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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 문장을 다듬는 세 가지 글쓰기 원칙, 개정판
장순욱 지음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SNS와 메신저, 블로그가 일상 소통의 중심이 된 지금,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능력이 되었다. 논술이나 자기소개서는 물론, 업무 보고서와 메일까지 글은 평가와 기회를 좌우한다. 하지만 정작 글을 잘 쓰려 하면 막막하다. 글을 자주 쓰면 는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잘 쓴 글의 기준이 다르니 더 헷갈리기도 한다. 저자 장순욱도 같은 고민 끝에 깨달았다. 좋은 글이란 결국 군더더기를 걷어낸 간명한 문장의 집합이라는 점이다.
책은 글을 고치는 방법을 두 가지 비유로 설명한다. 하나는 성형수술이고, 다른 하나는 고춧가루 빼기다. 성형수술은 이상적인 모델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고치는 방식으로, 많은 글쓰기 책들이 이 길을 택했다.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벽이 높다. 반대로 고춧가루 빼기는 글 속 작은 버릇, 즉 나쁜 습관을 찾아내어 빼내는 방식이다. 하얀 치아 사이에 낀 빨간 조각처럼 군더더기는 쓰는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독자에게는 금세 드러난다. 저자는 이런 나쁜 습관을 오랫동안 모아 36가지로 정리했고, 그것을 고치는 방법을 보여준다.
핵심 원칙은 단순하다.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것이다. 반복된 표현을 지우고, 늘어진 구절을 줄이고, 어색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바꾸는 단순한 작업만으로도 글은 크게 달라진다. 이 과정을 저자는 ‘지줄바’라 부른다.
예를 들어,
원문: 병 속에 예쁜 유리구슬 3,900개를 넣고 주말마다 유리구슬을 하나씩 꺼낸다면
고친 문장: 병 속에 예쁜 유리구슬 3,900개를 넣고 주말마다 하나씩 꺼낸다면
같은 단어가 두 번 쓰였지만, 뒤의 ‘유리구슬’을 지워도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장이 더 간결해진다.
또 다른 예시도 있다.
원문: 국산품과 수입품의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수입품보다 가급적 국산품을 애용하도록 하자.
고친 문장: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수입품보다 국산품을 애용하자.
앞부분의 중복된 단어들을 덜어내면 문장이 매끄럽다.
문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원문: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고친 문장: 그는 전력으로 달렸다.
원문: 소극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결국 실패를 하게 되고 만다.
고친 문장: 소극적인 사람은 결국 실패한다.
불필요하게 늘어진 꼬리를 자르면 문장이 단단해지고 주장에 힘이 생긴다.
어색한 표현은 바꿔야 한다.
원문: 그 일이 처리되어졌다.
고친 문장: 그가 그 일을 처리했다.
원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고친 문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복되는 단어를 다른 표현으로 교체하는 것도 바꾸기의 방법이다.
원문: 중소기업들은 경험 없는 직원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직원의 성장 가능성은 줄어들고, 따라서 직원들은 더 나은 가능성을 찾아 회사 밖으로 떠난다.
고친 문장: 중소기업들은 경험 없는 사원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성장 가능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직원들은 더 나은 가능성을 찾아 회사 밖으로 떠난다.
세 번 반복된 ‘직원’을 각각 ‘사원’, ‘그들의’, ‘직원’으로 조정하니 문장이 훨씬 자연스럽다.
이 책은 이런 반복과 군더더기를 포함해 36가지 습관을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둘은 결국 웨딩마치를 울리면서 결혼했다”처럼 같은 의미를 두 번 쓰는 경우, “내 꿈은 훌륭한 기업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처럼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경우, “길이 막혀 내가 결혼식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끝나 있었다”처럼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어긋나는 경우가 그렇다. 원문과 고친 문장을 나란히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차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호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글을 읽다 숨이 막힌다면 그 문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기자들이 기사의 첫 문장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수십 번 고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문장은 길이보다 호흡으로 읽히기에, 글을 쓸 때는 50~70자 단위로 끊어 쓰는 것이 좋다.
이 책은 그저 원칙 제시에 그치지 않고, 문제 있는 문장을 보여주고 그것을 지우고 줄이고 바꿔 고친 뒤 왜 그렇게 했는지까지 설명한다. 독자는 이를 자기 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원고지 200매 분량의 긴 글을 써보라고 권하는데, 장문을 완주해 본 경험이 있어야 짧은 글쓰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남의 글을 읽을 때도 고춧가루를 찾아내는 눈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지우고 줄이는 일은 아끼던 표현을 버리는 일이다.
그러나 애착을 버려야 글이 산다. 저자는 완벽한 문장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말한다.
한 번 고쳤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야구 선수가 나쁜 투구 습관을 고치기 위해 수없이 연습하듯 글쓰기 습관도 반복으로만 교정된다.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는 글을 잘 쓰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글을 고치는 습관을 훈련하는 책이다. 36가지 나쁜 습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그것을 어떻게 교정해야 하는지 실제 예시로 제시한다.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단순한 원칙이지만 이를 반복해 습관화하면 글은 놀라울 만큼 달라진다.
완벽을 좇기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 자체가 글쓰기의 본질임을,
이 책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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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쥬리 @happiness_jury’님을 통해
‘더난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글을 잘 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성형수술과 고춧가루 빼기다. 성형수술은 예컨대 자기가 원하는 외모를 기준으로 모든 걸 개조하는 방식이다. 많은 종류의 글쓰기 책이 이와 유사했다. 실력이 출중한 저자들이 최고의 얼굴을 만드는 성형 기술을 알려줬다. 그대로 실천하면 누구나 완벽한 문필가가 돼 책도 낼 수 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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