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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기독교 (양장) ㅣ 믿음의 글들 185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외 옮김 / 홍성사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루이스 다시 읽기 2.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몇 번을 읽어도 즐겁고 배울 것이 있는 책들이 있다. 주로 고전이 그렇다. 인간에 대해서, 때로는 신에 대해서 시대를 초월하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책들 말이다.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역시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하는 평가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1920년대의 철학을 사용하여 1940년대의 사람들에게 어필했다는 것도 대단한데, 20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그러하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정말 그렇다. 20대 초반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통찰력 있는 그의 말에 얼마나 무릎을 치며 읽었는지 모른다. 10년쯤 지나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에도 비슷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역시 대단했다.
이번에는 전에 읽었을 때와 또 다른 점에서 감탄했다. 첫째로 루이스는 이 책에서 전혀 새롭거나 창조적인 기독교를 소개하지 않았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말한다. 하나는 루이스가 가톨릭과 개신교 각 교파들이 함께 공유하고 동의할만한 내용들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고, 또 다른 이유는 좋은 교사는 중요한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치며 학생들로 기억나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루이스가 그것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점이다. 이 점은 신학을 공부할수록, 목회를 하면할수록 중요하게 다가온다. 집을 짓더라도 기초공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하물며 영원한 인생에 대해서 말하는 기독교를 가르치는데 그 기본이 되는 교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루이스는 삼위일체에서 기독론, 윤리, 제자도에 이르는 주제들을 세밀하게 다루지는 않더라도 그 주제들이 가지는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둘째로 루이스는 기독교의 교리들을 탁월하게 전달한다. 단어 하나 허투로 사용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루는 주제들마다 시의적절한 비유, 예화를 통해 설명한다. 어려서부터 철학과 고전을 공부했고, 영문학을 전공하며 쌓아온 지식들을 정말 총동원한다. 그것도 드러나지 않게.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독자들의 언어로 말한다. 실제로 이 책을 보고 회심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루이스를 회의주의자들의 사도라고 부른다. 이처럼 자신의 재능을 독자들의 관심과 능력에 맞추어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목회자로서 이 능력이 부러웠고 배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배우고 싶다.
물론 모든 내용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당한 전쟁을 주장하는 루이스는 평화주의에 대해 당혹스러울 만큼 가볍게 무시한다. 곳곳에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하는 성에대한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아쉬운 점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여전히 배울 점들이 곳곳에 숨어있었고, 생각을 깨우는 내용들이 매 장들마다 넘쳐났다. 변증으로 기독교 신앙을 증명할 수 있겠냐마는 루이스는 예수님을 증언하기 위하여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순전한 기독교>는 루이스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위하여 증인이 되고자 한 저자의 열정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야말로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