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리문답, 삶을 읽다 (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해설 하 소요리문답, 삶을 읽다 2
정요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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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에서 리뷰했음. 교리를 쉽고 재미있게, 현실에 적실성있게 잘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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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뒷조사 복음서 뒷조사
김민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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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끌툰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교회를 부탁해, 복음서 뒷조사 등의 기독교 관련 웹툰을 연재했었는데, 드디어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마가복음 뒷조사는 마가복음의 배경을 주로 다루면서 마가복음이 증인들의 증언으로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확실하게 증언하며, 예수님의 길을 따를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주제를 다룬다. 물론 이런 마가복음의 주제와 개관이야 수많은 신학 개관 도서들에 나와있고, 더욱 자세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책은 그러한 내용들,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내용들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여러 청년들과 함께 읽었는데, 어느 하나 어렵다 한 친구가 없었고, 지루해질 때쯤이면 재미를 유발해서 단숨에 읽게 한다는 평들이 많았다. 마태복음 뒷조사까지 나왔는데, 누가, 요한복음, 서신서 뒷조사까지 몽땅 나왔으면 좋겠다. 그만큼 이 책은 그러한 길을 틀 수 있도록, 첫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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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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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열린 책들

 

책을 보고 크게 웃어 본 게 얼마만인지! 제목부터 통통 튀어 샀는데, 재밌게 읽었다. 100세 생일을 맞은 알란 칼손이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주하면서 생긴 일화들과 그가 살아온 100년 동안 이룩한 역사적 과업(??!!!!)들을 이야기한다. 처음엔 이 노인이 그동안 살아온 정형화된 삶에 지루함을 느껴 처음으로 일탈을 하는가 보다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사람은 원래부터 그런 인간이었다! 그래서 나도 창문을 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다소 섭섭하기도 했지만....그저 이런 사람을 책으로만 2주 정도 만났던 것 같은데 그래도 즐겁더라.

 

정치와 종교라면 질색하는 이 노인이 가는 길에는 고정관념,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워낙 이 사람이 그런 류의 사람들을 싫어하기도 했고, 그런 류의 사람들이 이 사람을 도무지 이해하거나 감당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신념이나 종교에 대해서 과연 중립적일 수 있겠냐만, 저자는 알란 칼손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종교와 이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존중하지 못하는 지를 꼬집는다. 배꼽 잡을 만큼 웃기는 장면도 나오지만, 워낙 무거운 주제가 이면에 흐르고 있기에 마냥 가볍게만은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

 

직업이 목사이다 보니, 인용 되는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저자는 이 말씀들 역시 종교와 이념에 매여 사람들을 돌로 치는 세상, 그리하여 너무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사는 사람들을 에둘러 비꼬고, 비판하고, 애처롭게 하는데 사용한다. ....부인하기 어려웠다.

 

그 뿐 아니라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 모습, 지나치게 낙천적인 모습,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나를 수없이 뜨끔하게 할 뿐 아니라, 주인공을 부럽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정치와 종교라면 치를 떠는 이 100세 노인과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80세의 여인이 손을 꽉 잡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손을 잡고, 더욱 꽉 잡는 두 노인의 모습은 저자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관계? 세상이 아닐까 싶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 손을 꽉 잡는 두 노인.

 

혼자서는 누구도 살 수 없는 세상, 저자는 알란 칼손을 통해 함께,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소리 내어 웃을 수도 있고, 나와 주변을 돌아볼 수도 있고, 한 번쯤 창문을 넘어보고 싶단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하나 읽고 이 정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최소 본전 생각은 안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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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사회 - 15개의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
한국여성연구소 엮음 / 동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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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과 젠더의 차이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몇 달 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란 책을 읽으면서 나도 성차별에 한 몫을 감당하고 있고,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성 뿐 아니라 모든)사람들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책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모임의 주교재로 쓸 만한 책을 찾다가 이 책, ‘젠더와 사회를 추천받았다. 책의 서문을 보니 대학 교재로 만들어졌다는데, 10여명의 여성주의 관련 전문가들이 15개의 주제를 다루었다.

 

전체 3부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1부에서는 성별화 된 사회와 젠더 체계’, 2부는 젠더와 일상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젠더와 성평등을 넘어서를 이야기한다.

 

1. 성별화된 사회와 젠더 체계 페미니즘의 역사를 살피고 젠더의 의미를 사회, 문화, 과학, 섹슈얼리티란 주제 안에서 확인해보고, 실례들을 다룬다. 역사 부분에서는 근대 페미니즘의 출발점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적 평등을 주장하며 운동화 된 시기, 개인 일상의 자유를 강조하는 최근의 여성주의 운동까지 간략하게 다룬다. 이어 다른 챕터에서는 젠더의 의미가 사회문화적,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성적 차이라는 것을 말하면서 생물학적 차이를 나타내는 sex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젠더의 의미가 실제로 사회, 문화, 과학의 영역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모든 분야에서 젠더 차이는 왜곡된 표현이나 연구로 나타나고 편견으로 자리 잡아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섹슈얼리티()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어떻게 성폭력과 성매매와 관련이 있는지,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자세하게 밝힌다. 이러한 작업은 성폭력이나, 성매매가 결코 개인의 윤리나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고, 권력의 문제인지를 분명하게 나타낸다.

 

2. 젠더와 일상 연애, , 가족, 노동, 남성문화, 미디어와 같이 다양한 우리의 일상에 젠더 차이가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각 주제별로 저자들이 흥미롭게 보여준다. 제목만 보더라도 우리 삶의 어떤 부분도 성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애 파트에서는 소위 작업의 정석(여자는 일단 술을 먹여서 취하게 만들어. 취하면 업어. 침대에 눕혀. . - 영화 건축학 개론 중에서)이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실은 스토리와 서사가 없는 부실한 연애를 만들고, 많은 이들의 연애를 낭만과 성폭력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게 만들어 버린다. 서구 사회는 이미 몸이 자본이고, 계급화 되었다 할 수 있다. 이를 따라서 몸만들기 열풍에 휩싸인 한국 사회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여성은 그 피해(성형과 다이어트, 개인 혹은 조직적인 외모에 대한 평가로 인한 물리적, 심리적 피해)가 더 심하다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저자는 칭찬이라 할지라도 이미 지나치게 많은 외모에 대한 평가를 줄일 것을 권하고, 몸에 대한 획일화된 인식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가족들 사이에선 여성이 쉼을 얻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러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가족 관련한 부분에서는 현대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여러 가지 통계 지표들로 보여주고, 동시에 이러한 상황 중에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빈곤해지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고, 적지 않은 수의 여성들이 가정 폭력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렇다면 일터에서는? 역시 남성이나, 여성 모두가 힘들어지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은 사회적인 편견과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는 육아와 가사로 인하여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일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그러다보니 남성과 비교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상당히 적은 임금을 받고 있고, 그마저도 오래 일하지 못하고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일상생활부터 직장문화, 국가정책이 총동원이 되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노동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특히 당사자인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3부 젠더를 넘어 성평등으로. - 마지막 부분에서 이 책은 돌봄과 국가 정책에 대해서, 그리고 성평등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다룬다. 위에서 짧게 노동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는데, 돌봄의 문제는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슈가 되었다. 육아휴직과 양육수당이라는 대표적인 정책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정책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주체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과 제도들을 시급하게 시작하고 정착시켜야 함을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그동안 여성주의에 대한 논의가 발전해 왔고, 여러 정책들이 시행이 되어 오면서 많은 오해와 편견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적극적 조치를 언급 한다. 그동안 사회, 구조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 시행된 제도들이 오히려 역차별 제도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오해와 여러 편견들과 저항들이 있어왔지만, 앞으로도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논의들, 실천이 뒤 따라야 할 것이 주장한다.

 

여성주의라는 큰 주제라 해도 그 안에서 워낙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요약하면서 오히려 더 딱딱해 진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손대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감조차 잡기 어렵다. 그만큼 여성차별의 문제가 뿌리 깊고, 광범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도 겪었던 일이고, 내가 살고 있는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문자로, 숫자로 확인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이제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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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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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언니. 나 대신 아파달라는 작가의 권면.

 

 

줄거리 - 해방 전에 태어나 남과 북이 갈라져서 싸움이 점점 격화되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전쟁과 그 이후에 있었던 극심한 보릿고개를 살아낸 몽실 언니의 성장 이야기다. 1984년에 완성 되어서 30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 온 국민 소설, 소년 소설, 성장기 소설이다. 몽실이는 일곱 살의 나이에 가난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피해 도망가는 어머니를 따라 가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이별을 경험한다. 너무나 어린 나이여서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가는 어머니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리둥절했던 몽실이, 새로운 아버지에게 쉼 없이 구박받고, 구타당한다. 결국 다리가 부러지고, 절름발이 되고야 말았다. 이후에도 친아버지가 나타나 생모에게서 떼어내고 데리고 온다. 몽실은 친 아버지와 다시 그와 살게 된 것을 나름 기뻐했지만, 지독한 가난과 아버지의 폭행으로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 몸이 약한 새어머니를 맞았지만 그녀는 난리 통에 몽실이의 여동생 난남이를 낳고 죽는다. 어머니와 생이별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몽실이가, 겨우 정들어 어머니가 되고 있던 북촌댁과 또 다시 이별해야 했다. 몽실이가 겪은 고난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어머니를 잃고, 친아버지와도 전쟁 통에 다시 헤어진다. 몇 년 후, 다시 만나지만 아버지는 전쟁에서 입은 상처와 질병으로 병원 앞에서 열흘을 넘게 기다리다 비참하게 객사한다. 이 모든 일들이 몽실 언니가 14, 15세가 되기까지 겪은 일들이다. 7-80평생을 살면서 겨우(?) 겪을 수 있는 모든 모진풍파를 짧은 시간에 겪으면서 몽실이는 모두의 언니가 되어간다. 성장하는 가운데 몽실 언니는 인생사가 쉽지 않고, 다 나름의 고통과 이유를 갖고 산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간다.

  

짧은 평 어느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 몽실 언니는 작가와 시대를 보여준다. 20대의 젊은 시절부터 결핵으로 고생하며 원고지 한 페이지 쓸 때마다 피를 토해야 할 만큼 몸이 아팠던 분이 권정생 선생님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 내 대신 아파해달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말 대신 아파달라는 의미보다는 이 시대에 또 다른 약자들을 품고 함께 아파해달라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평생을 버림받고, 절름발이로 살아도 자신보다 연약한 동생들과 이웃들을 돌보려 한 몽실이는 평생을 아픈 몸으로 살아야 했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사람을 사랑하려 했던 작가의 삶과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몽실 언니가 겪은 수많은 일들, 특히 고통의 순간들은 몽실 언니 뿐 아니라 우리의 부모님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겪은 우리의 실제 역사이기도 하다. 소설에 보면 전쟁으로 패가 나뉘어 죽어라 싸우는 사람들이 나오고, 너무나 배고파서 동냥하는 거지들도 참 많고, 그렇게 너무 없어서 야박해진 사람들도 많았고, 동시에 그러한 환경에서도 넉넉하게 베풀며 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무수한 아픔들도, 그 사이에 함께 있던 삶의 행복도 몽실 언니는 담고 있다. 참 감동적인 것은 몽실 언니가 이렇게 비참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서 비관적이 되거나, 사람을 배척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싸우는 군인들, 동냥을 하는 거지들, 몸을 파는 화냥년들까지 이해하고 품어주는 사람으로 자라가는 모습이었다. 많은 구절들이 있지만, 아래의 구절들이 그런 몽실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 않아요 빨갱이라도 아버지와 아들은 원수가 될 수 없어요. 나도 아버지가 빨갱이가 되어 집을 나갔다면 역시 떡 해드리고 닭을 잡아 드릴 거여요

 

엄마 원망 안해. 사람은 각자가 자기의 인생이 있다고 했어

 

아버지, 아니어요. 아버지도 엄마도 모두 나쁘지 않아요. 나쁜 건 따로 있어요.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쁘게 만들고 있어요. 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건 그 누구 때문이어요...”

 

작가는 이런 몽실이의 모습을 보고 우리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몽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것과 나쁜 것을 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몽실은 아주 조그만 불행도, 그 뒤에 아주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그만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 몽실 언니한테서 그 조그마한 것이라도 배웠으면 합니다.”

 

작가의 말을 따라서 다시 한 번 겸손한 마음으로 몽실이 한테서 좀 배워야겠다...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금새 몽실이는 내 자녀 같았고, 몽실이가 슬플 때마다 내 아이가 아픈 것 같았고, 심지어 내가 아픈 것 같았다. .........어떡하지...하면서 나도 모르게 많은 순간 눈물이 맺혔다. 비록 어리고, 장애를 가졌지만 쉬지 않고 닥치는 시련에 무릎 꿇지 않는 몽실이 때문에, 그러면서 여러 동생들을 키워내고 동시에 다른 이웃들까지도 이해하고 품으려는 몽실이의 모습 때문에 읽는 내내 슬펐고, 미안했고, 고마웠다. 그중에서도 검둥이 아기부분을 우연치 않게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어서 다 읽을 수 없었다.

 

에잇 더러운 것!” 어떤 남자가 침을 뱉으며 발길로 찼다...

안 되어요!” 몽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아기 쪽으로 가리고 섰다.

화냥년의 새끼!”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침을 뱉고 발로 찼다.

몽실은 다급하게 아기를 덥석 보듬어 안았다.

웬 계집애가, 정신 있냐?” .....

그러지 말아요.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도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여요.”....

그러나 가엾은 검둥이 아기는 얼음처럼 싸늘하게 식은 채 죽어 있었다. 몽실은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몽실은 몸에 높은 열이 나면서 앓아누웠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이 장면을 읽는데 몽실에게서 마치 예수님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랑은 놀랍구나....

 

평생 아프기만 하고, 고난당하며 살 것 같은 몽실이었지만, 놀랍게도 마지막 장면에는 몽실이로 인하여 아름다운 가정이 꾸려지고, 몽실이 키웠던 동생들이 몽실 언니에게 고마워 하고,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 있다. 아마도 아픈 인생, 가난한 인생을 살았지만 사랑의 힘을 믿었던 작가의 경험과 소망이 담긴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었다.

 

지금은 전쟁이란 것을 상상하기도 힘든 그런 시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때와는 또 다른 고난을 끼고 살아가고 있다. 감히 말하자면 이 글에는 그렇게 아픔을 끼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잠시라도 여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한 걸음 나아가 더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너도 몽실이를 읽어봐...라고 말하기보다, 몽실이가 되기 위하여 애를 쓰게 된다면 작가가 마지막 챕터에 제시한 희망을 맛보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추천하지 않으련다. 먼저 내가 또 다른 몽실 언니가 되어 보기 위해 힘써 봐야겠다. 작가가 믿는 사랑의 힘을 경험하고, 보여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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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몽실언니 다시 읽고 싶네요. 저도 읽을 때 무척 감동적으로 읽은 소설입니다.
명작의 모든 조건을 두루둘 갖춘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좋음 2016-08-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또 읽어도 가치있는 책 같아요. 읽고나니 참 감사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