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 - 공간에 가치를 더하고, 경험을 설계하는 비주얼 머천다이징
목경숙 외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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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목경숙·이동숙·송은아·문정원·이민영 지음)은 매장을 단순히 상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무대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한국비주얼머천다이징연구회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중심으로 책을 엮었다. 기존 VM(비주얼 머천다이징) 서적들이 패션 분야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 책은 식품·리빙·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2020년 이후 업계 환경이 급변했지만, 실무에 도움이 되는 다분야 사례가 부족하다는 후배의 질문이 ‘이 책을 쓰게 한 마지막 밀어’가 되었다는 서문은, 독자를 곧바로 현장에서 답을 찾는 책이라는 기대감으로 이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잘 파는 매장은 상품을 남기지만, 잘 머물게 하는 매장은 브랜드를 남긴다”는 것이다.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색과 조명, 진열 방식, 공간의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를 통해 브랜드를 경험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상품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아니라 고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지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상품의 중심을 분명히 세우고, 공간의 감정선을 설계하며, 전체 톤과 흐름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선 설계 역시 중요한 주제다. 입구에서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매장 초입에서는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며, 내부에서는 탐색 욕구를 자극하고, 마지막 계산대에서는 구매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구조적 동선뿐 아니라, 직원의 한마디, 세심한 포장, 작은 쿠폰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입구 오른쪽을 활용한 파워 월, 시선을 집중시키는 핫 존 전략 등은 고객의 발걸음을 매장 깊숙이 이끌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핵심 요소로 설명된다.

진열과 정보 전달 부분에서는 고객의 시선과 비교 욕구에 맞춘 다양한 방법이 소개된다. 골든 존(120~160cm)에 주력 상품을 배치하거나, 비슷한 상품을 나란히 배치해 비교를 쉽게 하고, 페이싱·계단식 진열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POP나 가격표 같은 정보 도구 역시 단순한 안내물이 아니라 고객이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돕는 전략적 장치로 다뤄진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색과 조명이다. 브랜드는 색으로 기억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마존 프레시 매장이 신선함을 표현하기 위해 밝은 녹색을 활용한 사례, 스타벅스가 60:30:10 법칙으로 색 비율을 유지하는 방식 등이 제시된다. 조명 역시 단순한 밝기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과 상품을 연결하는 언어다. 전반 조명, 작업 조명, 악센트 조명을 층위별로 배치하고, 조명의 각도에 따라 상품의 질감과 매력이 달라진다는 점은 실무자들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다.

책은 또한 고객 경험을 오감을 통해 완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장에서의 색·조명, 촉감, 향, 음악, 시식 같은 요소들이 합쳐져 고객의 기억 속에 브랜드가 각인된다. 테슬라의 운전 시뮬레이터, 나이키의 선수 스토리 디스플레이처럼 디지털 체험을 매장에 접목하는 사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강점은 원칙과 사례가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입구에서 시작해 동선, 진열, 조명,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이 고객의 감정과 행동을 설계하는 유기적 흐름이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덕분에 드럭스토어, 식품 매장, 편집숍, 소형 매장 등 업종과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은 “예쁘게 꾸미는 법”이 아니라 팔리는 흐름을 설계하는 법을 알려준다. 고객이 들어와 머물고, 만족하며 다시 찾게 되는 매장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참고할 만한 실전형 가이드다.

‘클로이서재 @chloe_withbooks’ 서평단을 통해

‘지음미디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표적인 동선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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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엄마 - 번아웃된 엄마들에게
셰릴 치글러 지음, 문가람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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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치글러의 『위험한 엄마』는 오늘날 엄마들이 겪는 심리적 소진, 즉 ‘엄마 번아웃(Mommy Burnout)’이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책이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이자 상담가로 오랫동안 청소년과 부모들을 만나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문제에만 집중했지만, 상담이 깊어질수록 아이를 둘러싼 부모의 상태가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된다. 결국 그녀의 시선은 아이를 넘어 엄마라는 세계로 확장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뉴욕시 북부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떠올린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혼란스럽고 가난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아이만 돕는 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 경험은 부모, 특히 엄마의 심리적 안정을 돕지 않고서는 아이의 변화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저자의 삶 역시 이 책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불임 치료와 입양, 출산 등 개인적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상담가가 아닌 한 명의 엄마로서 불안과 외로움, 죄책감을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다. 낯선 환경 속에서의 치료, 입양을 통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 그리고 세 아이를 키우며 겪은 기쁨과 부담은 ‘엄마’라는 이름이 지닌 복잡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치글러는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에 남기는 깊은 흔적을 체험했고, 결국 엄마의 심리 상태가 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치글러는 수많은 상담과 연구 끝에 엄마들이 겪는 공통된 문제를 ‘엄마 번아웃’이라 명명한다. 번아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끝없는 책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상태다. 그 원인으로는 ‘좋은 엄마’라는 기준을 지키려는 완벽주의 압박, 다른 엄마와 아이와의 끊임없는 비교, 가사와 육아의 불균형,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포기하는 현실을 꼽는다. 이런 원인들은 만성 피로, 무기력, 집중력 저하, 아이에게 자꾸 화를 내는 습관, “나는 부족한 엄마야”라는 자기비난, 두통이나 위장장애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진다.

책에는 구체적이고 때로는 충격적인 사례들이 등장한다. 어떤 엄마는 말대꾸하는 아이의 입에 비누를 넣었다고 고백했고, 또 다른 엄마는 타임아웃을 지키지 않는다며 아이를 차고에 가두었다. 심지어 편식하는 아이의 입에 억지로 음식을 밀어넣거나, 경찰을 불러 잡아가겠다고 협박한 일화도 있다. 저자는 이런 고백들을 전문가로서 경청했지만, 실제로 자신이 엄마가 되어 양육의 어려움을 직접 겪으면서야 평범한 엄마들이 극한 상황에 몰릴 수 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도 숨기지 않는다. 얼음을 씹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시절, 주변 사람들은 온갖 조언과 진단을 내렸지만 정작 그녀의 고통과 갈망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 다른 상담 사례에서는, 아픈 막내의 돌봄에 전념하느라 큰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엄마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아이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엄마의 고백, 대학 입시 과정에서 선택의 과부하로 모든 것을 내려놓아버린 엄마의 눈물, 출산 후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라며 정체성을 잃었다고 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이 모든 경험은 ‘엄마 번아웃’이 단순히 힘든 하루가 아니라, 삶 전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책은 또한 엄마에게 죄책감을 더 크게 부여하는 사회적 현실을 지적한다. 아이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스스로 죄책감에 빠지는 엄마와, 단호히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며 흔들리지 않는 아빠의 대조적인 모습은 성별에 따라 다른 부담이 부과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저자는 슈퍼맘이 되려는 강박이 결국 아이들로 하여금 ‘슈퍼키즈’가 되도록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그 스트레스는 결국 대물림되어 가족 누구도 행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문제만 지적하지 않는다. 치글러는 번아웃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자기 돌봄을 필수로 여기고, 운동과 수면, 취미, 친구 관계를 통해 회복해야 한다. 혼자 감당하지 않고 주변과 연결되어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완벽한 엄마’가 아닌 ‘충분히 괜찮은 엄마’로 만족하는 태도를 가질 것, 그리고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이 네 가지가 번아웃을 극복하는 핵심 전략이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슬픔이나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끝없이 이어지고 삶 전체를 무너뜨릴 때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그리고 엄마 번아웃은 단순한 기분의 기복이 아니라 일상을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상태다.

셰릴 치글러는 이 책에서 위기에 처한 엄마들의 목소리를 통해 공통의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위험한 엄마』는 단순한 위로의 책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고, 엄마들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이야말로 아이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먼저 엄마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항아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편 미셸의 일상은 점점 더 깊은 디지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끝낼게‘라는 말은 이제 그녀의 입에 붙어사는 주문이 되었고, 아들을 향해야 할 시선은 늘 문자 메시지 속에 갇혀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와도 그녀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그 소리를 완벽히 차단한 채 페이스북이라는 가상세계에 자신을 가두었다. 아들이 TV 속 ‘슈퍼 와이!‘에 홀린 듯 빠져 있는 동안, 그녀 역시 ‘길모어 걸스‘라는 달콤한 도피처에서 현실을 외면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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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 - 관계에 배신당하는 당신을 위한 감정 브레이크 연습
하야시 겐타로 지음, 한주희 옮김 / 갤리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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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켄타로의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품는 ‘기대’라는 감정이 어떻게 상처로 이어지고, 또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왜 저 사람은 저렇게밖에 못하지?”, “이번에는 잘될 줄 알았는데…” 같은 실망과 짜증이 사실은 내가 상대에게 품은 과도한 기대의 배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기대를 완전히 버리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다.

대신 지나친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기대를 다스리며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일화 중 하나는 20대 시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장 중 겪은 경험이다. 파리행 항공편이 몇 시간째 오지 않았고, 안내도 전혀 없었다. 일본 같았다면 항의와 불만으로 공항이 시끄러워졌을 상황이다. 그러나 현지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은 비행기가 안 뜨겠네”, “내일쯤 가려나?” 하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저자는 이 모습을 보고 “아, 이 사람들은 기대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구나”라고 깨달았다. 일본인에게 교통기관의 정확성은 당연한 기대였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대가 빗나가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대가 어긋났을 때 이를 즉시 분노로 바꾸지 않고, 상황 자체를 인정하며 태연하게 넘어가는 태도가 저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이 사례는 우리가 기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기대를 둘러싼 관계를 ‘기대를 거는 쪽’과 ‘기대를 받는 쪽’으로 설명한다.

기대를 거는 사람은 “이 정도는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라며 실망하고,

기대를 받는 사람은 “그렇게 멋대로 기대하면 어떡하라는 거야”라며 부담을 느낀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이 두 입장을 오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기대를 관리하는 능력이 곧 관계를 지키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기대를 품되, 그것을 상대와 공유하고 강도를 조절하며,

필요할 때는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방법 중 하나가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이다. 기대를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키우는 것은 풍선을 계속 부푸리는 것과 같다. 결국 한계에 이르면 터져버리고 만다. 따라서 기대는 머릿속에 두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으로, 말로 표현해야 한다. 또한 기대는 0 아니면 100의 절대치가 아니라, LED 조명의 밝기처럼 상대와 상황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언어의 압박이 지나치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해칠 수 있기에, 기대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저자는 기대를 관리하는 프레임워크로 ‘하이 드림, 미들 드림, 로 드림’을 제안한다.

하이 드림은 말 그대로 최선의 경우로, 이루어진다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수준의 기대다.

미들 드림은 현재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현실적 기대다.

로 드림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기대치다.

이 세 단계를 함께 설정해두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예상 범위 안에서 받아들이며 배신감과 분노는 줄어든다. 실제 사례로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모든 점장이 코칭 기술을 활용해 직원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점포 운영을 안정화하는 것”을 미들 드림으로,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그 에너지가 손님들에게까지 전달되는 매장”을 하이 드림으로, “점장 평판이 나빠지고 중도 퇴사자가 늘며 경영진에게 질책을 듣는 상황”을 로 드림으로 설정했다. 이렇게 기대의 범위를 함께 공유하면 목표가 분명해지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

책은 또한 기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의 말버릇을 짚는다. “했는데”, “일 거야”, “해야 해”, “당연해” 같은 말은 기대에 스스로 묶여 있음을 드러낸다. 결과가 기대와 달라졌을 때 “형편없군”, “말도 안 돼”, “어차피” 같은 표현이 튀어나오는 것도 기대에 지나치게 매여 있다는 증거다.

저자는 이런 말버릇을 줄이고, 대신 “그럴 수도 있겠네”, “새로운 관점이네” 같은 중립적 응답을 권한다. 이는 상대가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주고, 그만큼 상대의 기대를 파악하기 쉬워진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기대라는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현명하게 다루는 기술을 배우라고 권한다. 기대는 인간관계에서 때로는 상처의 원인이 되지만, 동시에 애정과 관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기대를 말로 정확히 표현하고, 강도를 조절하며 상·중·하의 단계로 나누어 관리한다면,

기대는 관계를 소진시키는 덫이 아니라 오히려 윤활유가 될 수 있다.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는 인간관계에 자주 지치고 상처받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서다.

이 책은 기대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기대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쥐는 법을 알려준다. 기대가 우리를 힘들게 할 때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을 떠올린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 삶 자체도 단단해지고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갤리온(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POINT]
기대는 충동적으로 발생한다.
기대에는 ‘기대하는 쪽‘과 ’기대를 받는 쪽‘이 존재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천 번이고 기대한다.
기대의 정체는 상대를 향한 ‘바람‘이며, ’공존하고픈 마음‘이다.
타인의 기대를 받으면 마음속으로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헌신 욕구’가 발생한다.
기대는 잘 활용하면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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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 문장을 다듬는 세 가지 글쓰기 원칙, 개정판
장순욱 지음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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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메신저, 블로그가 일상 소통의 중심이 된 지금,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능력이 되었다. 논술이나 자기소개서는 물론, 업무 보고서와 메일까지 글은 평가와 기회를 좌우한다. 하지만 정작 글을 잘 쓰려 하면 막막하다. 글을 자주 쓰면 는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잘 쓴 글의 기준이 다르니 더 헷갈리기도 한다. 저자 장순욱도 같은 고민 끝에 깨달았다. 좋은 글이란 결국 군더더기를 걷어낸 간명한 문장의 집합이라는 점이다.

책은 글을 고치는 방법을 두 가지 비유로 설명한다. 하나는 성형수술이고, 다른 하나는 고춧가루 빼기다. 성형수술은 이상적인 모델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고치는 방식으로, 많은 글쓰기 책들이 이 길을 택했다.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벽이 높다. 반대로 고춧가루 빼기는 글 속 작은 버릇, 즉 나쁜 습관을 찾아내어 빼내는 방식이다. 하얀 치아 사이에 낀 빨간 조각처럼 군더더기는 쓰는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독자에게는 금세 드러난다. 저자는 이런 나쁜 습관을 오랫동안 모아 36가지로 정리했고, 그것을 고치는 방법을 보여준다.

핵심 원칙은 단순하다.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것이다. 반복된 표현을 지우고, 늘어진 구절을 줄이고, 어색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바꾸는 단순한 작업만으로도 글은 크게 달라진다. 이 과정을 저자는 ‘지줄바’라 부른다.

예를 들어,

원문: 병 속에 예쁜 유리구슬 3,900개를 넣고 주말마다 유리구슬을 하나씩 꺼낸다면

고친 문장: 병 속에 예쁜 유리구슬 3,900개를 넣고 주말마다 하나씩 꺼낸다면

같은 단어가 두 번 쓰였지만, 뒤의 ‘유리구슬’을 지워도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장이 더 간결해진다.

또 다른 예시도 있다.

원문: 국산품과 수입품의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수입품보다 가급적 국산품을 애용하도록 하자.

고친 문장: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수입품보다 국산품을 애용하자.

앞부분의 중복된 단어들을 덜어내면 문장이 매끄럽다.

문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원문: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고친 문장: 그는 전력으로 달렸다.

원문: 소극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결국 실패를 하게 되고 만다.

고친 문장: 소극적인 사람은 결국 실패한다.

불필요하게 늘어진 꼬리를 자르면 문장이 단단해지고 주장에 힘이 생긴다.

어색한 표현은 바꿔야 한다.

원문: 그 일이 처리되어졌다.

고친 문장: 그가 그 일을 처리했다.

원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고친 문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복되는 단어를 다른 표현으로 교체하는 것도 바꾸기의 방법이다.

원문: 중소기업들은 경험 없는 직원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직원의 성장 가능성은 줄어들고, 따라서 직원들은 더 나은 가능성을 찾아 회사 밖으로 떠난다.

고친 문장: 중소기업들은 경험 없는 사원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성장 가능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직원들은 더 나은 가능성을 찾아 회사 밖으로 떠난다.

세 번 반복된 ‘직원’을 각각 ‘사원’, ‘그들의’, ‘직원’으로 조정하니 문장이 훨씬 자연스럽다.

이 책은 이런 반복과 군더더기를 포함해 36가지 습관을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둘은 결국 웨딩마치를 울리면서 결혼했다”처럼 같은 의미를 두 번 쓰는 경우, “내 꿈은 훌륭한 기업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처럼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경우, “길이 막혀 내가 결혼식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끝나 있었다”처럼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어긋나는 경우가 그렇다. 원문과 고친 문장을 나란히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차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호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글을 읽다 숨이 막힌다면 그 문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기자들이 기사의 첫 문장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수십 번 고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문장은 길이보다 호흡으로 읽히기에, 글을 쓸 때는 50~70자 단위로 끊어 쓰는 것이 좋다.

이 책은 그저 원칙 제시에 그치지 않고, 문제 있는 문장을 보여주고 그것을 지우고 줄이고 바꿔 고친 뒤 왜 그렇게 했는지까지 설명한다. 독자는 이를 자기 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원고지 200매 분량의 긴 글을 써보라고 권하는데, 장문을 완주해 본 경험이 있어야 짧은 글쓰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남의 글을 읽을 때도 고춧가루를 찾아내는 눈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지우고 줄이는 일은 아끼던 표현을 버리는 일이다.

그러나 애착을 버려야 글이 산다. 저자는 완벽한 문장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말한다.

한 번 고쳤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야구 선수가 나쁜 투구 습관을 고치기 위해 수없이 연습하듯 글쓰기 습관도 반복으로만 교정된다.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는 글을 잘 쓰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글을 고치는 습관을 훈련하는 책이다. 36가지 나쁜 습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그것을 어떻게 교정해야 하는지 실제 예시로 제시한다.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단순한 원칙이지만 이를 반복해 습관화하면 글은 놀라울 만큼 달라진다.

완벽을 좇기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 자체가 글쓰기의 본질임을,

이 책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증명한다.


‘책읽는쥬리 @happiness_jury’님을 통해

‘더난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글을 잘 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성형수술과 고춧가루 빼기다.
성형수술은 예컨대 자기가 원하는 외모를 기준으로 모든 걸 개조하는 방식이다. 많은 종류의 글쓰기 책이 이와 유사했다. 실력이 출중한 저자들이 최고의 얼굴을 만드는 성형 기술을 알려줬다.
그대로 실천하면 누구나 완벽한 문필가가 돼 책도 낼 수 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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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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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와 자존감으로 늙어간다는 것’

우치다테 마키코의 소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는 78세 주인공 오시 하나의 시선을 따라가며,

노년의 삶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제목처럼 “내 멋대로” 살아간다는 선언은, 타인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야기는 하나가 길을 걷다 잡지사 〈월간 코스모스〉의 길거리 스냅 촬영 제안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소 자신이 구독하던 시니어 잡지의 팀장이 그녀의 스타일에 반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자, 속으로는 감격했지만 겉으로는 담담히 응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실제보다 열 살은 젊게 보았다. 이 작은 사건은 하나가 살아온 방식을 잘 보여준다. 젊음은 다시 오지 않지만, 나를 가꾸는 태도는 나이와 상관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스스로 말한다. 사람은 퇴화할수록 외모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운동과 식사, 외모 가꾸기가 늙음을 늦추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또 “저는 나이를 잊고 살아요”라는 말을 가장 허망한 말로 여긴다. 나이는 스스로 잊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멋을 부리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방임을 경계하는 태도다. 그래서 “나이 들었으니까 신경을 써야지. 그저 편하려고 하는 게 가장 게으른 것이다”라는 말은 이 작품 전체의 핵심을 집약한다.

하지만 평온하던 일상은 남편 이와조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무너진다. 반려자의 부재 자체만으로도 큰 상실이지만, 더 큰 충격은 그가 남몰래 감춰온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찾아온다. 살아생전에는 언제나 믿음직하고 다정했던 남편이 사실은 다른 여자와도 인연을 맺었음을 알게 되고, 그녀는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인다. 그뿐 아니라 남편이 끝까지 붙잡았던 삶의 의미가 오직 “종이접기와 일”이었다는 사실은, 아내로서 그와 함께 걸어온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늘 하나를 “자랑거리”라 부르며 결혼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 했지만, 죽음 이후 드러난 그림자는 결혼이라는 관계의 복잡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하나는 무너져 내리기보다 다시 다짐한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내 멋대로,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다. 그녀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말은 “의연하게 산다”였다. 시인 마사오카 시키가 병상에서 남긴 문장을 양식 삼아, 궁지에 몰렸을 때조차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배우며 남편과 함께했던 다짐을 혼자서 이어간다.

소설 속 하나의 말들은 노년의 자기 관리와 품위 있는 태도의 본질을 드러낸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누구나 벌레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을 가꾸지 않는 게으름뱅이만 벌레가 된다”라는 문장은 늙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자기 방임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또 “노인이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자연스러움이다”라는 대사는, 흔히 미덕처럼 여겨지는 ‘내추럴’이 오히려 추레한 노인을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한다. 하나에게 품위란 나이에 맞게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지켜내는 적극적 태도다.

그녀는 여전히 일하고 싶어 한다. “평생 일할 수 있는 행복은 어마어마한 것이다”라는 말은 일과 자립이 곧 인간의 존엄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갈등은 생긴다. 자녀는 엄마가 지나치게 젊음을 좇아 애처롭게 보일까 걱정하지만, 하나는 끝내 “추레하게 나이 먹지 않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라고 말한다. 이는 겉멋을 위한 치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남편의 죽음을 지나며 그녀는 죽음과 삶의 무게를 더 깊이 실감한다. “부부는 보통 인연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은, 부모나 자식보다 더 오래 곁에 있는 존재로서 배우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동시에 하나는 고독을 정직하게 마주한다. 남편이 떠난 빈집에서 벌레조차 반가워하게 되는 순간, 삶의 덧없음을 절감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내 멋대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는 노년의 삶을 꾸며내지 않는다. 상실과 배신, 고독과 분노가 가감 없이 드러나지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끝내 자신답게 살아가려는 태도가 노년의 품위를 완성한다. 이 작품은 청년에게는 언젠가 맞이할 노년에 대한 준비를 묻고, 중년에게는 지금부터라도 자기답게 살 용기가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그리고 자녀 세대에게는 부모를 단순히 보호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존엄한 개인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일깨운다. 결국 이 책은 누구나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을 더 주체적으로, 나답게, 그리고 품위와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서교책방'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딱히 ‘평범‘에 맞출 필요 없잖아. 우린 어차피 죽을 거니까 내가 입고 싶은 걸 입으면 그만이야."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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