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 -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기획책
남충식 지음 / 휴먼큐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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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를 읽고 나면, 기획을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가치’에서 출발하는 생각 습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시작부터 기획의 기본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기획의 목적·주체·객체·내용·원리를 전부 사람의 관점에서 다시 점검하라는 요구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아날로그적 습작”이라는 정의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곧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이어서 “기획은 가치다”라고 말한다. 기획은 반짝이는 재주가 아니라 없으면 바로 곤란해지는 물과 공기 같은 것이다. 기업은 본래 ‘기획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오늘의 일터는 모두가 기획을 해야 굴러가는 3.0의 환경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그래서 좋은 기획은 좋은 세상을 만들고, 동시에 일하는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이 개정증보판이 다시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판 이후 오랫동안 회자된 문제-해결, 심플함, ‘플래닝코드’ 같은 핵심을 지금의 언어로 갈아 끼워,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실전적으로 닿게 하려는 의도다. 이 책은 누구나 읽어도 이해가 쉬운 기획 책으로, 기획 스테디셀러의 최신 개정증보판 버전으로 나왔다.


이 책이 내 손을 가장 세게 이끄는 대목은 ‘단순함’에 대한 집요함이다. 저자는 고수의 기획을 “심플하고 명쾌하며 군더더기가 없고, 재미와 울림이 있다”고 요약한다. 잡스는 “단순할수록 더 좋다”, 셰익스피어는 “짧을수록 더 지혜롭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두 말을 현실에서 바로 쓰라고 권한다. 핵심은 생각을 “A는 B다”처럼 한 문장으로 먼저 붙잡는 습관이다. 그렇게 핵심을 못 박아 두면 다음 결정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반대로 어려운 말, 숫자, 유행 정보를 끝없이 끌어와 문서를 두껍게 만들면 목적이 흐려지고 도구가 일을 끌고 간다. 그 순간부터는 내가 정보를 다루는 게 아니라, 정보가 나를 끌고 다니는 셈이 된다. 결국 좋은 기획은 말을 더 붙이는 일이 아니라, 한 줄로 본질을 드러내고 나머지를 과감히 덜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단순해지려면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그에 대한 처방은 놀랄 만큼 간단했다. “처음으로 돌아가라.” 원점에서 대상을 다시 보고,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라는 것이다. 무지의 하라 켄야가 말한 ‘엑스포메이션(아는 것을 비워내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과 정확히 맞물린다. 그때 필요한 역량이 ‘통찰’이다. 통찰은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게 하는 능력이다.


책의 설계는 결국 ‘문제-해결’이라는 두 단어로 수렴한다. 저자는 ‘기획(企劃)’과 ‘계획(計劃)’의 한자에서 차이를 끌어낸다. ‘기(企)’에는 사람이 있고, ‘계(計)’에는 없다. 그래서 기획의 질문은 “왜/무엇”이고, 계획은 “어떻게”다. 이 구분을 일에 적용해 보니 많은 회의가 사실 ‘어떻게’만 오가고 있었다. 버튼 색·배너 위치·리포트 항목 같은 이야기들. 하지만 ‘왜 이걸 하나’와 ‘무엇을 바꾸려 하나’가 합의되지 않으니 목록은 길고 성과는 흐렸다. 기획은 ‘복잡한 프로세스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심플한 2형식으로’ 생각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문서를 두 문장으로 시작한다. “문제는 ___이다. 우리는 ___을 해결한다. ” 생각이 이렇게 단순해지면 말과 글도 단순해지고, 회의도 그 문장을 중심으로 정렬된다. 플래닝코드를 사고·회의·문서·PT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그리고 코드가 모여 화음을 만드는 ‘코드/Chord’)로 쓰라는 조언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 책은 고수와 중수를 가르는 마지막 분기점을 ‘시간 배분’에서 찾는다. 고수는 해결(S)보다 문제 규정(P)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쓴다. 모든 해결의 실마리는 이미 문제 안에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덟 시간이면 여섯 시간은 도끼날을 간다”는 링컨의 비유를 가져와, 비율까지 제시한다—P 75% / S 25%.


개정판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책에 나오는 표현과 사례들이 실제 일하는 상황과 바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말만 멋진 이론이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써볼 수 있는 언어와 사고 방식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광고·브랜딩의 최전선에서 오랫동안 플래닝을 해온 사람이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기획 바이블’, ‘문제 해결의 원조 문법’, ‘초심자도 토끼와 거북 이야기만 알면 따라갈 수 있는 책’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판형과 제본 같은 물리적 완성도 역시 눈에 띈다.


정리하면,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가 말하는 기획의 본질은 아주 단순하다. 기획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일’, 그리고 그 과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기획은 화려한 기법이나 방대한 정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인간 고유의 사고 과정이다. 그래서 좋은 기획은 결국 가치를 만들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이어진다. 문제를 정확히 보고, 해결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전체를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그가 바로 기획자다. 이 책은 우리가 기획을 다시 사람과 본질로 되돌려 바라보도록, 그리고 모든 생각과 말과 문장을 ‘문제 → 해결’이라는 단 하나의 중심축 위에 놓도록 안내한다. 기획은 복잡함 속에서 헤매는 일이 아니라, 본질을 발견하고 더 나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매일의 해안'님을 통해,

'휴먼큐브 출판사'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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