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미니스트 신학
강남순 지음 / 한국신학연구소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페미니스트 신학 : 여성, 영성, 생명>은 감신대에서 여성주의 신학을 가르쳤고, 지금은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강남순의 페미니스트 신학 관련 논문 모음집이다. 2002년도에 나왔으니 감신대에서 교수직 문제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한참 싸우기 전에 나온 책이라 할 수 있다. 논문 모음집이어서 그런지 페미니즘이라는 주제가 갖는 저항적이고 실천적인 특성들이 생생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딱딱하고 현실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만약 비슷한 주제로 그 문제를 겪은 2006년 뒤에 다시 썼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생동감이 있는 글들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 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총 열 네 편의 글을 통하여 페미니스트 신학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여기에는 페미니스트 신학의 쟁점, 근대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 폭력, 가정, 여성 목회, 성경 해석 등의 다양한 주제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주제들을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고 핵심들만 짧고, 간단하게 다룬다. 그렇다보니 각 주제에 대한 깊은 논의를 하기 보다는 각 주제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통해 페미니스트 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나는 14개의 소논문들 중에서 열두 번째 주제 ‘기독교적 덕목의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화’ 파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저자는 그람시, 푸코 등을 인용하며 한국 교회가 가부장제적 복종을 순종이라는 기독교 핵심 개념과 혼용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폭력적인 복종의 요구를 아름다운 자발적 순종으로 포장해서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중에 많은 여성들은 이러한 남성 중심적 교회에 스스로를 종속시켰다.
이 부분이 정말 공감이 갔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페미니즘을 말하면서 저자가 지적한 부분들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페미니즘을 말하면서 몇몇 여성분들의 적극적인 반발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에 조금은 놀랐는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여성이라고 전부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오히려 교회 안에서 성차별 문화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소극적으로는 이용당했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폭력과 차별에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인내, 순종, 사랑이라는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었고, 저자의 지적처럼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당연한 구호조차도 반교회적, 반가정적 발언으로 취급당하는 경우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성급한 판단일 수 있으나 남성들도 아니고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성차별을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폭력적인 생각과 행동들을 꾹 참고 살아온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페미니즘이 교회 안에서도 그만큼 유행한다는 것이고, 페미니즘이 그만큼 교회에서 그동안 가르쳐온 내용들과 부딪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답을 제시한다. 물론 조금은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지만, 페미니스트 신학이 궁금하다면 참고해 볼만한 책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