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 - 관계에 배신당하는 당신을 위한 감정 브레이크 연습
하야시 겐타로 지음, 한주희 옮김 / 갤리온 / 2025년 7월
평점 :

하야시 켄타로의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품는 ‘기대’라는 감정이 어떻게 상처로 이어지고, 또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왜 저 사람은 저렇게밖에 못하지?”, “이번에는 잘될 줄 알았는데…” 같은 실망과 짜증이 사실은 내가 상대에게 품은 과도한 기대의 배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기대를 완전히 버리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다.
대신 지나친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기대를 다스리며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일화 중 하나는 20대 시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장 중 겪은 경험이다. 파리행 항공편이 몇 시간째 오지 않았고, 안내도 전혀 없었다. 일본 같았다면 항의와 불만으로 공항이 시끄러워졌을 상황이다. 그러나 현지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은 비행기가 안 뜨겠네”, “내일쯤 가려나?” 하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저자는 이 모습을 보고 “아, 이 사람들은 기대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구나”라고 깨달았다. 일본인에게 교통기관의 정확성은 당연한 기대였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대가 빗나가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대가 어긋났을 때 이를 즉시 분노로 바꾸지 않고, 상황 자체를 인정하며 태연하게 넘어가는 태도가 저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이 사례는 우리가 기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기대를 둘러싼 관계를 ‘기대를 거는 쪽’과 ‘기대를 받는 쪽’으로 설명한다.
기대를 거는 사람은 “이 정도는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라며 실망하고,
기대를 받는 사람은 “그렇게 멋대로 기대하면 어떡하라는 거야”라며 부담을 느낀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이 두 입장을 오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기대를 관리하는 능력이 곧 관계를 지키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기대를 품되, 그것을 상대와 공유하고 강도를 조절하며,
필요할 때는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방법 중 하나가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이다. 기대를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키우는 것은 풍선을 계속 부푸리는 것과 같다. 결국 한계에 이르면 터져버리고 만다. 따라서 기대는 머릿속에 두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으로, 말로 표현해야 한다. 또한 기대는 0 아니면 100의 절대치가 아니라, LED 조명의 밝기처럼 상대와 상황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언어의 압박이 지나치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해칠 수 있기에, 기대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저자는 기대를 관리하는 프레임워크로 ‘하이 드림, 미들 드림, 로 드림’을 제안한다.
하이 드림은 말 그대로 최선의 경우로, 이루어진다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수준의 기대다.
미들 드림은 현재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현실적 기대다.
로 드림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기대치다.
이 세 단계를 함께 설정해두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예상 범위 안에서 받아들이며 배신감과 분노는 줄어든다. 실제 사례로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모든 점장이 코칭 기술을 활용해 직원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점포 운영을 안정화하는 것”을 미들 드림으로,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그 에너지가 손님들에게까지 전달되는 매장”을 하이 드림으로, “점장 평판이 나빠지고 중도 퇴사자가 늘며 경영진에게 질책을 듣는 상황”을 로 드림으로 설정했다. 이렇게 기대의 범위를 함께 공유하면 목표가 분명해지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
책은 또한 기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의 말버릇을 짚는다. “했는데”, “일 거야”, “해야 해”, “당연해” 같은 말은 기대에 스스로 묶여 있음을 드러낸다. 결과가 기대와 달라졌을 때 “형편없군”, “말도 안 돼”, “어차피” 같은 표현이 튀어나오는 것도 기대에 지나치게 매여 있다는 증거다.
저자는 이런 말버릇을 줄이고, 대신 “그럴 수도 있겠네”, “새로운 관점이네” 같은 중립적 응답을 권한다. 이는 상대가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주고, 그만큼 상대의 기대를 파악하기 쉬워진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기대라는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현명하게 다루는 기술을 배우라고 권한다. 기대는 인간관계에서 때로는 상처의 원인이 되지만, 동시에 애정과 관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기대를 말로 정확히 표현하고, 강도를 조절하며 상·중·하의 단계로 나누어 관리한다면,
기대는 관계를 소진시키는 덫이 아니라 오히려 윤활유가 될 수 있다.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는 인간관계에 자주 지치고 상처받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서다.
이 책은 기대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기대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쥐는 법을 알려준다. 기대가 우리를 힘들게 할 때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을 떠올린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 삶 자체도 단단해지고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ㅡ
'갤리온(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POINT] 기대는 충동적으로 발생한다. 기대에는 ‘기대하는 쪽‘과 ’기대를 받는 쪽‘이 존재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천 번이고 기대한다. 기대의 정체는 상대를 향한 ‘바람‘이며, ’공존하고픈 마음‘이다. 타인의 기대를 받으면 마음속으로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헌신 욕구’가 발생한다. 기대는 잘 활용하면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 P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