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 - 일과 삶에서 나를 증명하고 성장하는 보고의 기술
김은애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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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애의 『탁월함을 만드는 일의 언어』는 보고를 ‘상사에게 올리는 형식’이 아니라 일을 움직이고 성과를 만드는 언어로 다시 정의한다. 짧은 한 문장이 누군가의 판단을 움직이고, 또 다른 한 문장이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AI가 문서를 대신 써 주는 시대에도 마지막 판단과 실행을 이끄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고 말한다. 기계가 데이터를 모으고 그려 준다면, 사람은 그 데이터에 맥락을 붙이고 의미를 만들어 가야할 방향을 제안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보고는 그저 말로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함께 정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언어다. 보고 양식, 회의 포맷, 의사결정 기준표 같은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사람 사이의 소통을 구조화해 오류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

이 책은 보고의 변천을 따라 오늘의 과제를 보여 준다. 산업화 이전의 비공식 보고에서 출발해, 테일러·포드식 위계 조직의 일방향 보고, 워드프로세서와 표준 양식이 주도한 문서 중심 보고, 인터넷 이후 실시간 협업 기반의 보고로 흐름이 바뀌어 왔다. 그리고 2020년대, AI가 표와 그래프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지금 보고의 무게중심은 ‘팩트를 나열하는 사람’에서 ‘팩트를 해석하고 길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옮겨 갔다. IT는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와 규칙 기반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AI는 데이터에서 학습해 패턴을 발견하며 예측과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고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고, 그 결정을 조직 안에서 통과시키는 언어가 바로 보고다. 그래서 좋은 보고자는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옮겨 적지 않고, 맥락과 한계를 점검하고, 조직의 상황에 맞는 옵션과 추천안을 책임 있게 제시해야 한다.

보고의 힘은 텍스트에서 나온다. 말은 빠르고 상호작용에 강하지만, 글은 생각을 구조로 고정해 실행력을 만들어 준다. 결론과 근거, 그리고 다음 행동이 한눈에 정리된 보고서일수록 조직은 더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때 저자는 “셰프의 비유”로 생각을 다듬는 방법을 설명한다. 쉽게 말해 사고방식은 문제를 보는 ‘눈’이다. 같은 현상을 앞에 두고도 어떤 조직은 ‘규정을 어길 위험’을 먼저 떠올리고, 어떤 조직은 ‘시도해 볼 기회’를 먼저 본다. 이 눈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경험과 훈련으로 형성되고 바뀌는 습관이다. 다른 부서와 함께 일하며 관점을 섞고, MECE와 피라미드처럼 겹치지 않게 쪼개어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동료의 피드백과 멘토링을 받으며, 일이 끝난 뒤 “왜 그 판단을 했는가,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가”를 짧게 기록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사고의 과정은 문제를 단계별로 풀어 가는 방법이다. 보고는 보통 문제 정의 → 현황 진단 → 원인 분석 → 대안 설계 → 의사결정·실행 → 피드백의 6단계로 진행한다.

이 순서를 따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는 것’에서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할지 정하고 움직이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학생의 예로 바꿔 보면 더 쉽다. 점수가 떨어졌다면, 그냥 “성적이 낮다”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떤 과목·어떤 단원에서 왜 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하고(진단), 공부법이나 보충 방법의 선택지를 비교해 본다(대안). 그리고 이번 주에 무엇을, 누구와, 언제 할지를 정해 실천한다(의사결정·실행). 끝으로 결과를 점검해 잘된 점·고칠 점을 정리하고 다음 계획에 반영한다(피드백).

요약하면, 무엇이 문제냐 → 지금 상태는 어떠냐 → 왜 그랬냐 → 어떻게 고칠까 → 바로 실행하자 → 결과를 보고 다시 개선하자의 흐름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보고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료 정리 습관이다. 일관된 파일 이름, 정돈된 폴더 트리, 회의 후 산출물 정리 같은 기본기가 쌓일수록 보고는 요행이 아니라 리듬이 된다. 의료 현장의 SOAP 노트(S·O·A·P)를 차용한 구조화도 유용하다. 상황/주관적 진술→객관적 데이터→종합 판단→다음 계획의 네 칸을 보고에 이식하면 “무엇이 일어났는가—왜 그런가—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빠짐없이 이어진다.

사고를 더 깊게 열어 주는 장치로 책은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권한다. 좋은 보고는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향한 질문을 던져 상대가 스스로 본질에 닿도록 한다. 핵심을 못 본 보고는 상대에게도 핵심을 건네지 못한다. 구두 보고에서는 내용 못지않게 태도가 중요하다. “보고는 말보다 얼굴이 먼저 도착한다”는 말처럼 준비·자신감·진정성은 표정과 자세, 목소리의 리듬으로 먼저 전달된다. 결론을 말할 때 한 박자 천천히, 낮은 톤으로 시작하면 신뢰가 붙는다.

또한, 보고는 위아래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다.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에는 먼저 아는 사람이 먼저 보고해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이다. 말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을 때 보고는 빨라지고 정확해지며 협업과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후반부의 ‘스티브 잡스 보고법’은 본질만 남기는 단순화를 강조한다. “단순성은 최고의 세련됨”이라는 다빈치의 문장처럼 쉽게 쓴다는 것은 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핵심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의 보고는 과거처럼 원인(WHY)만 길게 파지 않고, 실행(HOW)까지 한 장 안에 담아야 한다. 배경·원인을 짚되, 가능한 대안, 기대효과, 우선순위, 일정, 책임자, 리스크와 완화책을 나란히 제시하면 회의는 토론이 아니라 선택과 합의로 바뀐다.

보고는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긴장과 불편함이 있는 상황에서 말을 건네야 하기에, 표현 하나에도 배려와 조율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정 부서만 아는 약어와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 말고, 상대의 이해 수준을 가늠해 공통 언어로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설득이 불필요한 마찰 없이 더 빠르고 부드럽게 통과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보고는 일을 마무리짓는 절차가 아니라, 판단을 모으고 실행을 움직이는 ‘일의 결정체’다. AI가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할수록, 보고자는 숫자에서 의미를 뽑아 맥락을 설명하고 실행으로 연결해야 한다. 즉, 명료한 구조(결론–근거–다음 행동), 본질을 겨냥한 질문, 공통 언어로의 설계가 오늘의 보고 역량이며, 이것이 개인의 신뢰와 조직의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탁월함이다.


'블랙피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보고의 목적이 ‘의사 결정‘이라면 보고의 본질은 ’효과적인 전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받는 대상이 쉽게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작성되어야 효과적으로 전달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간결함Conciseness과 명료함Clarity이 제일 중요합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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