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 - 일과 삶에서 나를 증명하고 성장하는 보고의 기술
김은애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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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애의 『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는 보고를 ‘상사에게 올리는 형식’이 아니라 일을 움직이고 성과를 만드는 언어로 다시 정의한다. 짧은 한 문장이 누군가의 판단을 움직이고, 또 다른 한 문장이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AI가 문서를 대신 써 주는 시대에도 마지막 판단과 실행을 이끄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고 말한다. 기계가 데이터를 모으고 그려 준다면, 사람은 그 데이터에 맥락을 붙이고 의미를 만들어 가야할 방향을 제안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보고는 그저 말로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함께 정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언어다. 보고 양식, 회의 포맷, 의사결정 기준표 같은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사람 사이의 소통을 구조화해 오류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

이 책은 보고의 변천을 따라 오늘의 과제를 보여 준다. 산업화 이전의 비공식 보고에서 출발해, 테일러·포드식 위계 조직의 일방향 보고, 워드프로세서와 표준 양식이 주도한 문서 중심 보고, 인터넷 이후 실시간 협업 기반의 보고로 흐름이 바뀌어 왔다. 그리고 2020년대, AI가 표와 그래프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지금 보고의 무게중심은 ‘팩트를 나열하는 사람’에서 ‘팩트를 해석하고 길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옮겨 갔다. IT는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와 규칙 기반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AI는 데이터에서 학습해 패턴을 발견하며 예측과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고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고, 그 결정을 조직 안에서 통과시키는 언어가 바로 보고다. 그래서 좋은 보고자는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옮겨 적지 않고, 맥락과 한계를 점검하고, 조직의 상황에 맞는 옵션과 추천안을 책임 있게 제시해야 한다.

보고의 힘은 텍스트에서 나온다. 말은 빠르고 상호작용에 강하지만, 글은 생각을 구조로 고정해 실행력을 만들어 준다. 결론과 근거, 그리고 다음 행동이 한눈에 정리된 보고서일수록 조직은 더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때 저자는 “셰프의 비유”로 생각을 다듬는 방법을 설명한다. 쉽게 말해 사고방식은 문제를 보는 ‘눈’이다. 같은 현상을 앞에 두고도 어떤 조직은 ‘규정을 어길 위험’을 먼저 떠올리고, 어떤 조직은 ‘시도해 볼 기회’를 먼저 본다. 이 눈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경험과 훈련으로 형성되고 바뀌는 습관이다. 다른 부서와 함께 일하며 관점을 섞고, MECE와 피라미드처럼 겹치지 않게 쪼개어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동료의 피드백과 멘토링을 받으며, 일이 끝난 뒤 “왜 그 판단을 했는가,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가”를 짧게 기록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사고의 과정은 문제를 단계별로 풀어 가는 방법이다. 보고는 보통 문제 정의 → 현황 진단 → 원인 분석 → 대안 설계 → 의사결정·실행 → 피드백의 6단계로 진행한다.

이 순서를 따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는 것’에서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할지 정하고 움직이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학생의 예로 바꿔 보면 더 쉽다. 점수가 떨어졌다면, 그냥 “성적이 낮다”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떤 과목·어떤 단원에서 왜 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하고(진단), 공부법이나 보충 방법의 선택지를 비교해 본다(대안). 그리고 이번 주에 무엇을, 누구와, 언제 할지를 정해 실천한다(의사결정·실행). 끝으로 결과를 점검해 잘된 점·고칠 점을 정리하고 다음 계획에 반영한다(피드백).

요약하면, 무엇이 문제냐 → 지금 상태는 어떠냐 → 왜 그랬냐 → 어떻게 고칠까 → 바로 실행하자 → 결과를 보고 다시 개선하자의 흐름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보고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료 정리 습관이다. 일관된 파일 이름, 정돈된 폴더 트리, 회의 후 산출물 정리 같은 기본기가 쌓일수록 보고는 요행이 아니라 리듬이 된다. 의료 현장의 SOAP 노트(S·O·A·P)를 차용한 구조화도 유용하다. 상황/주관적 진술→객관적 데이터→종합 판단→다음 계획의 네 칸을 보고에 이식하면 “무엇이 일어났는가—왜 그런가—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빠짐없이 이어진다.

사고를 더 깊게 열어 주는 장치로 책은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권한다. 좋은 보고는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향한 질문을 던져 상대가 스스로 본질에 닿도록 한다. 핵심을 못 본 보고는 상대에게도 핵심을 건네지 못한다. 구두 보고에서는 내용 못지않게 태도가 중요하다. “보고는 말보다 얼굴이 먼저 도착한다”는 말처럼 준비·자신감·진정성은 표정과 자세, 목소리의 리듬으로 먼저 전달된다. 결론을 말할 때 한 박자 천천히, 낮은 톤으로 시작하면 신뢰가 붙는다.

또한, 보고는 위아래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다.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에는 먼저 아는 사람이 먼저 보고해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이다. 말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을 때 보고는 빨라지고 정확해지며 협업과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후반부의 ‘스티브 잡스 보고법’은 본질만 남기는 단순화를 강조한다. “단순성은 최고의 세련됨”이라는 다빈치의 문장처럼 쉽게 쓴다는 것은 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핵심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의 보고는 과거처럼 원인(WHY)만 길게 파지 않고, 실행(HOW)까지 한 장 안에 담아야 한다. 배경·원인을 짚되, 가능한 대안, 기대효과, 우선순위, 일정, 책임자, 리스크와 완화책을 나란히 제시하면 회의는 토론이 아니라 선택과 합의로 바뀐다.

보고는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긴장과 불편함이 있는 상황에서 말을 건네야 하기에, 표현 하나에도 배려와 조율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정 부서만 아는 약어와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 말고, 상대의 이해 수준을 가늠해 공통 언어로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설득이 불필요한 마찰 없이 더 빠르고 부드럽게 통과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보고는 일을 마무리짓는 절차가 아니라, 판단을 모으고 실행을 움직이는 ‘일의 결정체’다. AI가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할수록, 보고자는 숫자에서 의미를 뽑아 맥락을 설명하고 실행으로 연결해야 한다. 즉, 명료한 구조(결론–근거–다음 행동), 본질을 겨냥한 질문, 공통 언어로의 설계가 오늘의 보고 역량이며, 이것이 개인의 신뢰와 조직의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탁월함이다.


'블랙피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보고의 목적이 ‘의사 결정‘이라면 보고의 본질은 ’효과적인 전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받는 대상이 쉽게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작성되어야 효과적으로 전달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간결함Conciseness과 명료함Clarity이 제일 중요합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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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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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밤, 서울에서 당시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국 전체가 떠들썩 해지고 비상사태로 돌입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로 거리로 나와 반대 의사를 밝혔고, 국회가 움직였고, 헌법기관도 즉시 움직였다. 며칠 뒤에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탄핵 절차가 진행되었고, 선거를 거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시간이 지났고, 겉으로 보면 위기를 넘긴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과연 여기서 끝난 것이 맞을까?란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차근차근 따져 봐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사건을 한 사람의 실수로만 보지 않는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2025년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여러 주체가 얽혀 있다. 군 일부는 계엄 해제와 탄핵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고, 몇몇 국무위원은 헌정 회복에 소극적이었다. 거리에서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모임이 이어졌고, 법원을 겨냥한 강한 선동도 퍼졌다. 이런 장면을 함께 보면, 문제를 한 개인의 성격이나 한 번의 실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사회 곳곳에 이미 문제로 쌓여 있던 약한 부분들이 있었고, 그게 이번 일을 통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보여 준 연대의 힘을 보여 준다. 2016년 겨울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2024년 겨울에는 응원봉을 들고 다시 광장에 섰다. 많은 시민이 비폭력과 질서를 지키려고 애썼다. 이 힘이 위기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광장에서 모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집, 학교, 직장, 종교 공동체, 온라인 공간에서의 말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다음 위기 때도 안전하게 막아 낼 수 있다.

지역 이야기는 특히 쉽게 와닿는다. 서울만 움직인 게 아니었다. 강원, 대구, 부산, 광주, 대전도 각자 처한 상황이 달랐고 그에 맞게 움직였다. 흔히 전국 평균이라는 숫자로 모든 걸 판단하지만, 지역마다 사는 사람들의 형편과 기억이 다르기 때문에 위기 때는 그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지역의 목소리를 따로 듣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국 평균만 보면 편하긴 하지만, 그 사이에 숨은 지역의 차이를 놓치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극우의 성장도 차분하게 설명한다. 반공주의, 뉴라이트, 일부 개신교 영향이 합쳐지고,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를 빠르게 퍼뜨린다. 능력주의가 만든 박탈감과 분노가 여기에 붙을 때 동원이 쉬워진다.

또한, 이 책은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주변과 끊기고 혼자서 화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혐오 표현은 거칠어지고 폭력은 가까워진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폭력과 혐오에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동시에 혼자 남지 않게 동네 모임, 학교의 토론 수업, 직장의 대화 규칙, 예배나 강연의 주제 같은 생활 속 장치를 늘리는 것이다.

엘리트 카르텔 문제도 피해 갈 수 없다. 사법, 관료, 군, 재벌 사이의 끈끈한 인맥과 관행이 민주주의의 통제 장치를 무디게 만들 수 있다. 전관예우, 회전문 인사 같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952년 5월 25일 한국전쟁 중 부산 등지에 계엄을 선포했던 이승만, 1972년 10월 17일 전국에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사실상 해산했던 박정희의 사례를 떠올리면, 권력이 제도를 자기 쪽으로 당기려는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시도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 문제를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돌아보자고 말한다. 민주화 이후의 정부들도 이 끈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인사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고, 이해충돌을 막는 규칙을 강화하고, 임명직 권한을 견제하는 제도를 촘촘하게 만들자는 제안을 낸다.

군의 문민통제도 다시 손봐야 한다. 일부 수뇌부의 동조와 다수 하급의 거부가 엇갈렸던 며칠을 보면, 평소에 당연하다고 여겼던 장치가 실제 위기에서는 흔들릴 수 있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법에 분명히 쓰고, 계엄 절차의 단계와 책임을 세세하게 정하고, 지휘 라인을 견제하는 방법을 보강해야 한다. 외교와 안보 이슈가 국내 정치 동원에 쓰이는 관행, 이른바 북한 문제를 이용해 여론을 흔드는 정치 방식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군이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정치도 안보 문제를 자기 이익에 이용하지 못한다.

법원을 향한 폭력은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아야 이해된다. 1958년에 법원 내부에서 판결을 두고 소란이 있었던 일은 그 자체로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2025년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훨씬 더 심한 폭력이 벌어졌다. 책은 이런 반복을 막으려면 사법 독립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건 배당을 투명하게 하고, 법원 보안을 강화하고, 판결을 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작은 제도가 모여 신뢰를 만든다.

미디어와 교육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어떤 내용을 자주 보여 주는지 공개하고 책임지게 해야 한다.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 언론의 기반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사실 확인 습관을 기르고, 토론 규칙을 배우고, 서로 다른 의견을 안전하게 다루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기술은 교양 과목이 아니라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기다.

선거 제도와 정당 구조도 손볼 부분이 많다.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의 조합을 점검해 대표성을 높이고, 정당 내부 민주주의를 강화해 공천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표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당장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시도는 우연이 아니라 여러 고리가 맞물린 결과라는 점이다. 시민의 저항이 위기를 막아낸 것은 사실이다. 이제 그 힘을 제도와 일상으로 옮겨야 한다. 전관예우를 줄이고(퇴직한 판사·검사나 고위 공무원이 예전 동료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지 못하게 하고), 회전문 인사를 막고(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번갈아 오가며 이해충돌을 만드는 인사를 끊고), 군의 문민통제를 법과 관행으로 강화하고(군이 민간의 통제를 확실히 받도록 규정과 실제 운영을 더 단단히 하고), 플랫폼과 언론의 책임을 세운다(유튜브·SNS·언론이 허위정보와 선동을 퍼뜨리지 못하게 규칙과 책임을 분명히 한다). 또한, 학교와 직장에서 토론의 규칙을 생활화하고, 지역마다 다른 조건을 인정해 맞춤형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분노로 끝내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체념 대신 방법을 찾는 태도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사이드웨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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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게이트 대학 존스턴(M. Johnston) 교수는 국가별 부패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1단계는 ’독재형(Official Moguls) 부패‘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정치 후진국에서 주로 나타난다.
2단계는 ‘족벌형(Oligarchs and Clans) 부패’이다. ‘독재형 부패’와 같은 후진국형 부패로, 러시아, 필리핀 등에서 나타난다.
3단계인 ’엘리트 카르텔형(Elite Cartel) 부패‘는 인맥을 중시하는 문화가 또렷한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난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 대기업 임원과 언론인 등 이른바 엘리트들이 학연,지연으로 뭉쳐 권력 유지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서 부패 행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4단계는 ’시장 로비형(Influence Markets)‘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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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그랜트의 생각 수업 -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지음, 정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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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는 힘은 오늘의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애덤 그랜트의 『애덤 그랜트의 생각 수업(Think Again)』은 그 조금씩을 어떻게 매일의 습관으로 만들지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신념을 정답인 양 못 박고, 남의 말에선 흠부터 찾으려 하고, 눈치를 보느라 생각이 굳어 버린다. 이런 습관은 판단을 닫아 두게 만든다. 닫힌 판단을 열어 두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의견을 확정이 아니라 잠정적 결론으로 다루는 일이다. 새 근거가 나타나면 가설을 업데이트하듯 고집을 내려놓고 고쳐 쓰는 것이 다시 생각하는 연습이다.

이 책에서 유익한 지점은, 후회를 줄이는 방법을 감성적 위로로 끝내지 않고 기술로 다룬다는 데 있다.

저자는 과거를 붙잡는 ‘반추’와 다음을 바꾸는 ‘성찰’을 분명히 구분한다.

실수는 부끄러움의 재료가 아니라 미래의 교본이며, “왜 그랬지?”보다 “다음엔 뭘 바꿀까?”로 질문을 틀어야 배움이 생긴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과 감정도 절대화하지 않는다. 떠오른 생각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올라오는 감정을 곧 내 정체성으로 붙잡지 않는 태도—그 여유가 다시 생각의 공간을 만든다.

사람을 보는 시선 역시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내향성은 결핍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정의가 마음에 남는다.

소음과 과한 친밀, 끝없는 응대에 쉽게 지치는 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요를 좋아해서다.

타인의 인성은 ‘나에게만’ 잘하는지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더 또렷해진다.

선택적 예의는 마음속 적대의 다른 이름일 수 있으니, 관계를 판단할 때 이 잣대를 잊지 말자.

목표와 성취에 관해서도 현실적인 안내가 나온다. 처음부터 완벽을 노리면 속도가 죽는다. 초반엔 기준을 낮춰 가속을 붙이고, 어느 시점부터는 기준을 올려 탁월함을 겨냥해야 한다. 커리어는 포트폴리오처럼 위험을 관리하며 키우는 것이고, 지나치게 안전한 베팅만 했다면 후회가 남는다.

실패는 수준 미달의 증거가 아니라 제대로 도전했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무엇보다 남의 기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나와의 약속은 내가 정하고 지킬 수 있다.

하루를 설계할 때도 이미 맡은 일의 효율보다 버려도 되는 일의 삭제가 번아웃을 막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토론의 목적을 새로 정의하는 대목도 책의 백미다.

좋은 대화는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서로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네가 옳아”보다 “네 덕분에 다시 생각해 봤어”가 더 큰 칭찬인 이유다.

말의 톤과 태도도 원칙이 있다. 진정성은 모든 생각을 다 쏟아내는 게 아니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묻어난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솔직함이 경멸을 덮는 가면이 되는 순간, 대화는 배움의 통로를 잃는다.

양육과 교육에 붙는 조언도 실용적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찾도록 돕는 환경이다. “무슨 일을 할 거니?”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이 먼저여야 하고, 건강한 정체성은 직업명이 아니라 성품 위에 선다. 배움이 오래 가려면 즐거워야 하며, 좋아하는 선생님과 안전한 교실이 성취를 떠받친다는 관찰은 학교 밖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팀과 조직으로 시야를 넓히면, 핵심은 심리적 안전감이다. 문을 열어 두는 책임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있다. 문제 제기에 불이익이 돌아오는 문화에서는 진실이 리더의 앞과 뒤에서 달라지고, 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만 고른다. 반대로 신뢰와 존중이 깔리면, 구성원은 권력자에게도 불편한 사실을 말한다.

휴가를 ‘탈진의 보상’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대하는 문화는 그 조직이 사람을 소모품이 아닌 동료로 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학습자로서의 태도는 평생 이어진다.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타인의 전문성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먼저 묻고 배우는 사람—그가 결국 주도권을 잡는다. 증거는 약한데 의견만 강한 상태를 경계하고, 신념을 사실 뒤에 세우는 습관을 들이자. 성과와 자존감을 분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목표를 놓쳤다고 내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 법을 배워야 자신감이 흔들리지 않는다. 감사의 연습은 관계의 결을 촘촘히 만들고, 스트레스를 ‘방해’가 아닌 ‘도전’으로 다시 정의하는 시도는 회복력을 키운다. 그리고 조언을 건넬 때는, 내가 이미 실천 중인 것만 말하자—말의 신뢰는 행동에서 나온다.

결국 이 책이 가르치는 건 거대한 전환이 아니다. 반추를 성찰로 바꾸는 질문 하나, 잠정적 결론을 남겨 두는 태도 하나, 불필요한 일을 덜어내는 결단 하나, 듣기 불편한 피드백을 통과시키는 용기 하나. 이런 작고 현실적인 업데이트들이 모여 삶의 궤도를 조금씩 바꾼다. 다시 생각한다는 건 어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오늘의 버전을 올리는 일이다.

그 한 끗을 오늘 당장 해보는 것! 거기서 변화는 시작된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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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 내향인은 사회성 부족이 아니라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일 뿐이다.
내향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느냐가 아니다. 자극을 다루는 방법에 있다.
내향인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시끄러운 모임, 너무 친한 척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맞이하는 일에 쉽게 지칠 뿐이다.
내향인은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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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0 법칙 (무선 특별 보급판) - 적은 노력으로 크게 성취하는 불변의 진리 80/20 법칙
리처드 코치 지음, 공병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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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드 코치의 80/20 법칙은 노력과 성과는 언제나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많은 결과가 소수의 원인에서 나온다. 이 말은 곧, 모든 일을 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결과를 크게 바꾸는 소수의 활동을 찾아서 그쪽에 시간과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 생각을 시간 관리, 일의 선택, 인간관계, 돈, 행복 같은 아주 생활적인 영역으로까지 가져와 보여 준다. 바쁘게 이것저것 붙잡는 대신, 성과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몇 가지에 길을 열어 주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는 시간 관리라는 말 대신 시간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자잘한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중요한 일에 하루의 좋은 시간을 먼저 배정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을 꼽자면 개념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해 준다는 데 있다.

먼저 내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어떤 일에서 성과가 크게 나오는지 확인한다.

그다음 성과가 거의 없는 일들은 자동화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아예 중단한다.

마지막으로 성과가 큰 일에는 반복 가능한 방법을 만들고, 도구나 시스템을 붙여서 더 쉽게 더 많이 할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방향을 넓게가 아니라 깊게로 바꾸면, 적은 노력으로도 더 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여러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관점은 실제로 하루 시간표를 짜는 방식, 프로젝트를 고르는 기준, 고객을 관리하는 우선순위, 어떤 채널에 힘을 줄지에 대한 판단, 어떤 공부법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결정, 그리고 쉬는 법과 회복하는 습관까지 차례대로 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 개정판은 초판 이후 25년 동안 바뀐 환경을 반영했다.

특히 네 개의 장이 현재의 현실과 바로 맞닿아 있다.

먼저 10장은 의식과 무의식이 함께 일하는 방법을 다룬다.

머리로만 계산해서는 결정적인 포인트를 항상 찾기 어렵다. 반복해서 경험하고 기록하다 보면 몸이 알아차리는 감각, 즉 직감이 생긴다. 의식은 데이터를 통해 이 감각이 맞는지 확인해 준다. 저자는 하루 업무와 결과를 짧게 기록하며, 어떤 활동이 실제로 큰 변화를 만들었는지 자주 되돌아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 선택이 더 정확해진다. 계획 단계에서의 판단과 실제 행동 결과가 서서히 맞춰지기 때문이다.

17장은 네트워크 시대의 80/20을 다시 해석한다.

인터넷과 플랫폼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가 소수에게 더 빨리 몰린다. 리뷰와 추천, 검색 노출 같은 시스템이 상위에 있는 대상을 더 상위로 올려 주는 흐름을 만든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플랫폼이 중심이 된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가 금방 한두 군데로 몰려버린다. 저자는 여기서 여기저기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기보다, 영향이 집중되는 허브를 정해 그곳에서 신뢰를 깊게 쌓으라고 권한다. 작은 커뮤니티라도 핵심 허브에서 확실한 신뢰를 얻는 편이 분산된 노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더 나아가 콘텐츠, 커뮤니티, 유통 채널을 서로 엮어 한 번 만든 것을 여러 경로로 반복 활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설계하라고 제안한다.

18장은 분포가 더 기울어지는 현실을 설명한다.

80/20이었던 곳이 90/10, 99/1로 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해졌고, 코드나 콘텐츠처럼 한 번 만들면 거의 비용 없이 많이 복제할 수 있는 자산이 늘었으며, 자본과 인프라가 상위에 있는 사람이나 조직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상황에서 평균적인 자리에서 경쟁하려 하면 점점 힘이 빠진다. 저자는 규모가 작아도 내게 유리한 틈새를 찾아서 자리를 잡고, 실패했을 때 손해는 작지만 성공하면 이익이 큰 실험을 여러 번 설계하라고 권한다. 반복과 자동화, 구독 같은 구조를 붙여서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쉬워지고 결과가 커지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기울어진 판에서 버티는 정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19장은 결과를 가르는 다섯 가지 규칙을 정리한다.

먼저 하지 않을 일을 분명히 정하는 선택의 규칙이 있다. 그다음 결과를 크게 키우는 지렛대를 붙이는 규칙이 있다. 여기서 지렛대란 평판, 자동화 도구, 좋은 파트너, 강한 배포 채널처럼 한 번 붙이면 같은 노력으로 더 큰 결과를 내게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작은 이익을 꾸준히 쌓아 크게 만드는 복리의 규칙이다. 네 번째는 작게 잃고 크게 얻는 구조로 실험을 설계하는 규칙이다. 마지막은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는 한 가지에만 몰입하고, 다시 힘을 채우는 회복 과정을 생활 속에 고정하는 규칙이다. 표현은 달라도 핵심은 한 가지다. 버려야 집중이 생기고, 집중이 있어야 반복과 복리가 시작된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80/20이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니라 선택의 언어라는 것이다.

비율이 꼭 80과 20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70/30, 어떤 때는 99/1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입과 결과가 거의 언제나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쓰는 시간 중 일부가 결과의 대부분을 만든다. 내가 세운 계획 중 일부가 행복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내가 가진 돈 중 일부가 수익의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 친밀한 소수의 관계가 삶의 만족을 크게 끌어올린다. 이런 패턴을 의식적으로 찾아내고, 그 부분에 힘을 실어 주는 태도가 이 책이 말하는 실천 부분이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은 투입과 산출의 경계가 실제 생활에서는 자주 뒤섞인다는 설명이다.

시간, 돈, 경험, 기술, 인간관계, 데이터, 평판, 행복 같은 것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돈은 사업을 시작하게 해 주는 원인이면서, 사업이 잘 되면 다시 늘어나는 결과이기도 하다.

작은 성공은 다음 성공의 문을 열어 주고, 반대로 성공의 기회가 드문 곳에서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줄어들기도 한다.

행복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에게 큰 만족을 주는 활동과 사람, 환경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소수에 에너지를 쓰면 행복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연결을 이해하면 어디에 시간을 쓰고 어디에서 물러나야 하는지 판단이 쉬워진다.

이 책은 일을 늘리는 법이 아니라, 무엇에 힘을 실어야 할지를 골라내는 법을 알려준다. 바쁨을 자랑하는 습관을 내려놓고, 결과를 크게 바꿀 상위 몇 가지 일을 먼저 추려 하루의 가장 좋은 시간에 배치한다. 네트워크로 기운 지금의 환경일수록 이런 태도와 설계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

핵심을 고르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뒤, 남은 일에는 반복 가능한 방법과 도구를 얹어 확장해 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할 일을 늘리기보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또렷이 정해 집중하는 쪽으로 생각이 달라진다. 배움은 실천으로 완성된다.

'21세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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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읽는 시간 -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클래식 이야기 207
김지현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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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나 역시도 그렇다.

악보는커녕 공연 프로그램 북에 적힌 짧은 표기 조차도 무슨 뜻인지 몰라 헤매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래스 용어 풀이만 해주는 책을 만난다면 오히려 클래식과 더 멀어질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김지현의 『클래식을 읽는 시간』은 다르다.

클래식에 대한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아주 쉽게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의 1장은 클래식을 낯설게 만드는 기본 용어를 의미·역사·실제 쓰임새까지 묶어 차근차근 풀어준다. 계이름, 조성, 작품번호, 악보와 빠르기말, 성악·기악의 연주 형태는 물론 음악회 현장의 풍경과 지휘자의 세계까지 살핀다. 그래서 프로그램 북의 곡명·조성·작품번호 같은 기본 정보만 봐도 작품과 연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을 읽어낼 수 있게 해 주며, 클래식에 대한 서먹함을 자연스럽게 덜어 준다.


흥미로웠던 건 조성 부분인데, 평소에 클래식 제목에 적힌 번호와 영어 표기들이 난해한 문자같이 느껴졌는데,

이 파트를 통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 부분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C Major」의 C처럼, 제목 옆 알파벳은 곡의 조성을 뜻한다. 메이저(장조)·마이너(단조) 체계는 바로크 시대에 자리 잡았고, 당시에는 장조를 기쁨, 단조를 슬픔과 연결해 이해했다. C장조(다장조)는 조표가 없고 피아노의 흰 건반(도레미파솔라시)만으로 구성되어 오래도록 순수·창조·동심의 정서를 상징했으며, 라모는 이를 “행복한 음악을 위한 열쇠”,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대묻지 않은 하얀색”에 비유했다. 실제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작은별 변주곡」, 베토벤의 첫 교향곡,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가 모두 C장조다. 이에 대응해 a단조(가단조)는 역시 조표 없이 ‘라–시–도–레–미–파–솔’ 음계로 이루어지며, 라비냑이 말한 대로 “소박한 슬픔”을 불러온다(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쇼팽 유작 「왈츠 19번」,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등). 빠르기·편성·음색도 영향을 주지만, 곡의 첫인상과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축은 조성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작품번호(오푸스, Op.)에 대한 설명도 시야를 넓힌다. 원래 ‘일·노동’을 뜻하던 라틴어가 출판 관행 속에서 ‘예술작품’의 표식이 되었고, 한 권의 악보집 안에 여러 곡을 묶어 내던 바로크 관습(예: 비발디 Op.8에 「사계」와 다른 여덟 곡)이 왜 생겼는지까지 짚는다. 무엇보다 Op.1이 ‘첫 명함’이었다는 맥락이 설득력 있다. 슈베르트는 「마왕」을 Op.1로 내세워 자신을 ‘리트(예술가곡)의 작곡가’로 선언했고, 브람스는 과거 작품을 접어 두고 「피아노 소나타 1번」에 Op.1을 붙여 첫인상을 스스로 설계했다. 파가니니는 「24개의 카프리스」를 Op.1로 삼아 동료 연주자들에게 던지는 도전장으로 삼았고, 베토벤은 빈의 취향을 겨냥해 피아노 3중주 세 곡을 묶어 Op.1로 내놓았다. 숫자 하나에도 시대의 공기와 작곡가의 전략이 배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작품번호(오푸스 Op.)에 대한 설명도 시야를 넓힌다. 원래 ‘일·노동’을 뜻하던 오푸스(Op.)는 악보 출판의 편의를 거치며 ‘작품 번호’가 되었고, 바로크 시대에는 한 권에 여러 곡을 묶어 내며 번호를 붙이곤 했다(비발디 Op.8 안에 「사계」와 다른 여덟 곡이 함께 실린 방식). 그중에서도 Op.1은 작곡가가 대중 앞에 내미는 첫 명함이었다.

슈베르트는 생전에 직접 번호를 붙여 악보를 냈고, 그가 Op.1로 고른 곡이 가곡「마왕」(D.328)이었다. 리트(독일 예술가곡) 작곡가로서의 정체성과, 중산층 음악 애호가에게 잘 팔릴 성악 장르를 첫 번호로 택한 현실적 판단이 함께 읽힌다. 이후 「물레잣는 그레첸」(D.118), 「들장미」(D.257) 등 대표 가곡들이 연달아 출판됐다. 브람스는 이전 작품을 미뤄 두고 「피아노 소나타 1번」에 Op.1을 붙였다. 슈만 부부 앞에서 연주해 새로운 음악이라는 극찬을 받은 직후였고, 이 곡은 그를 세상에 알리는 표지가 되었다(헌정: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

파가니니는「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를 Op.1로 내며, 아찔한 기교의 난곡을 특정 후원자가 아니라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헌정했다. 가장 전략적 사례로, 베토벤은 빈 데뷔 초기 피아노 3중주 1·2·3번 묶음에 Op.1을 붙였다. 당시 귀족들이 특히 선호하던 편성을 겨냥해 악보 판매와 후원자 확보에 성공했고, 음악도시 빈에서 작곡가의 명함을 힘 있게 건넨 셈이다. 그래서 음악학자 알프레도 현장을 여는 지휘와 튜닝에 대한 설명은 읽는 즐거움을 높인다.

공연 시작 직전 오보에 수석이 길게 내뿜는 ‘라(A)’가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오보에는 안정적인 음정과 밀도 높은 소리를 큰 음량으로 내고, 중앙에 앉는 경우가 많아 기준음으로 최적이다. 오늘날 많은 오케스트라가 A=442Hz를 쓰지만, 세부 선호는 악단과 지휘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지점까지 간단 명료하게 정리된다. 지휘는 오른손으로 박자를 맞추고 왼손으로 소리의 세기나 들어올 타이밍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렇게 생각하고 무대를 보면, 지휘자의 손짓 하나에 음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훨씬 잘 보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륄리가 1.5미터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치며 박을 맞추던 바로크의 지휘 장면과 그 지팡이가 부른 비극적인 일화가 음악사의 장엄함과 아이러니를 동시에 전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음정의 ‘기준’은 오보에가 맡는다.

지휘자가 무대에 오르기 전, 오보에 수석이 표준음 ‘라’(A)를 길게 내고,

관악기가 먼저 그 음에 맞춰 조율한 뒤 악장이 받아 현악 파트가 튜닝한다.

오보에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원추형의 검은색 목관악기로,

이름은 프랑스어 오부아(hautbois, ‘음이 높은 나무 피리’)에서 왔다.

겹리드(더블 리드)를 취구에 꽂아 소리를 내는데 소리 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기준을 맡는 이유는 안정적인 음정, 밀도 높고 쨍한 소리, 큰 음량,

그리고 무대 중앙 배치 덕분이다. 실제로 많은 악단이 오보에의 A를 442헤르츠로 맞추고

(지휘자 성향에 따라 441Hz를 선호하기도 함),

일반 청중에게는 미세하지만 오보에 주자에게는 큰 차이가 된다.


성악 파트에서는 네 개의 성부(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를 기본으로 삼는다.

이 가운데 테너(남성의 가장 높은 성부)는 라틴어 테네레(‘길게 지속하다’)에서 온 말로, 처음에는 테노르라 불렸다.

중요한 점은, 1250~1500년 사이 중세에서 르네상스 초기에 이르기까지 테너가 음악의 중심을 받치는 성부였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가곡·오페라·칸타타·오라토리오·미사·합창을 연표로 나열하기보다,

텍스트·선율·반주가 한 작품 안에서 어떻게 만나고 역할을 나누는지를 따라가며,

악기와 성부가 실제 무대에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연결해 보여 준다.


이 모든 설명이 믿음직한 이유는 저자의 현장감 때문이다.

김지현은 클래식 음악 전문 작가이자 해설자로, 대학과 대학원에서 작곡 이론을 공부하고

(성신여대, 서울대 대학원), 《월간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피아노》 등에 공연 리뷰를 썼다.

KBS교향악단·세종솔로이스츠·예술의전당 등에서 곡목 해설을 맡았고,

2010년부터 KBS 클래식FM 프로그램 집필을 이어 와 현재 「출발 FM과 함께」를 담당하고 있다.

학자·연주자·평론가의 언어를 잇되, 독자의 첫걸음을 배려하는 문장과 배열이 이 책 전반에 녹아 있다.


『클래식을 읽는 시간』에서 소개하는 음악을 먼저 감상하고,

책으로 관련 내용을 본 뒤, 다시 찾아 보게 되면, 조성과 작품번호, 지휘와 튜닝,

악기와 성부가 무대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지휘자에 대한 몰랐던 정보와 오보에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음정의 기준을 맡고 있다는 사실과 같이 흥미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된다.

결국 클래식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에 함께 숨쉬는 음악으로 가까이 존재한다.

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된다면 공연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감상 습관과 자신감을 얻게 되고,

멀게 느껴졌던 클래식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이 어려웠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퀘스트라 2기 활동으로

'더퀘스트 출판사'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피아노 소나타 16번 C Major>에서 알파벳 C는 이 곡의 조성을 듯합니다. 메이저major는 장조를 뜻하므로 우리말로 ‘다장조‘죠.
지금의 장,단조 체계는 바로크 시대에 완성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음악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장조는 기쁨과 연관이 있고 단조는 슬픔을 의미한다고 보았죠.
오랜 시간 음악사에서 C장조(다장조), 그러니까 올림표나 내림표 같은 조표가 붙지 않고 피아노의 흰 건반 일곱 개(도레미파솔라시)로 쓰인 곡은 순수, 창조, 동심 같은 정서를 뜻했습니다. 바로크 시대 이론가 장필리프 라모Jean-Philippe Rameau는 C장조를 "행복한 음악을 위한 열쇠"라고 말했고, 19세기 러시아의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는 "대묻지 않은 하얀색"에 비유했죠.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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