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
하승완 지음 / 부크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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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완의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를 읽으면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큰 소리로 위로하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조용한 밤에 혼자 있을 때 문득 누군가의 안부 한마디가 생각나듯,

이 책도 그렇게 차분하게 마음에 남았다.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춰서 내 이야기를 같이 떠올리게 됐다.

왜 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왜 조금만 어긋나도 하루 전체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는지…

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괜히 오래 마음이 쓰였는지, 그런 것들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지 않는다.

무조건 괜찮다고도 하지 않고, 힘든 시간을 금방 예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마음속에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아픔 하나쯤은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섣불리 다 아는 척 위로하기보다, 마음의 무게를 조용히 헤아리며 곁에서 건네는 말처럼 느껴진다.

들어가는 글부터 기억에 남는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나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어봐 주는 그 말이. 아주 짧은 말인데도 그 안부가 생각보다 깊게 다가왔다.

그냥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오늘도 버티고 있냐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냐고,

그래도 잘 살아 내고 싶다는 마음을 놓지 않고 있냐고 묻는 말처럼 느껴졌다.

살다 보면 정말 그런 날이 있다. 겉으로는 별일 없는 하루처럼 지나가는데 마음 한쪽은 자꾸 무겁고,

이유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는데 이상하게 버거운 날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 또한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조용히 다독여 준다.

초반에 나오는 “아주 작은 빛이 되어서라도”를 읽으면서는 특히 많이 공감했다.

예전의 나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 했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애를 썼다는 부분이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계속 맞추고,

빛나 보이기 위해 억지로 웃으며 참고 버텼다는 문장도 그렇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 역시도 비슷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괜히 부족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더 먼저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사람은 더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애쓰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그런 과거를 무조건 미숙했다고 잘라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였던 날들을 안타까워한다.

이 시선이 참 좋았는데, 예전의 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때도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다만 조금 외로웠을 뿐이라고 바라봐 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사람이 성숙해지는 시간은 늘 반짝이는 모습으로만 남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잘해 낸 순간들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참고 버텨 온 시간들까지 함께 지나오며 비로소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보다 오래 남는 울림”도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 부분이 더 마음에 들어왔다.

말수가 적은 사람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무심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가운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꼭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침묵을 함께 견뎌 주는 사람, 다 듣고 난 뒤에 짧게 건네는 위로, 끝까지 들어 주는 태도 같은 것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고.

그 말이 참 맞게 느껴졌다. 살아 보니 오래 기억나는 사람은 말을 화려하게 하던 사람이 아니라, 내가 힘들 때 함부로 결론 내리지 않고 가만히 곁에 있어 준 사람이었다.

관계는 얼마나 많은 말을 주고받았는지보다,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헤아렸는지에 따라 더 오래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좋았던 건 이 책이 행복을 멀리서 찾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친구들이 익숙한 농담을 건넬 때, 기다리던 택배 상자를 열어 볼 때, 우연히 반가운 얼굴을 마주할 때, 누군가 내 취향을 기억해 줄 때 같은 장면들을 읽으면서 괜히 마음이 말랑해졌다.

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오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런 소소한 순간들 사이에 이미 많이 들어와 있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런 것들은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게 된다. 늘 더 큰 결과, 더 분명한 성취만 바라보느라 지금 내 하루 안에 들어와 있는 좋은 순간들을 잘 못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오래 붙들고 읽은 건 <추억으로 채우는 삶>이었다.

삶을 오래도록 숙제처럼 살아왔다는 고백이 참 남 일 같지 않았다.

몇 살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이 나이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더 빠르고 더 확실하고 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사실 누가 정해 준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나 스스로 그런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나를 계속 다그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 준다. 그리고 이제는 삶을 숙제가 아니라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 문장이 참 좋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만 붙잡기보다 “지금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나고 있지”를 더 자주 돌아보고 싶어졌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해야 할 일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기준으로 자신을 쉬지 않고 검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놓쳤기에 만날 수 있었던”도 참 좋았다.

버스를 놓친 날, 하루가 처음부터 틀어진 것 같았는데 그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나도 그런 날들이 떠올랐다. 계획대로 안 돼서 속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어긋남 때문에 오히려 다른 좋은 일이 생겼던 날들 말이다.

우리는 자꾸 놓친 것만 크게 보는데, 어쩌면 그 덕분에 만나게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이 글이 잘 보여 준다.

조금 늦어도, 조금 돌아가도, 꼭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 괜히 오래 남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하나였다.

나는 너무 오래 내 삶을 평가하면서 살아왔구나 하는 것!

잘했는지, 부족한지, 늦은 건 아닌지, 남들보다 뒤처진 건 아닌지 그런 생각들로 내 하루를 자꾸 재단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준다.

버텨 낸 날들이 이미 의미가 있고, 놓쳐 버린 순간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내 삶은 생각보다 쉽게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는 읽고 나면 갑자기 모든 게 괜찮아지는 책이라기보다,

지나온 시간을 조금 덜 아프게 바라보게 하고 오늘의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게 만든다.

지나온 시간을 실패처럼만 보지 않게 하고, 오늘의 나를 조금 덜 미워하게 하고,

사소한 하루 속에서도 작게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조용한데 힘이 있고, 잔잔한데 오래 남는 책이다.

무리해서 잘 살려고 애쓰느라 지친 사람에게,

자꾸만 자신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 앞에서 마음이 자주 조급해지는 사람에게 참 잘 가닿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나니 제목이 왜 이렇게 붙었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나온 날들이 마냥 나를 힘들게만 한 것이 아니라,

결국 여기까지 오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렇게 자라고 있고, 지금도 잘하고 있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는 시간이 있더라도 괜찮아요. 당신의 하루 안에 작은 행복이 자주 스며들기를.
숨결처럼, 꽃잎처럼 살며시 닿기를. 당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슬이 흔들리는 물결 위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것처럼, 삶이 흔들려도 당신은 분명 반짝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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