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젠더와 사회 - 15개의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
한국여성연구소 엮음 / 동녘 / 2014년 6월
평점 :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과 젠더의 차이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몇 달 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란 책을 읽으면서 나도 성차별에 한 몫을 감당하고 있고,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성 뿐 아니라 모든)사람들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책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모임의 주교재로 쓸 만한 책을 찾다가 이 책, ‘젠더와 사회’를 추천받았다. 책의 서문을 보니 대학 교재로 만들어졌다는데, 10여명의 여성주의 관련 전문가들이 15개의 주제를 다루었다.
전체 3부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1부에서는 ‘성별화 된 사회와 젠더 체계’, 2부는 ‘젠더와 일상’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젠더와 성평등을 넘어서’를 이야기한다.
1부. 성별화된 사회와 젠더 체계 – 페미니즘의 역사를 살피고 젠더의 의미를 사회, 문화, 과학, 섹슈얼리티란 주제 안에서 확인해보고, 실례들을 다룬다. 역사 부분에서는 근대 페미니즘의 출발점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적 평등을 주장하며 운동화 된 시기, 개인 일상의 자유를 강조하는 최근의 여성주의 운동까지 간략하게 다룬다. 이어 다른 챕터에서는 젠더의 의미가 사회문화적,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성적 차이’라는 것을 말하면서 생물학적 차이를 나타내는 sex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젠더의 의미가 실제로 사회, 문화, 과학의 영역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모든 분야에서 젠더 차이는 왜곡된 표현이나 연구로 나타나고 편견으로 자리 잡아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섹슈얼리티(성性)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어떻게 성폭력과 성매매와 관련이 있는지,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자세하게 밝힌다. 이러한 작업은 성폭력이나, 성매매가 결코 개인의 윤리나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고, 권력의 문제인지를 분명하게 나타낸다.
2부. 젠더와 일상 – 연애, 몸, 가족, 노동, 남성문화, 미디어와 같이 다양한 우리의 일상에 젠더 차이가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각 주제별로 저자들이 흥미롭게 보여준다. 제목만 보더라도 우리 삶의 어떤 부분도 성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애 파트에서는 소위 작업의 정석(여자는 일단 술을 먹여서 취하게 만들어. 취하면 업어. 침대에 눕혀. 끝. - 영화 건축학 개론 중에서)이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실은 스토리와 서사가 없는 부실한 연애를 만들고, 많은 이들의 연애를 낭만과 성폭력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게 만들어 버린다. 서구 사회는 이미 몸이 자본이고, 계급화 되었다 할 수 있다. 이를 따라서 몸만들기 열풍에 휩싸인 한국 사회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여성은 그 피해(성형과 다이어트, 개인 혹은 조직적인 외모에 대한 평가로 인한 물리적, 심리적 피해)가 더 심하다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저자는 칭찬이라 할지라도 이미 지나치게 많은 외모에 대한 평가를 줄일 것을 권하고, 몸에 대한 획일화된 인식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가족들 사이에선 여성이 쉼을 얻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러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가족 관련한 부분에서는 현대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여러 가지 통계 지표들로 보여주고, 동시에 이러한 상황 중에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빈곤해지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고, 적지 않은 수의 여성들이 가정 폭력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렇다면 일터에서는? 역시 남성이나, 여성 모두가 힘들어지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은 사회적인 편견과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는 육아와 가사로 인하여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일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그러다보니 남성과 비교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상당히 적은 임금을 받고 있고, 그마저도 오래 일하지 못하고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일상생활부터 직장문화, 국가정책이 총동원이 되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노동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특히 당사자인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3부 젠더를 넘어 성평등으로. - 마지막 부분에서 이 책은 돌봄과 국가 정책에 대해서, 그리고 성평등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다룬다. 위에서 짧게 노동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는데, 돌봄의 문제는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슈가 되었다. 육아휴직과 양육수당이라는 대표적인 정책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정책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주체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과 제도들을 시급하게 시작하고 정착시켜야 함을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그동안 여성주의에 대한 논의가 발전해 왔고, 여러 정책들이 시행이 되어 오면서 많은 오해와 편견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적극적 조치를 언급 한다. 그동안 사회, 구조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 시행된 제도들이 오히려 역차별 제도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오해와 여러 편견들과 저항들이 있어왔지만, 앞으로도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논의들, 실천이 뒤 따라야 할 것이 주장한다.
여성주의라는 큰 주제라 해도 그 안에서 워낙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요약하면서 오히려 더 딱딱해 진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손대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감조차 잡기 어렵다. 그만큼 여성차별의 문제가 뿌리 깊고, 광범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도 겪었던 일이고, 내가 살고 있는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문자로, 숫자로 확인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이제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