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슬그림(김예슬) 지음 / 부크럼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그림의 그림책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를 읽으면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제목부터 마음을 간질이듯 다가왔고 책장을 펼칠수록 그 말이 정말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풍경 속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한 순간들을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

그림체는 밝고 귀엽다. 작고 디테일한 요소들—항상 그림마다 등장하는 고양이와 책장 사이에 떠다니는 달과 물고기—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발견의 기쁨을 준다.

특히 ‘그림 속 고양이 찾기 놀이’는 그림을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로,

고양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어느 문장에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가 말을 거는 것 같지 않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책하던 길에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다가오는 경우가 있었다.

만져 달라는 듯 손에 몸을 비비적 거리며 애교를 부리는 것 같다. 그러다가 간혹 얼굴을 빤히 쳐다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나에게 할말이 있는걸까? 하고 생각해본적이 있었다.

이 책의 문장이 그때의 기억을 소환시켜 주었다.

책 안의 문장들은 때로는 독백처럼 들리고, 또 어떤 때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상쾌한 봄을 가르며 함께 달려 볼까?”라는 말은 잔잔한 설렘을 전하고,

“모든 걱정은 바람에 실어 훌훌 털어 보내 봐”라는 문장은 다정한 위로가 된다.

글을 읽다 보면 어떤 글은 고양이와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 같다가,

어떤 글은 사랑했던 연인에게, 혹은 잠시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이 책의 장면들은 일상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 버스를 기다리며 상상에 잠기는 모습(정류장 벤치에 예쁜 매트를 깔고 차와 간식을 준비해 고양이와 함께하는 장면), 서점 책장 사이로 떠오르는 달, 숲속 나무집 주변을 유영하는 물고기들까지—모두 평범한 하루 속 작은 틈에서 피어나는 풍성한 환상들이다. “책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듯이 책 속엔 저마다 빛깔도 모양도 다른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 이 구절은 책을 단순한 읽을거리 이상으로, 상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하듯, 우리는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 위로와 즐거움을 만나게 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공상 습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카페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고백은, 작가의 일상 관찰이 어떻게 그림과 문장으로 재구성되었는지를 알게 한다. 독자 또한, 자신만의 작은 공상 지도를 그리게 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은 평범함의 재발견이다. 사진을 들고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 “보기 좋게 다듬어진 순간만이 좋은 사진은 아니더라. 조금은 평범해 보여도 우리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사진일지도 몰라”라는 문장은, 완벽함을 강요하는 현대의 시선에 부드러운 반기를 든다. 작고 덜 다듬어진 순간들도 충분히 아름답고, 오히려 그 진실함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는 메시지는 이 책이 끝까지 일관되게 전하는 가치다.

이 책은 환상적인 분위기와 느린 호흡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빠른 전개나 극적인 반전, 뚜렷한 교훈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독자일수록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늘 시간에 쫓기고, 조금만 속도를 늦춰도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즐기는 산책처럼, 천천히 글을 음미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느림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며, 읽을수록 마음에 차곡차곡 위안과 따뜻함이 쌓여 간다.

결론적으로,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공상에 젖고 싶은 모든 이에게 건네는 싶은 책이다. 그림과 글이 서로를 돋보이게 하며 평범한 하루를 꿈결처럼 환하게 만든다. 책을 덮은 뒤에도 문득문득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들—나무집의 물빛, 고양이의 눈빛, 책 속 물고기들의 유영—은 곧 현실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어쩐지 정말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을 남기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쉴 새 없이 달리던 차를 세우고 잠시 시동을 껐어.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나란히 누워 있다 보면
지루하기만 했던 자동차 안의 시간도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곤 해.
숨이 벅찰 땐 한 박자 쉬어도 괜찮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밤은 마음껏 쉬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있는데,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나의 살인계획』.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겠거니 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계획’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묘한 섬뜩함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주인공 다치바나는 문학 편집자로 오래 일해온 사람이다. 신인을 발굴하고, 기획을 통과시키고, 작가와 마감 사이에서 씨름하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흥미로운 건 그가 편집자라는 본업 외에도 ‘소설가bot’이라는 SNS 계정을 만들어 글을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스로도 글을 써야 더 좋은 편집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그는 그렇게 일과 글쓰기 사이를 오가며, 출판계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잘 나가던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면서, 그가 애써 쌓아온 길은 순식간에 끊겨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 정체 모를 한 통의 원고가 도착한다. 처음에는 그저 또 다른 투고 원고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살인 예고가 적혀 있었다. 농담인가 싶어 넘기려 했지만, 원고 속에는 날짜가 있었고, 구체적인 경고가 이어졌다. 농담이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다치바나의 불안에 동화됐다. 그가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기록하는 문장들이, 오히려 더 큰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오늘은 이렇게 준비했다”는 그의 말투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등골이 서늘했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일기 속에 내가 공범처럼 함께 휘말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야기의 시점은 계속 바뀐다. 다치바나의 시선에서 시작했다가, 미사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또 때로는 범인의 기록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이 사람이 범인일까, 아니면 저 사람이 범인일까. 의심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심지어 처음엔 순수하다고 여겼던 인물들까지 의심하게 되면서, 책장을 넘기는 내 마음도 덩달아 예민해졌다.


특히 미사라는 인물은 참 복잡하다. 그녀의 삶은 시궁창에 가까웠다. 사랑받지 못한 채, 사회적 시선과 왜곡된 가치 속에서 자란 그녀는 결국 ‘예뻐야만 살아남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성형수술 비용을 모으기 위해 몸부림치며,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녀의 방식을 따라할 생각은 없지만, 목표를 위해 불가능할 정도로 몰입하고, 결국 성취하는 과정은 묘한 매력을 지닌다. 한편으론 그 열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을 읽다 보면 순간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살인 장면이 묘사될 때는 글자만으로도 현장이 눈앞에 그려져서, 숨소리조차 삼키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범인에게 들킬까 봐 내가 스스로 긴장하는 이상한 체험이었다. 정말이지 “심장아, 나대지 마”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중간중간 나를 멈춰 세우는 문장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편집자의 세계를 그린 부분은 실제로 출판 일을 엿보는 듯 흥미로웠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 기획과 마감의 싸움, 그리고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을 거치는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또 미사의 시선에서는 ‘루키즘(외모 지상주의)’이나 ‘에이지즘(나이 차별)’ 같은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그냥 개념어로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녀의 삶을 파고든 진짜 현실로서 다가온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긴장은 더 고조된다. 앞부분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이 하나씩 연결되며 큰 그림이 완성된다. 그때 느낀 충격은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통쾌함과 함께 온다. 나는 책장을 덮고도 오래도록 그 장면들을 되새겼다.


『나의 살인계획』은 오싹한 이야기만을 남기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상처와 왜곡된 철학은 불편하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범죄는 멀리 있지 않다”는 메시지가 은근히 스며든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마음속에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평범한 하루는 어디까지 안전한가?” 원고라는 익숙한 것이 살인 예고로 바뀌는 순간처럼, 우리의 일상도 언제든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나는 원래 무서운 이야기를 잘 읽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긴장되는데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무섭다고 피하기만 했던 내가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빠져든 소설. 읽는 내내 긴장이 몰려왔지만, 동시에 몰입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다. 아마도 이게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반타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나타내는 인격은 결국 살아오면서 보고 느끼고 결험하고 생각한 것들이다.
모든 경험이 그 사람의 성격이 되고, 가치관이 되고, 인격이 된다.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에 관한 7가지 착각 - 지금까지의 공식 따윈 버리고, 새로운 부의 전략을 세워라!
롭 딕스 지음, 송이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축만이 답인가? NO!”

“우리가 믿어온 상식이 착각일 수 있다”

“전략보다 사고방식부터 바꾸는 책”

딕스의 『돈에 관한 7가지 착각』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믿어온 ‘돈에 대한 상식’을 차례로 불러내어 그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불완전하거나 시대착오적인지 묻는 책이다. 저자는 저축, 조기 은퇴, 원금 보장, 내 집 마련, 복리, 분산 투자, 위험 회피라는 일곱 가지 주제를 각각 ‘착각’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재무적 자유를 가로막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경제·투자 조언서 같지만, 읽다 보면 돈을 다루는 태도,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 나아가 삶을 설계하는 사고방식 전반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책의 첫 번째 주제는 저축이다. 많은 이들이 ‘열심히 모으면 부자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저자는 오늘날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단순 저축만으로는 결코 구매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돈이 나를 위해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금흐름 관리, 자산 배치, 레버리지를 활용한 전략이 단순 저축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덜 쓰는 삶’이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하는 삶’에 더 가깝다. 어떤 책에서는 저축만이 답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 파트에서는 단순한 저축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해, 기존의 생각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조기 은퇴(FIRE-파이어족) 열풍에 대한 반박이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은퇴를 꿈꾸지만, 저자는 은퇴가 곧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산이 있다고 해서 의미 있는 삶이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일과 수입의 총량을 줄이는 대신, 일의 성격과 질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조기 은퇴가 아니라 자율적이고 유연한 노동 형태로의 전환이 더 현실적인 길이라는 것이다. 이 파트는 기존에 내가 일을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 번째는 손실 최소화에 대한 집착이다. 우리는 원금을 보장받는 상품을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을 감수하지 않고는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없다. 따라서 위험을 무조건 피하는 대신 관리 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네 번째 주제인 내 집 마련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이 부분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극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ㅡ이르면 나같은 사람^^;ㅡ에게 명치를 한대 제대로 후려 친 느낌의 내용이었다. 앞으로 집값이 영원히 오른다는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때로는 임차가 더 유연하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다섯 번째로 저자는 ‘복리의 마법’을 맹신하지 말라고 말한다. 복리는 분명 위대한 힘이지만, 작은 자본과 짧은 시간으로는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 따라서 복리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소득 증대와 현금흐름 확보가 먼저다.

여섯 번째, 분산 투자는 안전하지만 결국 평균에 머무르게 한다. 그는 “안심하려면 분산, 부자가 되려면 집중”이라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요약한다. 단, 여기서 말하는 집중은 무모한 투자가 아니라, 자신이 경쟁 우위를 갖춘 영역에 전략적으로 힘을 싣는 것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착각은 ‘위험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태도다. 저자는 위험을 적이 아니라 동반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금흐름의 안정성, 시간, 지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관리 가능한 위험’은 오히려 기회를 넓혀준다. 특히 인적 자본—지식과 기술, 평판, 관계—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상식을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각 장마다 독자가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점검표와 실행 단계가 마련되어 있어, 읽고 나면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상식을 흔들면서도 당장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소극적인 성향의 사람이라면 모든 내용을 즉각 실천하기에는 다소 망설여질 수 있고, 결국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 나가야 할 것 같다.

『돈에 관한 7가지 착각』은 단순한 재테크 기술서가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태도를 전환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절약을 더하고, 위험을 덜어라”는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 현금흐름 관리·소득 증대·전략적 집중·완충 자산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라고 권한다. 낡은 상식의 위안 대신, 불확실한 시대에도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동기부여서를 넘어 개인의 재무 지도를 다시 그리게 만드는 실질적인 안내서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돈에 관한 착각은 단순한 재무적 오해가 아니라, 삶 전체를 규정하는 사고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적 관점은 때로는 불편하고 도발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내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지금까지의 습관과 선택을 점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충분히 값어치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브 센스 - 소진된 일상에서 행복을 되찾는 마음 회복법
그레첸 루빈 지음, 김잔디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레첸 루빈의 『Life in Five Senses』는 “행복은 지금-여기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하지만 오래된 명제를, 우리가 태어나 가장 먼저 체험하는 오감이라는 도구로 다시 확인해가는 책이다.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어느 날 흰자위가 충혈되고 속눈썹이 붙어 불편함을 느껴, 미루던 안과를 찾는다. 별것 아닌 검사였지만 의사는 “망막이 박리될 위험이 있으니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라”는 진단을 남겼다. 최근 친구가 망막 박리로 시력을 잃은 일이 겹쳐지면서, 병원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때 처음으로 시력이 얼마나 당연하게 여겨져 왔는지 자각했다.

뉴욕 거리를 걸으며 ‘이 풍경이 흐려지고, 사라진다면?’이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불안이 오히려 감각을 깨웠다. 색과 소리, 냄새와 바람이 한꺼번에 몰려오며 지금 이 몸과 감각이 영원하지 않다는 진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바로 그 자리에서 그는 행복을 추상적 감정이 아닌 오감의 경험으로 풀어내기 시작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행복 연구자로서 ‘자기 이해’를 탐구해왔다.

“나는 누구에게 부러움을 느끼는가?”, “열 살 때 무엇을 좋아했는가?”, “지금 내 가치관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1분 규칙’이나 ‘소소한 기념일 챙기기’ 같은 작은 실천을 꾸준히 실험했다. 그러나 안과 사건 이후 그는 깨닫는다. 몸과 오감을 통하지 않는 행복은 공허하고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이라는 전통적 다섯 감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기본 감각에만 머물지 않는다. 몸의 위치를 아는 고유수용성 감각, 균형을 유지하는 평형 감각, 배고픔과 심장 박동을 알아차리는 내부수용 감각까지 확장해 다룬다.

뇌가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소모한다는 사실, 감각 정보를 통합해 인지를 형성하는 원리, 시각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추론, 한 감각이 줄어들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지는 보상 작용 같은 기본 지식도 일상 속 사례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예컨대,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간판을 읽고 간식을 먹으며 대화까지 나누는 순간은 뇌의 정교한 협응을 보여주고, 라즈베리 한 알을 맛보는 경험은 미각·후각·촉각이 동시에 작동해 하나의 온전한 경험으로 융합되는 감각 통합을 증명한다.

책은 감각의 개인차를 정중히 다룬다.

어떤 사람은 향에 민감하고, 누군가는 소음에 쉽게 압도되며, 다른 이는 촉감 자극으로 안정을 얻는다. 적녹 색약이나 후각 둔감, 글자에서 색을 보거나 음악에서 움직임을 느끼는 공감각까지—감각은 사람마다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이 차이를 인정하면 가정과 직장에서 서로의 민감도를 더 잘 존중할 수 있다. “내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상대에게는 크게 들릴 수 있다”는 단순한 인식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누그러진다.

본문 중 특히 시각 장은 밀도가 높다.

저자는 지하철에서 역 안내판은 보지만 사람들의 얼굴이나 패션은 무심히 지나쳤다는 고백과 함께 앤디 워홀의 말을 인용한다. “아무도 정말로 무언가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뇌는 모든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충돌할 경우 주로 시각이 우세하다. ‘맥거크 효과’처럼 듣는 말보다 보이는 입 모양에 따라 인식이 바뀌는 현상이 그 증거다. 동시에 시각은 취약하다. 눈앞의 고릴라조차 보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 필요할 때만 특정 정보를 드러내는 뇌의 편집 기능 등이 그렇다. 특히 인류가 얼굴을 인식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설명은 인상적이다. 우리는 수천 명의 얼굴을 구별하고, 감정을 해석하며,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얼굴까지 본다. 달 표면이나 구운 샌드위치에서 얼굴을 보는 ‘파레이돌리아’가 그 예다. 얼굴은 인식과 의미 부여의 출발점이자 생명의 상징이 된다.

청각은 주의를 묶어두는 강력한 감각이다. 루빈은 자신만의 ‘오디오 약상자’를 만들어 피곤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회복을 돕는 음악을 준비한다. 이는 추상적 명상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몸과 감정을 조율하는 실질적 방법이다.

후각은 기억과 감정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는 ‘향기 노트’를 만들어 특정 냄새를 기록하고 과거의 순간과 연결한다. 향기는 변연계를 직접 자극해 오래된 기억까지 불러올 수 있다.

촉각은 안정과 친밀감을 주는 감각이다. 가족과 포옹하거나 반려견을 쓰다듬는 순간, 혹은 엘리베이터 버튼의 차가운 금속성에서조차 작은 감각의 힘을 발견한다.

미각은 가장 직접적이고 복합적인 감각이다. 라즈베리 한 알을 통해 미각·후각·촉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통합 경험을 강조한다.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은 미술관 장면이다.

루빈은 큐레이터 세라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거닐며 ‘제대로 본다’는 경험을 배운다. 오라치오 보르지아니의 자화상 앞에서, 화가는 거울 속 자신을 그리고 관객은 그의 뒷모습과 미완의 캔버스를 본다. 이는 보는 행위와 창작 행위 자체를 성찰하게 만든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에서는 촛불이 목덜미에 비친 순간을 통해 세속과 단절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넥타네보 2세를 보호하는 호루스 조각상은 신과 인간의 규모 차이를 통해 신성함과 보호의 감각을 전달한다. 이런 감상은 감각을 새롭게 훈련하는 일이 곧 세상을 새롭게 보는 훈련임을 증명한다.

이 책의 매력은 읽고 나면 당장 해볼 것들이 많다는 데 있다.

루빈은 거대한 프로젝트 대신 작고 구체적인 실험을 권한다. 한 번의 산책을 ‘색깔’만 보며 걷고, 하루를 ‘소리’만으로 기록하며, 나만의 ‘향기 노트’를 만들어 기억과 감정을 연결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감 초상화’로 묘사하는 놀이도 소개한다. 이런 장치들은 마음챙김을 추상적 수련이 아니라 생활 기술로 바꿔준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내 일상의 ‘전경 감각’과 ‘배경 감각’을 나눠 보게 되었다. 주로 시각과 후각에 치중하고, 청각과 촉각은 배경으로 밀려 있지 않았나 돌아본다. 몰입을 방해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운전할 때 라디오를 끄는 습관처럼, 감각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작은 행위가 집중의 질을 바꾸기도 한다.

각 장마다 실린 그림과 조각 작품도 인상적이다. 본문 글을 접하기 전에 저자의 취향이 묻어나는 큐레이션은 감각을 미리 깨워 주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작품을 보면 시각이 먼저 열리고, 제목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 작품의 시대와 재료를 떠올리며 후각·촉각·미각까지 기억 속에서 자연스레 깨어난다.

물론 이 책은 최신 신경과학의 깊이를 파고드는 ‘이론서’가 아니다. 에세이와 생활 실험의 경계에 있다. 그래서 기대치를 바로 세우면 더 잘 읽힌다. 엄밀한 데이터보다는 ‘생활을 바꾸는 구체적 행동’에, 대단한 각성보다는 ‘매일의 선명도’를 한 칸 올리는 데 집중한다. 아침에 문을 열며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 엘리베이터 버튼의 금속성, 퇴근길 도로에 깔리는 햇빛의 색온도를 의식하는 것—그 정도만으로도 하루의 밀도는 달라진다.

저자처럼 ‘망막 박리’라는 단어 하나에 온몸이 얼어붙었던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언젠가 후회할 몸의 감각을 미루지 않고 지금 돌보는 일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빠른 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해야 할 일(To do)만이 아니라 ‘느낄 일(To feel)’도 함께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본 붉은색 하나, 맡은 냄새 하나, 들은 소리 하나, 느낀 온기 하나, 맛본 음식 하나 등.

작은 기록이지만 하루가 더 넉넉하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간다.

『Life in Five Senses』는 결국 우리 몸의 감각을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법을 알려 주며,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바꾸어 주는 친절한 사용 설명서다.

'북플레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굴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패턴은 얼굴 인식을 전문으로 하는 시각 체계에 해당하는 뇌의 방추상 얼굴 영역(fusiform face area)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는 얼굴을 열심히 찾아다니기 때문에 존재하지도 않는 얼굴을 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하며, 달 표면에서 사람 얼굴을 보거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에서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본다는 식이다(이 샌드위치는 2만 8천 달러에 팔렸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나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한쌍의 얼굴이 불안한 표정으로 "세상에, 어떡해!"라고 물하는 듯하다. - P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구름을 ‘배경’에서 주인공으로 끌어냈다.

읽기 전과 읽은 후의 하늘이 다르게 느껴지게 만드는 신기한 책이다.

헤르만 헤세는 구름을 기상 현상으로 설명하기보다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핵심 이미지는 당연 ‘구름’이다.

헤세는 구름을 기억 속 화가들의 그림과 겹쳐 읽는다.

세간티니의 구름은 무게감과 엄숙함이,

호들러의 구름은 안개 같은 가벼움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구름의 여러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구름은 그냥 장식이 아니다.

감정과 생각을 깨우는 존재다.

구름이 움직이면 하늘은 살아 있는 공간이 되고,

그 속에서 내가 어디 서 있는지도 분명해진다.

하늘은 멀지 않다. 지금 곁에 있다.

헤세는 구름의 가치를 ‘움직임’에서 찾는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솟았다가 사라지는 그 변화 자체가 살아 있음의 표시다. 그래서 그는 하나의 정답을 붙잡기보다, 변하는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그대로 지나가게 둔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걱정도 결국은 움직이고 변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문장은 간결하지만 생각은 깊다. 삶과 죽음, 고독과 존재 같은 큰 주제를 헤세는 일상의 말로 풀어낸다.

구름 그림자가 언덕을 넘듯, 사유도 가볍게 옮겨간다.

그래서 이 산문집은 위로의 문구를 늘어놓기보다 위로에 닿는 길을 보여준다.

창문을 열고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몇 초의 습관이 하루의 호흡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파울 튀러는, 헤세는 데뷔 때부터 만년까지 구름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구름의 움직임과 빛, 가림과 펼침을 억지로 규정하지 않고 그저 오래 보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헤세의 구름은 설명이 아니라 체험이다. 이 생각으로 읽으면 각 산문이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연결된다.

내게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하늘은 구름 덕분에 우리 곁으로 내려온다”이다.

도시에선 하늘이 대개 건물 뒤의 배경일 뿐이다. 그런데 구름이 움직이는 순간, 멀게만 느껴지던 하늘이 내가 서 있는 공간과 연결되고, 더 이상 배경이 아닌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일부가 된다.

이 책의 핵심은 ‘보는 법의 훈련’이다. 구름처럼 삶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붙잡아 통제하려 하기보다, 흐름을 인정하고 잠시 바라볼 때, 지금-여기를 회복하고 마음의 균형을 찾게 해준다.

결국, 구름을 보듯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바라보는 시선이, 하루를 더욱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다.

'도서출판 열림원'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구름은 빛과 어둠, 바람과 따뜻함을 우리와 공유한다. 그것들은 다른 세계가 아니라 우리 세계에 속하고, 우리가 이해하고 우리 자신도 동시에 느끼는 법칙에 따라 우리 눈앞에서 생겨나서 사라지고, 끝없이 땅으로 돌아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