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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슬그림(김예슬) 지음 / 부크럼 / 2025년 9월
평점 :

슬그림의 그림책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를 읽으면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제목부터 마음을 간질이듯 다가왔고 책장을 펼칠수록 그 말이 정말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풍경 속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한 순간들을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
그림체는 밝고 귀엽다. 작고 디테일한 요소들—항상 그림마다 등장하는 고양이와 책장 사이에 떠다니는 달과 물고기—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발견의 기쁨을 준다.
특히 ‘그림 속 고양이 찾기 놀이’는 그림을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로,
고양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어느 문장에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가 말을 거는 것 같지 않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책하던 길에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다가오는 경우가 있었다.
만져 달라는 듯 손에 몸을 비비적 거리며 애교를 부리는 것 같다. 그러다가 간혹 얼굴을 빤히 쳐다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나에게 할말이 있는걸까? 하고 생각해본적이 있었다.
이 책의 문장이 그때의 기억을 소환시켜 주었다.
책 안의 문장들은 때로는 독백처럼 들리고, 또 어떤 때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상쾌한 봄을 가르며 함께 달려 볼까?”라는 말은 잔잔한 설렘을 전하고,
“모든 걱정은 바람에 실어 훌훌 털어 보내 봐”라는 문장은 다정한 위로가 된다.
글을 읽다 보면 어떤 글은 고양이와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 같다가,
어떤 글은 사랑했던 연인에게, 혹은 잠시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이 책의 장면들은 일상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 버스를 기다리며 상상에 잠기는 모습(정류장 벤치에 예쁜 매트를 깔고 차와 간식을 준비해 고양이와 함께하는 장면), 서점 책장 사이로 떠오르는 달, 숲속 나무집 주변을 유영하는 물고기들까지—모두 평범한 하루 속 작은 틈에서 피어나는 풍성한 환상들이다. “책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듯이 책 속엔 저마다 빛깔도 모양도 다른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 이 구절은 책을 단순한 읽을거리 이상으로, 상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하듯, 우리는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 위로와 즐거움을 만나게 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공상 습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카페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고백은, 작가의 일상 관찰이 어떻게 그림과 문장으로 재구성되었는지를 알게 한다. 독자 또한, 자신만의 작은 공상 지도를 그리게 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은 평범함의 재발견이다. 사진을 들고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 “보기 좋게 다듬어진 순간만이 좋은 사진은 아니더라. 조금은 평범해 보여도 우리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사진일지도 몰라”라는 문장은, 완벽함을 강요하는 현대의 시선에 부드러운 반기를 든다. 작고 덜 다듬어진 순간들도 충분히 아름답고, 오히려 그 진실함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는 메시지는 이 책이 끝까지 일관되게 전하는 가치다.
이 책은 환상적인 분위기와 느린 호흡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빠른 전개나 극적인 반전, 뚜렷한 교훈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독자일수록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늘 시간에 쫓기고, 조금만 속도를 늦춰도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즐기는 산책처럼, 천천히 글을 음미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느림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며, 읽을수록 마음에 차곡차곡 위안과 따뜻함이 쌓여 간다.
결론적으로,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공상에 젖고 싶은 모든 이에게 건네는 싶은 책이다. 그림과 글이 서로를 돋보이게 하며 평범한 하루를 꿈결처럼 환하게 만든다. 책을 덮은 뒤에도 문득문득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들—나무집의 물빛, 고양이의 눈빛, 책 속 물고기들의 유영—은 곧 현실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어쩐지 정말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을 남기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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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쉴 새 없이 달리던 차를 세우고 잠시 시동을 껐어.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나란히 누워 있다 보면 지루하기만 했던 자동차 안의 시간도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곤 해. 숨이 벅찰 땐 한 박자 쉬어도 괜찮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밤은 마음껏 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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