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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 역사적 자료에 기초한 초대교회 모습 ㅣ 1세기 기독교 시리즈 1
로버트 뱅크스 지음, 신현기 옮김 / IVP / 2017년 6월
평점 :
‘역사적 자료에 기초한 초대교회 모습’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는 깜짝 놀랄 정도로 책이 얇다. ‘역사적 자료에 기초한’ 이란 말이 주는 뉘앙스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습이 왜 이렇고, 어떤 자료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본문에도 없고 심지어 어떤 참고자료도 붙여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는 상당히 불친절한 책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짧지만 소책자에 가까운 이 책에 담긴 짧은 이야기만으로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것은 초대 교회의 성도들은 일상에서 분리되지 않은 모습으로 예배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사는 집에서, 먹고 마시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상과 종교적인 행위가 구분이 되기 힘들 정도로 밀착되어 있었다는 것을 ‘푸블리우스’라는 한 사람이 브리스가와 아굴라의 집에서 경험한 짧지만 인상적인 예배 이야기 한 편을 통해서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워낙 많은 사람들의 평을 읽었고, 대부분이 칭찬 일색이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야기가 워낙 짧은데다 어려울 것도 없고 지극히 평범해서 금방 읽고 조금 허탈하기까지 했다. 이게 뭐지? 솔직히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책을 잘못 읽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1세기 교회의 예배 이야기>라는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내가 왜 그렇게 이 책을 평범하게 읽었고, 조금은 실망스럽게 읽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은 ‘푸블리우스’가 경험한 예배는 우리가 드리는 예배와 어쩌면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 있고, 기도를 하고, 찬송도 하고, 2부 순서처럼 교제의 시간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내가 초대 받아 가서 함께 즐겁게 교제하는 것도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예배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고, 일상도 크게 특별해 보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크게 색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고, 새로운 통찰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평범한 예배와 일상의 친교의 모습이 합쳐지는 것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집에서 가족들과 예배하거나, 가끔 교회의 소그룹 멤버들이 예배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그러한 모임들은 엄연히 ‘주일 11시 오전 예배’로 대표되는 소위 '공예배'에 그 중요성을 비교하기 어렵다. 삶이 예배이고, 가정교회를 추구하고 표방하는 많은 교회들이 있지만, 분명 교회 건물에 모여서 목사를 스피커로 두고 다른 여러 격식을 차린 예배 모임이야 말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했던, 그야말로 성수주일의 핵심이 아니었던가? 그만큼 예배의 자리는 일상과 특별하게 달랐고, 더욱 거룩해야 하는 자리였다. 예배를 ‘목숨 걸고’ 지켰던 만큼 그러한 예배의 모임은 점점 일상의 모습과 달라졌고, ‘평범’할 수 없는 모임이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점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명시적으로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삶에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일상을 예배화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어떤 친교 모임에서 환대를 받고, 서로 음식을 먹고 마시는 중에 하나님을 높이고, 그러한 중에 서로에 대한 끈끈한 책임감을 엿보는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를 그 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푸블리우스’가 경험하는 예배와 지금 내가 드리는 예배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있는 예배의 자리와 일상의 자리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다르다. 예배의 자리도 지극히 개인화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데 커다란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푸블리우스가 경험한 예배의 모습과 너무 다르다. 1년에 한 번, 혹은 두 번에 걸쳐 전도 집회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많은 교회들의 예배가 그들이 부르짖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말과 얼마나 배치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
몇 번식 곱씹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지만, 반복해서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예배와 나와 교회의 예배를 비교하며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책이 얇아 다행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