 시험 참여 덕분에 일찍 병을 인식했다.

불운 같지만 동시에 행운이었다. 조기 발견은 치료 기회를 열어주었고, 생활습관을 개선해 병의 속도를 늦출 시간을 벌게 했다.

무엇보다도 진단은 “죽음이 멀지 않다”는 절망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더 충만하게 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책은 알츠하이머병의 본질과 과학적 이해를 친절히 풀어낸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뭉치가 증상 발현 10~20년 전부터 형성된다는 사실, 후각 장애가 초기 징후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기억의 다양한 유형(서술 기억과 절차 기억)의 차이, 그리고 APOE-4 유전자와 발병 위험의 상관관계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를 통해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을 단순히 ‘치매’로 한정하지 않고, 증상이 드러나기 훨씬 전 단계부터 병리학적 변화가 진행되는 복잡한 질환으로 설명한다.

이 점에서 그는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저자가 직접 제시하는 알츠하이머병 다섯 가지 대항 전략은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다.

1. 유산소 운동

2. 지중해식 또는 마인드 식단

3. 정신을 자극하는 활동

4. 사회적 참여

5. 양질의 수면

여기에 당뇨나 고혈압 같은 기저 질환 관리도 추가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조언이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렸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는 “나중”이란 없다. 세포 변화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 즉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이 전략들을 실천해야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자 역시 의심이 들자마자 즉각 실행에 옮겼고, 이는 그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책은 생활습관이 유전자 발현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나쁜 식습관은 노화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지만,

꾸준히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고 운동하며 수면을 잘 관리하면 유익한 유전자 발현이 강화된다.

즉, 우리의 일상적 선택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낮추고 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와 경험은 이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저자가 겪은 환후각증, 기억력 저하, 언어적 어려움은 질병의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또 환자와 가족이 맞닥뜨리는 두려움과 슬픔, 그리고 환자 본인이 느끼는 독립성 상실의 공포는 알츠하이머병이 단순히 의학적 질환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존엄성의 문제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저자의 태도는 끝까지 담담하다.

그는 병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학자의 시선을 잃지 않으며,

이를 기록함으로써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책의 말미에는 독자들에게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이 부록 형태로 실려 있다.

특히 마인드(Mind)식단의 기초와 임상시험 결과가 정리되어 있으며,

뇌 건강에 좋은 10가지 식품을 일주일에 몇 번 섭취하면 효과적인지에 대한 권장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는 실제 생활 속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행동 지침서로서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는 알츠하이머병을 그저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희망을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전한다.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의 변화, 과학적 연구와 사회적 참여는 삶의 질을 분명히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전문가이자 실제로 해당 병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로써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삶을 지워가는 병이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삶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할 이유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완벽한 치료법이 없다고 해서 무기력할 필요는 없다.

운동, 식단, 지적 활동, 사회적 연결, 수면 관리—이 단순한 선택들이야말로 우리의 뇌와 삶을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는 흔히 들어온 이야기라며 흘려버리기 쉬운 조언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 독자로 하여금 실제 변화를 시도하게 만든다. 그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두려움과 불안, 걱정과 근심을 딛고 스스로 움직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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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환자 가운데 적어도 80퍼센트는 어느 정도 후각이 손상되어 있으며 냄새 맡는 능력에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는 떨림이나 걷기의 어려움 같은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10년도 더 전에 생길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환각과 유사한 환후각증 역시 경험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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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의 광기 - 거주하는 삶의 연대기 1806~1843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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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아감벤의 『횔덜린의 광기』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책이다. 횔덜린은 젊은 시절에는 활발히 활동했지만, 1802년쯤부터 불안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1806년에 본격적으로 ‘광기’로 불리던 상태가 드러나면서 강제 수용까지 이어지는 등 정신적인 어려움이 찾아와 세상과 단절된다. 이후 그는 36년 동안 튀빙겐의 한 탑에서 은둔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이를 오래도록 ‘광기의 시기’라고 불러왔지만, 저자는 이 시간을 단순한 병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횔덜린은 종종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면 체념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그 말 속에서 다른 의미를 본다.

삶은 특별한 사건들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전체의 모습 속에서 드러난다는 뜻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반복되는 하루 자체가 삶의 진짜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횔덜린이 미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광기는 어느 순간 그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왔고, 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병든 인물이 아니라, “인간은 이 땅에서 시적으로 산다”는 말을 삶으로 보여준 시인으로 남는다.

“시적으로 산다”는 표현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뜻은 단순하다.

사람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만 몸부림치거나, 반대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말과 침묵, 습관과 반복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이 부분에서 나는 카프카의 소설 『성』을 떠올렸다.

주인공 K는 성에 들어가려 하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지는 것도,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성과 마을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머물며 살아간다. 횔덜린이 탑에서 보낸 삶도 그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저 버티고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실패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인간이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삶을 더 깊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사뮈엘 베케트’의 말이 떠올랐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

횔덜린의 광기와 침묵은 바로 그런 실패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횔덜린의 일상적인 모습도 전해준다.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속의 격식 있는 말투, 실러의 이름이 나오자 눈빛이 밝아졌다는 증언, 괴테의 이름에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일화 등이 그렇다. 이런 모습들은 그가 단순히 ‘미친 시인’으로만 남아 있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그는 정신착란 증세가 심해지고 주변과의 소통이 끊기고, 일상 대화도 단편적이고 이상한 말투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시를 쓰려 했고, 그 글들 속에서 언어가 무너진 상황에서 오히려 다른 방식의 말하기, 새로운 시적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 장면에서 언어가 무너져도 끝까지 말하려는 시인의 모습에서, 절망 속에서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해석과도 비교한다.

하이데거는 횔덜린의 시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찾았지만,

결국 신적인 구원을 기다리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저자는 횔덜린이 신의 부재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것을 삶의 조건으로 삼았다고 본다.

이 대목에서 릴케가 떠올랐다. ‘두이노의 비가’를 쓴 릴케는 신의 부재와 불안정한 인간 존재를 직면하고, 신 대신 예술, 시, 사랑, 인간의 내적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신이 사라진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시인이었다.

두 시인은 서로 다른 시대 사람이지만, 신 없는 세계를 시로 견뎌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횔덜린의 삶이 성공도 실패도 아닌,

단지 “버티는 형상”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그는 사회에서 잊힌 인물이었지만, 그 실패 속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시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횔덜린의 광기가 사실은 우리 사회 전체가 가진 더 큰 광기를 보여주려던 것은 아닐까?

『횔덜린의 광기』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느꼈다.

그러나 책이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견뎌냈는가”라는 것이다.

횔덜린은 시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시적으로 거주하는 삶”을 살아냈다.

그리고 저자는 그 삶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세상에서 조금 더 시처럼, 조금 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현대문학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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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 덕을 권하고 그들이 그 길로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사람은 아마 자신도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자신의 모범이 선한 영향을 끼치고, 그 선함이 타인에 미치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그 자체로 기쁜 것이지만, 존중받을 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선으로 지지받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인해 더욱 행복합니다.
- 당신의 가장 헌신적인 아들 횔덜린 올림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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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
이슬비 지음 / 다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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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작가의 에세이 『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는

제목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진 힘은 단순히 낙관적인 말을 건네는 데 있지 않다.

삶의 구체적 장면과 체험에서 길어낸 문장들이 자기 일상과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짧은 글 속에 스며 있는 경험과 통찰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풍요로운 삶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며 시작된다.

건강한 취미, 공부하기, 최소한의 움직임, 집착하지 않기 같은 원칙들은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뼈대가 된다.

특히 “작년과 똑같은 능력으로 올해를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면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다. 우리가 가진 것들로만 앞날을 헤쳐 나가기보다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다름을 이해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완벽하게 다른 존재인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서로의 말과 행동이 때로는 충분히 불쾌하거나 낯설게 다가올 수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관계에서 불편을 피하려 하기보다, 다름을 전제로 두고 상대를 바라보는 태도가 결국 성숙한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또한, 이 책은 눈빛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어떤 이의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경멸, 시기, 무시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저자는 그럴 때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공격적이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는 시각 전환을 제안한다. 나의 약함이 아니라 타인의 태도가 원인일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불필요한 자책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킬 힘을 얻는다.

삶에서 흔히 마주하는 평판에 대해서도 작가는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사람을 오래 지켜보면 평판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도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이 쌓아 올린 평판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감정이다.

오롯이 자신의 감으로 맺은 관계야말로 선물 같은 의미를 지니며,

내 삶 속에서 ‘집밥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이와 맞닿아, ‘이유 없는 사이’라는 글은 진정한 우정의 본질을 보여준다.

굳이 명분이나 이유가 필요 없는 관계, 말없이 함께 있어도 편안한 관계야말로 삶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문득 장영희 작가의 책을 통해 접했던 앨프리드 테니슨의 장시 『사우보(영문명:In Memoriam A.H.H.)』를 떠올렸다. 테니슨은 절친한 친구 아서 핼럼의 죽음을 애도하며 17년 동안 3,000행에 달하는 시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사랑을 잃는 아픔은 지독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라는 역설적 결론은 지금까지도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위로의 시로 남아 있다. 이슬비 작가가 말한 ‘이유 없는 사이’와 테니슨의 헌정시는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평생의 진정한 친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이미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이 책은 또한 관계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유리잔을 세게 쥐면 오히려 깨져버리듯, 너무 움켜쥐려는 태도는 관계를 더 쉽게 파괴한다.

“보낼 것은 보내주자”라는 간결한 메시지는 무언가를 끝내는 일이 곧 실패나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한편, 작가는 내면의 성숙을 통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읽기, 매너와 예의, 어른스러운 말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습관이 결국 사람의 깊이를 만든다. 외면의 멋짐은 쉽게 사라지지만 내면의 멋짐은 오래 지속된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책 속에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바라보게 만드는 글도 많다.

먼지처럼 가벼운 말들이라는 글에서 작가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왈가왈부에 휘둘릴 필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의미 없는 말은 먼지일 뿐, 그 먼지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는 조언은 요란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된다.

시간에 대한 성찰도 따뜻하다. 어릴 땐 시간의 흐름이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다.

시간은 많은 것을 빼앗아 가지만, 동시에 새로운 설렘과 회복의 힘을 안겨준다.

“시간이라는 것은 거대한 바람과 같다”는 표현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안이 된다.

이 밖에도 책에는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여러 메시지가 가득하다.

“행복도 쉬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매일이 피곤해지기만 한다.

집중과 집착은 분명히 다른 것이며, 지나친 집착은 결국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행복이라는 것도 느슨하지만 단단한 균형이 이어질 때 건강한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을 읽어 나갈수록 문득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대와 30대 초반, 나는 내가 원하는 관계가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느라 정작 자신을 돌아볼 눈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기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을 배웠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젊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직접 부딪히며 얻는 경험이 가장 값지지만, 때로는 책 속에서 축적된 삶의 지혜를 빌려오는 것도 훌륭한 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는 제목 그대로, 독자에게 다정한 확신을 건넨다.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할 때, 옳고 그름을 가늠하지 못해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

저자의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길을 안내한다.

그리고 책 속의 문장이 말하듯, 지금 힘들고 지친 시간조차도 결국은 좋은 일이 올 것이라는 징조일지 모른다. 삶의 무게에 눌린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징조’를 믿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글들을 통해 “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라는 말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축복이라는 사실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게 된다.


'트리오월드 (인스타 @trioworld_01)'님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먼지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 나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어디에서도 행복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먼지는 나를 해치지 못한다’고 용감하게 외치고 나의 길을 걸어야 할 때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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