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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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놓고 아내가 먼저 읽었다. ˝어떻게 읽었어?˝라고 물었더니 ˝기분 나빠질라 그래˝하더라. 의외의 반응이어서 다시 물었다. ˝왜? 조금 읽어보니까 내가 봐도 공감되는 내용이 많겠던데?˝ 아내가 조금 길게 답했다. ˝맞아. 공감 되더라. 많이. 내 이야기이기도 한데 피할 길이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마음이 안좋아.˝ 이런. 아내가 책을 너무 진지하게 읽었다. 공감이 되었는데 너무 많이 됐네...ㅠㅠ 퇴근하고 바로 읽었다. 어떤 내용이길래 아내가 순식간에 읽고 폭풍공감을 한것일까. 책 중간에 며느리들의 삶이 다 그렇냐고 하는 질문에 ˝묻지 마세요˝라는 답이 크게 나온다. 아마 비슷하다는 뜻이겠지. 신경질나고 속상하니까 묻지 말라는 뜻도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난 그 답을 몸으로 느끼지 못했지만 아내에게 물어보니 ˝묻지 말래잖아!˝한다ㅠㅠ 어머니 생신, 제삿날, 명절....다들 행복하자고 모이는건데 며느리만 힘들다. 아니 여자들이 힘들다. 아니 모두가 힘들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웃고있는 민사린의 얼굴은 표지만 벗겨도 울상이 된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아내도. 엄마도. 여동생도 그렇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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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양장) 믿음의 글들 176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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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S. 루이스. 홍성사

 

악마가 있는가?” 일단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정말 없는가?”라고 물으면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악마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아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다보면 악마가 멀리 있지 않고 나와 너무 가까이 있고 익숙해있어서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동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태도, 행동이나 습관들이 인위적인 것이고 조작된 것이고 내가 속아서 그랬다는 사실에 괜히 부끄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편지형식으로 되어있다.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 웜우드에게 환자(신자)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조언하고 가끔은 호통도 치는 서른 한 편의 편지들이다. 이 편지들에는 기독교인들이라면 익숙한 사랑, 기도, 겸손 등에 대한 내용들이 등장하지만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 뒤틀려 있다. 스크루테이프는 가능하면 사람들이 이런 덕목들에 대해서 접근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비틀고, 왜곡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방법이 사람들을 속이기에 더 좋은 방법이다. 진짜와 흡사한 가짜를 만들어 유혹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다음의 세 가지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든 그런 주옥같은 내용들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매일 만나는 이웃들에게는 악의를 품게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지의 사람들에게는 선의를 갖게 하는 것이지. 그러면 악의는 완전히 실제적인 것이 되고, 선의는 주로 상상의 차원에 머무르게 되거든.” 45p

 

환자는 어떤 교제권에 속한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게 될 게야. 이건 단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데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그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는 거라고.” 64p

 

지옥의 전체 철학은 하나의 사물은 다른 사물과 별개라는 특히 하나의 자아는 다른 자아와 별개라는 원칙을 인식하는 데 있다.” 105p

 

이 외에도 루이스는 기독교 전통이 다루는 핵심 덕목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오용되는지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순전한 기독교>가 탁월한 변증으로 기독교를 소개했다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기독교의 덕목들이 어떤 식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풍자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풍자는 신앙인을 반성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기독교가 오랜 시간 가르쳐온 내용들이 쉽게 무시될 수 없는 것임을 강력하게 논증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루이스는 이 책에서도 전혀 새로운 내용들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기독교인조차 몰라보고 오해했던 기독교의 가치를 드러내고 분명하게 소개했다. 루이스의 탁월함이 어떤 것인지를 잘 드러낸 이 책은 아마도 순전한 기독교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오랜 시간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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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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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이프

 

나는 더 이상 누구 옆에서 대기 상태로 지내고 싶지 않아요. 나도 따로 내 방을 갖고 정말 당신 곁에 와서 자고 싶을 때, 그런 마음을 갖고 당신과 자고 싶어요. 진정으로 서로가 열망할 때 그런 관계가 얼마나 애틋하겠어요? 42p

 

여기에서 문제는 이렇게 작은 차이가 하나의 신념으로 변질되어서 서로를 감금한다는 사실이다. 253p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여성 존재 자체가 이런 식으로 남성에 의해서만 규정된다면, 이런 관계 속에서 남성은 여성의 감정까지도 장악하게 된다.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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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신체적으로 그렇다. 이것은 오만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쳐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고 식의 생각, 행동, 관습, 문화, 신앙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겉으로는 다양성과 조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 가까이 다가가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차별의 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서 잠자리도 열외는 아니다. 어쩌면 작은 차이가 큰 억압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곳이 잠자리이고, 가장 은밀한 곳이기에 사람들(거의 남자들)은 뻔뻔하면서도 당당하게 차이를 이유로 권력을 주장하고 행사하는 곳이 잠자리일 수 있다. 저자는 십 수 명의 여자들을 꼼꼼하게 인터뷰했다. 나누기 힘든 성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남편,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섬세하게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40년 전의 서구의 십 여 명 여자들의 이야기가 21 세기 한국에서도 적잖은 공감을 일으킨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인터뷰들에는 하나 같이 잠자리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도구로 사용되는 절망감이 묻어 있었다. 외로움이 싫어서,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는 여자들이 많았다. 어떤 경우에는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생각해보면 이 말은 주로 남자들 편에서 언급되었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 아내에게 성경을 들이미는 치사함....많은 경우 성경은 읽는 사람의 욕심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 구절도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집어 읽었을 때는 성경, 거룩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바른 관계, 거룩함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성 뿐 아니라 남녀사이의 관계, 남녀 관계를 넘어 차이를 갖는 모든 관계들에 대해서 말이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주 작은 차이-, 학벌, 인종 등등를 근거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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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외딴집 권정생 동화집 2
권정생 지음, 이기영 엮음, 김종숙 그림 / 단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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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 잠시 멈춰 생각했던게 몇번이나 됐다. 나쁜 큰 솥이 갑자기 고분고분해지는 모습에서 세상살이의 복잡함을 보았고, 고향땅이 수몰지구가 되는 것에 화가 나서 농약을 마시는 할아버지를 통해 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았다. 감도둑 아이들에게 자선을 베푼 노부부를 떠오르게 하는 복사꽃을 보면서 어린시절 은혜를 베풀어준 어른들이 생각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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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기독교 (양장) 믿음의 글들 185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외 옮김 / 홍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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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다시 읽기 2.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몇 번을 읽어도 즐겁고 배울 것이 있는 책들이 있다. 주로 고전이 그렇다. 인간에 대해서, 때로는 신에 대해서 시대를 초월하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책들 말이다.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역시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하는 평가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1920년대의 철학을 사용하여 1940년대의 사람들에게 어필했다는 것도 대단한데, 20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그러하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정말 그렇다. 20대 초반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통찰력 있는 그의 말에 얼마나 무릎을 치며 읽었는지 모른다. 10년쯤 지나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에도 비슷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역시 대단했다.

 

이번에는 전에 읽었을 때와 또 다른 점에서 감탄했다. 첫째로 루이스는 이 책에서 전혀 새롭거나 창조적인 기독교를 소개하지 않았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말한다. 하나는 루이스가 가톨릭과 개신교 각 교파들이 함께 공유하고 동의할만한 내용들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고, 또 다른 이유는 좋은 교사는 중요한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치며 학생들로 기억나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루이스가 그것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점이다. 이 점은 신학을 공부할수록, 목회를 하면할수록 중요하게 다가온다. 집을 짓더라도 기초공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하물며 영원한 인생에 대해서 말하는 기독교를 가르치는데 그 기본이 되는 교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루이스는 삼위일체에서 기독론, 윤리, 제자도에 이르는 주제들을 세밀하게 다루지는 않더라도 그 주제들이 가지는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둘째로 루이스는 기독교의 교리들을 탁월하게 전달한다. 단어 하나 허투로 사용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루는 주제들마다 시의적절한 비유, 예화를 통해 설명한다. 어려서부터 철학과 고전을 공부했고, 영문학을 전공하며 쌓아온 지식들을 정말 총동원한다. 그것도 드러나지 않게.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독자들의 언어로 말한다. 실제로 이 책을 보고 회심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루이스를 회의주의자들의 사도라고 부른다. 이처럼 자신의 재능을 독자들의 관심과 능력에 맞추어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목회자로서 이 능력이 부러웠고 배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배우고 싶다.

 

물론 모든 내용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당한 전쟁을 주장하는 루이스는 평화주의에 대해 당혹스러울 만큼 가볍게 무시한다. 곳곳에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하는 성에대한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아쉬운 점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여전히 배울 점들이 곳곳에 숨어있었고, 생각을 깨우는 내용들이 매 장들마다 넘쳐났다. 변증으로 기독교 신앙을 증명할 수 있겠냐마는 루이스는 예수님을 증언하기 위하여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순전한 기독교>는 루이스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위하여 증인이 되고자 한 저자의 열정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야말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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