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그림 찾기 -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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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누군가를 더 좋아하고(편애), 다른 누군가를 덜 좋아할까? 책은 “편애와 차별은 아주 오래된 역사”라고 말한다. 성서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신이 아벨의 제물은 받아 주고 카인의 제물은 거절했던 순간부터, 아브라함·이삭·야곱의 집안까지 편애가 가족 갈등과 질투, 소외를 낳는 장면이 반복된다. 조지 오웰이 적은 스페인 아라곤 농부의 예처럼, 때로는 이유조차 불분명한 ‘호불호’가 차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즉, 차별은 꼭 거창한 이념이나 명령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싫어서”, “왠지 별로라서”와 같은 막연한 감정에서도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건 눈에 잘 보이는 차별 장면만이 아니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소개한 우화가 힌트를 준다. 경비원들은 손수레에 실린 물건만 검사하느라, 정작 사람들이 ‘손수레 자체’를 훔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친다.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의 심한 말, 노골적인 괴롭힘 같은 “보이는 폭력(주관적 폭력)”만 문제 삼다 보면, 그런 일이 반복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규칙과 구조(객관적 폭력)— 예를 들어, 특정 집단을 낮춰 부르는 문화, 승진·선발 과정의 숨은 기준, 우리 모두가 당연히 여긴 말투와 관행을 놓치기 쉽다. 이 책은 겉의 사건만 보지 말고, 선택이 만들고 있는 배제와 그로 인해 생겨난 ‘배제된 사람들’까지 함께 보자고 제안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차별 감정을 당장 0으로 만들자는 식의 구호가 해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본문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제도를 고쳐 차별을 줄일 수는 있어도, 사람 마음속의 불쾌·혐오·경멸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

중요한 포인트는 감정과 행동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차별 ‘행동’과 제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동시에, 차별 감정이 어떻게 생기고 굳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고치기 어렵다. 이 감정은 보통 비대칭적으로 굳어 ‘편견’이 되고, 밖으로 흘러나오면 ‘차별’이 된다. 게다가 이 감정은 타고난 것만이 아니다. 사회에서 배워진 감정이 많다. 특정 지역이나 성별을 낮춰 부르는 말처럼, 누군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별명 붙이고 깎아내리는 말들은 그 자체로 편견을 학습시키고, 한 번 굳어지면 새로운 사실을 보여 줘도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제일 무섭다”는 말은 의미가 크다. 문제의 원인을 늘 남에게서 찾는 태도가 미성숙을 넘어 잔인함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철학은 이 메커니즘을 반복해서 보여 준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말을 “bar-bar(어버버)”로 조롱하며 ‘미개’라고 불렀던 일, 움베르토 에코가 “적은 실제로 위험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묘사’되기 때문에 적이 된다”고 한 말은, 다름을 곧 틀림으로 바꾸는 습관이 얼마나 오래되고 강력한지 알려 준다. 이 습관은 가해자만을 망치지 않는다.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낙인찍는 쪽도, 낙인찍히는 쪽도—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필요한 건 ‘경계를 부수는 분노’가 아니라, ‘경계를 알아차리고 건너는 지혜’다. 다리를 놓아 서로 왕래할 수 있게 만드는 변화, 즉 말의 순서·질문의 방식·선발 기준처럼 일상의 설계를 조금씩 바꾸는 일이다.

이 책은 성·언어·관습에서의 이중 잣대도 구체적으로 짚는다. 순결을 여성에게만 과도하게 요구해 온 문화, 남성에게는 같은 기준이 거의 적용되지 않았던 언어의 역사, 한쪽 성별의 권력자에게는 너그럽고 다른 쪽에는 더 가혹한 시선 같은 것들이다. 이런 사례는 차별이 나쁜 마음 몇 개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언어와 풍습 속에 스며든 절차와 관행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디지털 시대의 문제는 또 다른 층위를 더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번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함께 있지만 혼자(셰리 터클)”라는 역설 속을 산다. 팔로우·좋아요·조회수 같은 숫자는 관계와 존재감을 ‘수치’로 만들고, “선팔·맞팔” 같은 관행은 어느새 인정욕구와 비교 강박을 키운다. ‘FOMO(놓칠까 봐 두려움)’는 불안을 키우고, 온라인 따돌림은 초성·암시·집단 동조 같은 은밀한 방식으로 벌어진다. 피해자는 고통을 또렷하게 느끼지만, 가해자는 장난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고, 어른이나 교사가 개입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철학자 루소는 마을 축제에서 시작된 ‘발효(사람들 사이에 끓어오르는 감정)’와 ‘모방’이 질투·허영을 낳고, 결국 끝없는 비교 경쟁으로 흐른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는 고프먼이 말한 ‘자아 연출’을 초단위 비교로 가속하며, “끝없이 자신을 팔아야 하지만, 아무도 사지 않을지 모른다는 공포”(주보프)를 키운다. 연결은 늘었는데, 외로움과 우울은 더 쉽게 찾아온다. 그래서 걷기·쓰기·생각하기 같은 침묵의 활력을 회복하는 작은 실천과, 휴대폰을 내려놓는 ‘디지털 디톡스’ 같은 시도가 의미를 갖는다.

정신질환을 둘러싼 역사도 “보이지 않는 손수레”를 생각하게 한다. 중세의 마녀사냥, 근대 이후의 수용·격리 정책을 돌아보면, 광인·정신질환자를 사회에 해가 되는 존재로 낙인찍고 통제를 정당화해 온 흐름이 보인다(푸코). ‘정상’이라는 기준이 발명되며, 그에 맞지 않는 사람은 실패의 증거처럼 취급되기도 했다(그린커). 더 안타까운 건, 격리가 만든 문제(고립이 낳는 증상)가 다시 격리의 이유가 되는 악순환이다(고프먼). 언론이 사건을 크게 다룰수록 두려움은 커지지만, 실제로 정신질환자 범죄율이 일반보다 낮다는 데이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책은 위험 요소로만 보는 시선을 넘어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 상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낙인과 격리 대신, 지원과 보호라는 다른 해법이 보인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주제는 지도에서도 드러난다. 메르카토 도법 지도가 항해에는 편리했지만, 유럽과 북미를 실제보다 커 보이게 만든 것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 온 ‘표준’은 특정 관점의 산물일 수 있다. 이건 지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중심·방향 개념 자체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경고다. 시야를 우주로 넓히면, 인간은 티끌처럼 작아 보인다. 그렇다고 인간의 존엄까지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버릴 ‘오만’과 지킬 ‘존엄’을 가르는 분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같은 맥락에서, 인공지능도 사람보다 덜 편향적일 수 있지만, 전제는 인간의 편견으로 오염되지 않은 데이터와 절차다. 다양성과 공정함을 설계에 박지 않으면, 알고리즘은 사람의 차별을 더 빠르고 넓게 복제한다.

마지막으로, 불교 철학의 도움을 받아 분별(차이를 느끼는 감각)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분별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그 분별이 우열과 배제로 곧장 이어질 때 문제가 된다. 불교는 문자·언어를 전부 버리자고 하지 않고, 그것들을 방편으로 쓰되 한계를 넘어서는 연습을 하라고 권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무상)은 곧 매 순간의 ‘차이’다. 하늘의 구름이 계속 모양을 바꾸지만, 그 변화에 차별의 근거는 없다는 깨달음—차이를 자각하되, 차별로 굳히지 않는 태도가 핵심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힘은 벽을 망치로 부수는 힘이 아니라, 잔해를 남기지 않도록 건너는 지혜다. 말과 질문의 순서를 바꾸고, 기준의 출처를 투명하게 만들고, 데이터의 깨끗함을 확인하고,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하는 작은 습관을 늘리는 일. 이런 미세 조정이 차이를 차별로 굳히지 않게 만든다.

“다름을 틀림으로 바꾸지 말라.”

눈에 띄는 사건만이 아니라, 차별을 반복시키는 보이지 않는 구조와 습관을 함께 보라. 차별은 ‘나쁜 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배워 온 말·관행·제도 전체의 문제다. 그러니 분노로 벽을 치는 대신, 질문과 설계 변경으로 다리를 놓자. 감정은 성급히 부정하지 말고, 행동과 제도를 공정하게 바꾸자. 그렇게 매 순간의 차이를 자각하고, 차별로 굳지 않게 돌보는 태도가 우리와 공동체를 덜 아프고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우주서평단 모집',

'다반/디페랑스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집단 채팅방에서의 따돌림에는 일정 패턴이 존재한다. 그 첫 시작은 ‘저격 대상‘, 즉 희생양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격 대상을 향한 저격 글이 올라 오는데,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는 경우보다는 초성을 쓰거나 그만의 특징을 적시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나름 교묘한 방식을 채택한다고 한다. 이런 비난의 글들에 이른바’ 바람잡이‘로 초대된 아이들이 동조하는 댓글을 남기며 온라인 괴롭힘에 집단으로 가담하게 된다.
그야말로 그 방식의 치졸함과 치밀함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 베르퀸시 당국이 남들의 부러움을 유발하는 인스타 과시용 사진 촬영을 공식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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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 - 일과 삶에서 나를 증명하고 성장하는 보고의 기술
김은애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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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애의 『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는 보고를 ‘상사에게 올리는 형식’이 아니라 일을 움직이고 성과를 만드는 언어로 다시 정의한다. 짧은 한 문장이 누군가의 판단을 움직이고, 또 다른 한 문장이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AI가 문서를 대신 써 주는 시대에도 마지막 판단과 실행을 이끄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고 말한다. 기계가 데이터를 모으고 그려 준다면, 사람은 그 데이터에 맥락을 붙이고 의미를 만들어 가야할 방향을 제안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보고는 그저 말로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함께 정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언어다. 보고 양식, 회의 포맷, 의사결정 기준표 같은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사람 사이의 소통을 구조화해 오류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

이 책은 보고의 변천을 따라 오늘의 과제를 보여 준다. 산업화 이전의 비공식 보고에서 출발해, 테일러·포드식 위계 조직의 일방향 보고, 워드프로세서와 표준 양식이 주도한 문서 중심 보고, 인터넷 이후 실시간 협업 기반의 보고로 흐름이 바뀌어 왔다. 그리고 2020년대, AI가 표와 그래프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지금 보고의 무게중심은 ‘팩트를 나열하는 사람’에서 ‘팩트를 해석하고 길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옮겨 갔다. IT는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와 규칙 기반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AI는 데이터에서 학습해 패턴을 발견하며 예측과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고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고, 그 결정을 조직 안에서 통과시키는 언어가 바로 보고다. 그래서 좋은 보고자는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옮겨 적지 않고, 맥락과 한계를 점검하고, 조직의 상황에 맞는 옵션과 추천안을 책임 있게 제시해야 한다.

보고의 힘은 텍스트에서 나온다. 말은 빠르고 상호작용에 강하지만, 글은 생각을 구조로 고정해 실행력을 만들어 준다. 결론과 근거, 그리고 다음 행동이 한눈에 정리된 보고서일수록 조직은 더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때 저자는 “셰프의 비유”로 생각을 다듬는 방법을 설명한다. 쉽게 말해 사고방식은 문제를 보는 ‘눈’이다. 같은 현상을 앞에 두고도 어떤 조직은 ‘규정을 어길 위험’을 먼저 떠올리고, 어떤 조직은 ‘시도해 볼 기회’를 먼저 본다. 이 눈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경험과 훈련으로 형성되고 바뀌는 습관이다. 다른 부서와 함께 일하며 관점을 섞고, MECE와 피라미드처럼 겹치지 않게 쪼개어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동료의 피드백과 멘토링을 받으며, 일이 끝난 뒤 “왜 그 판단을 했는가,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가”를 짧게 기록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사고의 과정은 문제를 단계별로 풀어 가는 방법이다. 보고는 보통 문제 정의 → 현황 진단 → 원인 분석 → 대안 설계 → 의사결정·실행 → 피드백의 6단계로 진행한다.

이 순서를 따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는 것’에서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할지 정하고 움직이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학생의 예로 바꿔 보면 더 쉽다. 점수가 떨어졌다면, 그냥 “성적이 낮다”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떤 과목·어떤 단원에서 왜 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하고(진단), 공부법이나 보충 방법의 선택지를 비교해 본다(대안). 그리고 이번 주에 무엇을, 누구와, 언제 할지를 정해 실천한다(의사결정·실행). 끝으로 결과를 점검해 잘된 점·고칠 점을 정리하고 다음 계획에 반영한다(피드백).

요약하면, 무엇이 문제냐 → 지금 상태는 어떠냐 → 왜 그랬냐 → 어떻게 고칠까 → 바로 실행하자 → 결과를 보고 다시 개선하자의 흐름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보고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료 정리 습관이다. 일관된 파일 이름, 정돈된 폴더 트리, 회의 후 산출물 정리 같은 기본기가 쌓일수록 보고는 요행이 아니라 리듬이 된다. 의료 현장의 SOAP 노트(S·O·A·P)를 차용한 구조화도 유용하다. 상황/주관적 진술→객관적 데이터→종합 판단→다음 계획의 네 칸을 보고에 이식하면 “무엇이 일어났는가—왜 그런가—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빠짐없이 이어진다.

사고를 더 깊게 열어 주는 장치로 책은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권한다. 좋은 보고는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향한 질문을 던져 상대가 스스로 본질에 닿도록 한다. 핵심을 못 본 보고는 상대에게도 핵심을 건네지 못한다. 구두 보고에서는 내용 못지않게 태도가 중요하다. “보고는 말보다 얼굴이 먼저 도착한다”는 말처럼 준비·자신감·진정성은 표정과 자세, 목소리의 리듬으로 먼저 전달된다. 결론을 말할 때 한 박자 천천히, 낮은 톤으로 시작하면 신뢰가 붙는다.

또한, 보고는 위아래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다.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에는 먼저 아는 사람이 먼저 보고해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이다. 말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을 때 보고는 빨라지고 정확해지며 협업과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후반부의 ‘스티브 잡스 보고법’은 본질만 남기는 단순화를 강조한다. “단순성은 최고의 세련됨”이라는 다빈치의 문장처럼 쉽게 쓴다는 것은 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핵심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의 보고는 과거처럼 원인(WHY)만 길게 파지 않고, 실행(HOW)까지 한 장 안에 담아야 한다. 배경·원인을 짚되, 가능한 대안, 기대효과, 우선순위, 일정, 책임자, 리스크와 완화책을 나란히 제시하면 회의는 토론이 아니라 선택과 합의로 바뀐다.

보고는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긴장과 불편함이 있는 상황에서 말을 건네야 하기에, 표현 하나에도 배려와 조율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정 부서만 아는 약어와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 말고, 상대의 이해 수준을 가늠해 공통 언어로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설득이 불필요한 마찰 없이 더 빠르고 부드럽게 통과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보고는 일을 마무리짓는 절차가 아니라, 판단을 모으고 실행을 움직이는 ‘일의 결정체’다. AI가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할수록, 보고자는 숫자에서 의미를 뽑아 맥락을 설명하고 실행으로 연결해야 한다. 즉, 명료한 구조(결론–근거–다음 행동), 본질을 겨냥한 질문, 공통 언어로의 설계가 오늘의 보고 역량이며, 이것이 개인의 신뢰와 조직의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탁월함이다.


'블랙피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보고의 목적이 ‘의사 결정‘이라면 보고의 본질은 ’효과적인 전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받는 대상이 쉽게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작성되어야 효과적으로 전달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간결함Conciseness과 명료함Clarity이 제일 중요합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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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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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밤, 서울에서 당시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국 전체가 떠들썩 해지고 비상사태로 돌입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로 거리로 나와 반대 의사를 밝혔고, 국회가 움직였고, 헌법기관도 즉시 움직였다. 며칠 뒤에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탄핵 절차가 진행되었고, 선거를 거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시간이 지났고, 겉으로 보면 위기를 넘긴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과연 여기서 끝난 것이 맞을까?란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차근차근 따져 봐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사건을 한 사람의 실수로만 보지 않는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2025년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여러 주체가 얽혀 있다. 군 일부는 계엄 해제와 탄핵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고, 몇몇 국무위원은 헌정 회복에 소극적이었다. 거리에서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모임이 이어졌고, 법원을 겨냥한 강한 선동도 퍼졌다. 이런 장면을 함께 보면, 문제를 한 개인의 성격이나 한 번의 실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사회 곳곳에 이미 문제로 쌓여 있던 약한 부분들이 있었고, 그게 이번 일을 통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보여 준 연대의 힘을 보여 준다. 2016년 겨울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2024년 겨울에는 응원봉을 들고 다시 광장에 섰다. 많은 시민이 비폭력과 질서를 지키려고 애썼다. 이 힘이 위기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광장에서 모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집, 학교, 직장, 종교 공동체, 온라인 공간에서의 말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다음 위기 때도 안전하게 막아 낼 수 있다.

지역 이야기는 특히 쉽게 와닿는다. 서울만 움직인 게 아니었다. 강원, 대구, 부산, 광주, 대전도 각자 처한 상황이 달랐고 그에 맞게 움직였다. 흔히 전국 평균이라는 숫자로 모든 걸 판단하지만, 지역마다 사는 사람들의 형편과 기억이 다르기 때문에 위기 때는 그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지역의 목소리를 따로 듣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국 평균만 보면 편하긴 하지만, 그 사이에 숨은 지역의 차이를 놓치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극우의 성장도 차분하게 설명한다. 반공주의, 뉴라이트, 일부 개신교 영향이 합쳐지고,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를 빠르게 퍼뜨린다. 능력주의가 만든 박탈감과 분노가 여기에 붙을 때 동원이 쉬워진다.

또한, 이 책은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주변과 끊기고 혼자서 화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혐오 표현은 거칠어지고 폭력은 가까워진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폭력과 혐오에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동시에 혼자 남지 않게 동네 모임, 학교의 토론 수업, 직장의 대화 규칙, 예배나 강연의 주제 같은 생활 속 장치를 늘리는 것이다.

엘리트 카르텔 문제도 피해 갈 수 없다. 사법, 관료, 군, 재벌 사이의 끈끈한 인맥과 관행이 민주주의의 통제 장치를 무디게 만들 수 있다. 전관예우, 회전문 인사 같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952년 5월 25일 한국전쟁 중 부산 등지에 계엄을 선포했던 이승만, 1972년 10월 17일 전국에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사실상 해산했던 박정희의 사례를 떠올리면, 권력이 제도를 자기 쪽으로 당기려는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시도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 문제를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돌아보자고 말한다. 민주화 이후의 정부들도 이 끈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인사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고, 이해충돌을 막는 규칙을 강화하고, 임명직 권한을 견제하는 제도를 촘촘하게 만들자는 제안을 낸다.

군의 문민통제도 다시 손봐야 한다. 일부 수뇌부의 동조와 다수 하급의 거부가 엇갈렸던 며칠을 보면, 평소에 당연하다고 여겼던 장치가 실제 위기에서는 흔들릴 수 있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법에 분명히 쓰고, 계엄 절차의 단계와 책임을 세세하게 정하고, 지휘 라인을 견제하는 방법을 보강해야 한다. 외교와 안보 이슈가 국내 정치 동원에 쓰이는 관행, 이른바 북한 문제를 이용해 여론을 흔드는 정치 방식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군이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정치도 안보 문제를 자기 이익에 이용하지 못한다.

법원을 향한 폭력은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아야 이해된다. 1958년에 법원 내부에서 판결을 두고 소란이 있었던 일은 그 자체로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2025년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훨씬 더 심한 폭력이 벌어졌다. 책은 이런 반복을 막으려면 사법 독립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건 배당을 투명하게 하고, 법원 보안을 강화하고, 판결을 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작은 제도가 모여 신뢰를 만든다.

미디어와 교육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어떤 내용을 자주 보여 주는지 공개하고 책임지게 해야 한다.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 언론의 기반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사실 확인 습관을 기르고, 토론 규칙을 배우고, 서로 다른 의견을 안전하게 다루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기술은 교양 과목이 아니라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기다.

선거 제도와 정당 구조도 손볼 부분이 많다.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의 조합을 점검해 대표성을 높이고, 정당 내부 민주주의를 강화해 공천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표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당장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시도는 우연이 아니라 여러 고리가 맞물린 결과라는 점이다. 시민의 저항이 위기를 막아낸 것은 사실이다. 이제 그 힘을 제도와 일상으로 옮겨야 한다. 전관예우를 줄이고(퇴직한 판사·검사나 고위 공무원이 예전 동료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지 못하게 하고), 회전문 인사를 막고(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번갈아 오가며 이해충돌을 만드는 인사를 끊고), 군의 문민통제를 법과 관행으로 강화하고(군이 민간의 통제를 확실히 받도록 규정과 실제 운영을 더 단단히 하고), 플랫폼과 언론의 책임을 세운다(유튜브·SNS·언론이 허위정보와 선동을 퍼뜨리지 못하게 규칙과 책임을 분명히 한다). 또한, 학교와 직장에서 토론의 규칙을 생활화하고, 지역마다 다른 조건을 인정해 맞춤형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분노로 끝내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체념 대신 방법을 찾는 태도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사이드웨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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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게이트 대학 존스턴(M. Johnston) 교수는 국가별 부패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1단계는 ’독재형(Official Moguls) 부패‘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정치 후진국에서 주로 나타난다.
2단계는 ‘족벌형(Oligarchs and Clans) 부패’이다. ‘독재형 부패’와 같은 후진국형 부패로, 러시아, 필리핀 등에서 나타난다.
3단계인 ’엘리트 카르텔형(Elite Cartel) 부패‘는 인맥을 중시하는 문화가 또렷한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난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 대기업 임원과 언론인 등 이른바 엘리트들이 학연,지연으로 뭉쳐 권력 유지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서 부패 행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4단계는 ’시장 로비형(Influence Markets)‘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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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그랜트의 생각 수업 -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지음, 정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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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는 힘은 오늘의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애덤 그랜트의 『애덤 그랜트의 생각 수업(Think Again)』은 그 조금씩을 어떻게 매일의 습관으로 만들지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신념을 정답인 양 못 박고, 남의 말에선 흠부터 찾으려 하고, 눈치를 보느라 생각이 굳어 버린다. 이런 습관은 판단을 닫아 두게 만든다. 닫힌 판단을 열어 두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의견을 확정이 아니라 잠정적 결론으로 다루는 일이다. 새 근거가 나타나면 가설을 업데이트하듯 고집을 내려놓고 고쳐 쓰는 것이 다시 생각하는 연습이다.

이 책에서 유익한 지점은, 후회를 줄이는 방법을 감성적 위로로 끝내지 않고 기술로 다룬다는 데 있다.

저자는 과거를 붙잡는 ‘반추’와 다음을 바꾸는 ‘성찰’을 분명히 구분한다.

실수는 부끄러움의 재료가 아니라 미래의 교본이며, “왜 그랬지?”보다 “다음엔 뭘 바꿀까?”로 질문을 틀어야 배움이 생긴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과 감정도 절대화하지 않는다. 떠오른 생각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올라오는 감정을 곧 내 정체성으로 붙잡지 않는 태도—그 여유가 다시 생각의 공간을 만든다.

사람을 보는 시선 역시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내향성은 결핍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정의가 마음에 남는다.

소음과 과한 친밀, 끝없는 응대에 쉽게 지치는 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요를 좋아해서다.

타인의 인성은 ‘나에게만’ 잘하는지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더 또렷해진다.

선택적 예의는 마음속 적대의 다른 이름일 수 있으니, 관계를 판단할 때 이 잣대를 잊지 말자.

목표와 성취에 관해서도 현실적인 안내가 나온다. 처음부터 완벽을 노리면 속도가 죽는다. 초반엔 기준을 낮춰 가속을 붙이고, 어느 시점부터는 기준을 올려 탁월함을 겨냥해야 한다. 커리어는 포트폴리오처럼 위험을 관리하며 키우는 것이고, 지나치게 안전한 베팅만 했다면 후회가 남는다.

실패는 수준 미달의 증거가 아니라 제대로 도전했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무엇보다 남의 기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나와의 약속은 내가 정하고 지킬 수 있다.

하루를 설계할 때도 이미 맡은 일의 효율보다 버려도 되는 일의 삭제가 번아웃을 막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토론의 목적을 새로 정의하는 대목도 책의 백미다.

좋은 대화는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서로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네가 옳아”보다 “네 덕분에 다시 생각해 봤어”가 더 큰 칭찬인 이유다.

말의 톤과 태도도 원칙이 있다. 진정성은 모든 생각을 다 쏟아내는 게 아니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묻어난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솔직함이 경멸을 덮는 가면이 되는 순간, 대화는 배움의 통로를 잃는다.

양육과 교육에 붙는 조언도 실용적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찾도록 돕는 환경이다. “무슨 일을 할 거니?”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이 먼저여야 하고, 건강한 정체성은 직업명이 아니라 성품 위에 선다. 배움이 오래 가려면 즐거워야 하며, 좋아하는 선생님과 안전한 교실이 성취를 떠받친다는 관찰은 학교 밖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팀과 조직으로 시야를 넓히면, 핵심은 심리적 안전감이다. 문을 열어 두는 책임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있다. 문제 제기에 불이익이 돌아오는 문화에서는 진실이 리더의 앞과 뒤에서 달라지고, 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만 고른다. 반대로 신뢰와 존중이 깔리면, 구성원은 권력자에게도 불편한 사실을 말한다.

휴가를 ‘탈진의 보상’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대하는 문화는 그 조직이 사람을 소모품이 아닌 동료로 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학습자로서의 태도는 평생 이어진다.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타인의 전문성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먼저 묻고 배우는 사람—그가 결국 주도권을 잡는다. 증거는 약한데 의견만 강한 상태를 경계하고, 신념을 사실 뒤에 세우는 습관을 들이자. 성과와 자존감을 분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목표를 놓쳤다고 내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 법을 배워야 자신감이 흔들리지 않는다. 감사의 연습은 관계의 결을 촘촘히 만들고, 스트레스를 ‘방해’가 아닌 ‘도전’으로 다시 정의하는 시도는 회복력을 키운다. 그리고 조언을 건넬 때는, 내가 이미 실천 중인 것만 말하자—말의 신뢰는 행동에서 나온다.

결국 이 책이 가르치는 건 거대한 전환이 아니다. 반추를 성찰로 바꾸는 질문 하나, 잠정적 결론을 남겨 두는 태도 하나, 불필요한 일을 덜어내는 결단 하나, 듣기 불편한 피드백을 통과시키는 용기 하나. 이런 작고 현실적인 업데이트들이 모여 삶의 궤도를 조금씩 바꾼다. 다시 생각한다는 건 어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오늘의 버전을 올리는 일이다.

그 한 끗을 오늘 당장 해보는 것! 거기서 변화는 시작된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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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 내향인은 사회성 부족이 아니라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일 뿐이다.
내향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느냐가 아니다. 자극을 다루는 방법에 있다.
내향인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시끄러운 모임, 너무 친한 척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맞이하는 일에 쉽게 지칠 뿐이다.
내향인은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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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0 법칙 (무선 특별 보급판) - 적은 노력으로 크게 성취하는 불변의 진리 80/20 법칙
리처드 코치 지음, 공병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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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드 코치의 80/20 법칙은 노력과 성과는 언제나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많은 결과가 소수의 원인에서 나온다. 이 말은 곧, 모든 일을 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결과를 크게 바꾸는 소수의 활동을 찾아서 그쪽에 시간과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 생각을 시간 관리, 일의 선택, 인간관계, 돈, 행복 같은 아주 생활적인 영역으로까지 가져와 보여 준다. 바쁘게 이것저것 붙잡는 대신, 성과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몇 가지에 길을 열어 주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는 시간 관리라는 말 대신 시간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자잘한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중요한 일에 하루의 좋은 시간을 먼저 배정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을 꼽자면 개념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해 준다는 데 있다.

먼저 내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어떤 일에서 성과가 크게 나오는지 확인한다.

그다음 성과가 거의 없는 일들은 자동화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아예 중단한다.

마지막으로 성과가 큰 일에는 반복 가능한 방법을 만들고, 도구나 시스템을 붙여서 더 쉽게 더 많이 할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방향을 넓게가 아니라 깊게로 바꾸면, 적은 노력으로도 더 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여러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관점은 실제로 하루 시간표를 짜는 방식, 프로젝트를 고르는 기준, 고객을 관리하는 우선순위, 어떤 채널에 힘을 줄지에 대한 판단, 어떤 공부법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결정, 그리고 쉬는 법과 회복하는 습관까지 차례대로 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 개정판은 초판 이후 25년 동안 바뀐 환경을 반영했다.

특히 네 개의 장이 현재의 현실과 바로 맞닿아 있다.

먼저 10장은 의식과 무의식이 함께 일하는 방법을 다룬다.

머리로만 계산해서는 결정적인 포인트를 항상 찾기 어렵다. 반복해서 경험하고 기록하다 보면 몸이 알아차리는 감각, 즉 직감이 생긴다. 의식은 데이터를 통해 이 감각이 맞는지 확인해 준다. 저자는 하루 업무와 결과를 짧게 기록하며, 어떤 활동이 실제로 큰 변화를 만들었는지 자주 되돌아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 선택이 더 정확해진다. 계획 단계에서의 판단과 실제 행동 결과가 서서히 맞춰지기 때문이다.

17장은 네트워크 시대의 80/20을 다시 해석한다.

인터넷과 플랫폼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가 소수에게 더 빨리 몰린다. 리뷰와 추천, 검색 노출 같은 시스템이 상위에 있는 대상을 더 상위로 올려 주는 흐름을 만든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플랫폼이 중심이 된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가 금방 한두 군데로 몰려버린다. 저자는 여기서 여기저기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기보다, 영향이 집중되는 허브를 정해 그곳에서 신뢰를 깊게 쌓으라고 권한다. 작은 커뮤니티라도 핵심 허브에서 확실한 신뢰를 얻는 편이 분산된 노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더 나아가 콘텐츠, 커뮤니티, 유통 채널을 서로 엮어 한 번 만든 것을 여러 경로로 반복 활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설계하라고 제안한다.

18장은 분포가 더 기울어지는 현실을 설명한다.

80/20이었던 곳이 90/10, 99/1로 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해졌고, 코드나 콘텐츠처럼 한 번 만들면 거의 비용 없이 많이 복제할 수 있는 자산이 늘었으며, 자본과 인프라가 상위에 있는 사람이나 조직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상황에서 평균적인 자리에서 경쟁하려 하면 점점 힘이 빠진다. 저자는 규모가 작아도 내게 유리한 틈새를 찾아서 자리를 잡고, 실패했을 때 손해는 작지만 성공하면 이익이 큰 실험을 여러 번 설계하라고 권한다. 반복과 자동화, 구독 같은 구조를 붙여서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쉬워지고 결과가 커지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기울어진 판에서 버티는 정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19장은 결과를 가르는 다섯 가지 규칙을 정리한다.

먼저 하지 않을 일을 분명히 정하는 선택의 규칙이 있다. 그다음 결과를 크게 키우는 지렛대를 붙이는 규칙이 있다. 여기서 지렛대란 평판, 자동화 도구, 좋은 파트너, 강한 배포 채널처럼 한 번 붙이면 같은 노력으로 더 큰 결과를 내게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작은 이익을 꾸준히 쌓아 크게 만드는 복리의 규칙이다. 네 번째는 작게 잃고 크게 얻는 구조로 실험을 설계하는 규칙이다. 마지막은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는 한 가지에만 몰입하고, 다시 힘을 채우는 회복 과정을 생활 속에 고정하는 규칙이다. 표현은 달라도 핵심은 한 가지다. 버려야 집중이 생기고, 집중이 있어야 반복과 복리가 시작된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80/20이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니라 선택의 언어라는 것이다.

비율이 꼭 80과 20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70/30, 어떤 때는 99/1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입과 결과가 거의 언제나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쓰는 시간 중 일부가 결과의 대부분을 만든다. 내가 세운 계획 중 일부가 행복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내가 가진 돈 중 일부가 수익의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 친밀한 소수의 관계가 삶의 만족을 크게 끌어올린다. 이런 패턴을 의식적으로 찾아내고, 그 부분에 힘을 실어 주는 태도가 이 책이 말하는 실천 부분이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은 투입과 산출의 경계가 실제 생활에서는 자주 뒤섞인다는 설명이다.

시간, 돈, 경험, 기술, 인간관계, 데이터, 평판, 행복 같은 것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돈은 사업을 시작하게 해 주는 원인이면서, 사업이 잘 되면 다시 늘어나는 결과이기도 하다.

작은 성공은 다음 성공의 문을 열어 주고, 반대로 성공의 기회가 드문 곳에서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줄어들기도 한다.

행복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에게 큰 만족을 주는 활동과 사람, 환경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소수에 에너지를 쓰면 행복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연결을 이해하면 어디에 시간을 쓰고 어디에서 물러나야 하는지 판단이 쉬워진다.

이 책은 일을 늘리는 법이 아니라, 무엇에 힘을 실어야 할지를 골라내는 법을 알려준다. 바쁨을 자랑하는 습관을 내려놓고, 결과를 크게 바꿀 상위 몇 가지 일을 먼저 추려 하루의 가장 좋은 시간에 배치한다. 네트워크로 기운 지금의 환경일수록 이런 태도와 설계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

핵심을 고르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뒤, 남은 일에는 반복 가능한 방법과 도구를 얹어 확장해 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할 일을 늘리기보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또렷이 정해 집중하는 쪽으로 생각이 달라진다. 배움은 실천으로 완성된다.

'21세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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