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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극우가 온다
정민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평점 :

요즘 10대와 20대의 정치 감각을 바라볼 때면 예전처럼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한때는 젊은 세대를 대체로 진보적일 것이라 짐작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런 단순한 구도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생각의 결은 크게 갈리고,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혐오와 조롱, 극단적인 언어가 너무 빠르게 번진다.
예전에는 정치가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 신문 기사 같은 비교적 정돈된 통로를 통해 다가왔다면,
이제는 짧은 영상과 밈,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훨씬 먼저 감각을 건드린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의 정치적 태도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왜 저럴까”라고 묻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1020 극우가 온다』는 꽤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제목만 보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특정 세대를 몰아세우기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결을 추적하는 현장 기록이다.
저자는 한때 여의도에서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지만,
어느 순간 진짜 전장은 국회가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같은 플랫폼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는 정책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동안, 10대와 20대는 이미 릴스와 쇼츠 속에서 정치인을 밈으로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의도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멈춰 선 공간처럼 보였다는 저자의 고백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정치가 더 이상 ‘의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지금의 1020에게 정치는 토론이나 정책보다 더 짧고 강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먼저 스며든다.
몇 초짜리 숏폼 영상, 누군가를 희화화한 밈, 자극적인 자막 하나가 긴 설명보다 더 빠르게 인식을 만든다.
그렇게 반복해서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보다 먼저 감각이 물들고, 입장보다 먼저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짚는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논리보다 비웃는 말투가 더 강력하게 소비되고,
진지한 문제 제기보다 조롱이 더 힙한 태도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라는 것이다.
책 속 교실 장면은 특히 서늘하다. 학생들이 고인을 조롱하는 노래를 아무렇지 않게 틀고,
교사가 문제를 지적하자 “왜 이렇게 진지하냐”고 받아치는 모습은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혐오가 어떻게 놀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역사적 맥락은 지워지고, 누군가의 죽음과 모욕은 웃긴 캐릭터처럼 소비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순간 잔인함은 유희가 된다.
이 책은 혐오가 어떻게 문화가 되고, 문화가 다시 세대의 공기처럼 퍼지는지를 아주 불편하게 보여준다.
디스코드를 다룬 부분도 인상 깊다. 부모는 카카오톡을 확인하며 아이들의 세계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폐쇄적인 서버와 음성 채팅 중심의 공간으로 이동해 있다.
그곳에서는 폭력과 조롱이 기록 없이 휘발되고, 어른들의 감시가 닿지 않는 곳에서 더 쉽게 놀이가 된다.
학교에서는 조용한 아이가 그 안에서는 전혀 다른 권력의 얼굴을 가질 수도 있다는 지적은 꽤 충격적이었다.
결국 이 책은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감각과 윤리, 관계 맺는 방식 자체가 다른 코드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한다.
후반부의 K라는 인물도 현실감을 더한다.
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문제적 인물이 아니라 성수동 카페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는 ‘설거지론’, ‘레드필’ 같은 혐오의 언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장면이 무서운 이유는 혐오가 더 이상 숨겨야 할 부끄러운 말이 아니라,
‘팩트’와 ‘현실 감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느 한쪽 정치 성향에 기대어 내용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특정 정당이나 진영의 논리로 이 책을 읽기보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무엇이 실제로 위험 신호인지, 무엇을 경계하고 고쳐 나가야 하는지를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보고 싶었다. 나는 어떤 정치적 성향을 앞세워 이 책을 본 것이 아니라,
혐오와 조롱이 어떻게 일상적인 언어가 되는지, 알고리즘이 어떻게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지,
그리고 어른들이 놓치고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현실적으로 짚어보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가 옳고 그르다는 진영의 문제로 읽기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조심해야 할 감정의 흐름과 문화적 징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으로 다가왔다.
『1020 극우가 온다』는 단순히 1020을 비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왜 일부 젊은 세대가 그런 말에 끌리고, 그런 콘텐츠에 익숙해졌는지 그 배경을 묻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정치 비평서이면서 동시에 알고리즘 시대의 감정 구조를 들여다보는 사회 관찰기처럼 느껴진다
읽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책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어떤 변화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지 더 또렷하게 느끼게 만든다.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정확히 보려는 사람, 혐오와 냉소가 어떻게 세대 감각이 되는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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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다 서평단‘을 통해,
'포레스트북스 출판사' 도서와 제작비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일베는 하수구에 있었기에 피할 수 있었다. 펨코는 접속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릴스는 내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매일 밤 나의 뇌를 해킹한다. 이것이 K가 일베보다 더 강력하고, 펨코보다 더 교화하기 힘든 괴물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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