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
이슬비 지음 / 다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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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작가의 에세이 『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는

제목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진 힘은 단순히 낙관적인 말을 건네는 데 있지 않다.

삶의 구체적 장면과 체험에서 길어낸 문장들이 자기 일상과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짧은 글 속에 스며 있는 경험과 통찰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풍요로운 삶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며 시작된다.

건강한 취미, 공부하기, 최소한의 움직임, 집착하지 않기 같은 원칙들은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뼈대가 된다.

특히 “작년과 똑같은 능력으로 올해를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면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다. 우리가 가진 것들로만 앞날을 헤쳐 나가기보다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다름을 이해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완벽하게 다른 존재인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서로의 말과 행동이 때로는 충분히 불쾌하거나 낯설게 다가올 수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관계에서 불편을 피하려 하기보다, 다름을 전제로 두고 상대를 바라보는 태도가 결국 성숙한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또한, 이 책은 눈빛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어떤 이의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경멸, 시기, 무시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저자는 그럴 때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공격적이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는 시각 전환을 제안한다. 나의 약함이 아니라 타인의 태도가 원인일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불필요한 자책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킬 힘을 얻는다.

삶에서 흔히 마주하는 평판에 대해서도 작가는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사람을 오래 지켜보면 평판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도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이 쌓아 올린 평판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감정이다.

오롯이 자신의 감으로 맺은 관계야말로 선물 같은 의미를 지니며,

내 삶 속에서 ‘집밥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이와 맞닿아, ‘이유 없는 사이’라는 글은 진정한 우정의 본질을 보여준다.

굳이 명분이나 이유가 필요 없는 관계, 말없이 함께 있어도 편안한 관계야말로 삶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문득 장영희 작가의 책을 통해 접했던 앨프리드 테니슨의 장시 『사우보(영문명:In Memoriam A.H.H.)』를 떠올렸다. 테니슨은 절친한 친구 아서 핼럼의 죽음을 애도하며 17년 동안 3,000행에 달하는 시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사랑을 잃는 아픔은 지독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라는 역설적 결론은 지금까지도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위로의 시로 남아 있다. 이슬비 작가가 말한 ‘이유 없는 사이’와 테니슨의 헌정시는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평생의 진정한 친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이미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이 책은 또한 관계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유리잔을 세게 쥐면 오히려 깨져버리듯, 너무 움켜쥐려는 태도는 관계를 더 쉽게 파괴한다.

“보낼 것은 보내주자”라는 간결한 메시지는 무언가를 끝내는 일이 곧 실패나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한편, 작가는 내면의 성숙을 통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읽기, 매너와 예의, 어른스러운 말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습관이 결국 사람의 깊이를 만든다. 외면의 멋짐은 쉽게 사라지지만 내면의 멋짐은 오래 지속된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책 속에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바라보게 만드는 글도 많다.

먼지처럼 가벼운 말들이라는 글에서 작가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왈가왈부에 휘둘릴 필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의미 없는 말은 먼지일 뿐, 그 먼지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는 조언은 요란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된다.

시간에 대한 성찰도 따뜻하다. 어릴 땐 시간의 흐름이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다.

시간은 많은 것을 빼앗아 가지만, 동시에 새로운 설렘과 회복의 힘을 안겨준다.

“시간이라는 것은 거대한 바람과 같다”는 표현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안이 된다.

이 밖에도 책에는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여러 메시지가 가득하다.

“행복도 쉬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매일이 피곤해지기만 한다.

집중과 집착은 분명히 다른 것이며, 지나친 집착은 결국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행복이라는 것도 느슨하지만 단단한 균형이 이어질 때 건강한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을 읽어 나갈수록 문득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대와 30대 초반, 나는 내가 원하는 관계가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느라 정작 자신을 돌아볼 눈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기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을 배웠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젊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직접 부딪히며 얻는 경험이 가장 값지지만, 때로는 책 속에서 축적된 삶의 지혜를 빌려오는 것도 훌륭한 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는 제목 그대로, 독자에게 다정한 확신을 건넨다.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할 때, 옳고 그름을 가늠하지 못해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

저자의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길을 안내한다.

그리고 책 속의 문장이 말하듯, 지금 힘들고 지친 시간조차도 결국은 좋은 일이 올 것이라는 징조일지 모른다. 삶의 무게에 눌린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징조’를 믿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글들을 통해 “당신에게 분명 좋은 일만 생길 거예요.”라는 말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축복이라는 사실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게 된다.


'트리오월드 (인스타 @trioworld_01)'님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먼지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 나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어디에서도 행복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먼지는 나를 해치지 못한다’고 용감하게 외치고 나의 길을 걸어야 할 때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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