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읽었다.<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 IVP. 양혜원 옮김논쟁이 되는 것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 언제인가부터 그렇다. 바쁘고 지치기도 하고 혹시라도 논쟁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그냥 피해가고 싶다. 그러면서 사람이 보수적으로 되는 건가...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중에서도 동성애 논쟁...상황만 보면 이쪽에도, 저쪽에도 서있고 싶지 않다. 얼마나 살벌한가?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동성애 논쟁보다는 교회 안의 폭력성이 훨씬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그런데 이 책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를 보니 동성애 이슈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을 것 같다. 동성애자들이 소수이긴 하지만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프레스턴 스프링클은 논쟁의 기본자세로서 상대방을 경청하는 것과 함께 실제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논쟁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많은 경우 당사자는 테이블에 없고 그야말로 탁상공론 하는 경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동성애자 패널이 있을 뿐 아니라 토론 상대자들에게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며 각각의 이슈들이 어떤 것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물론 합의에 이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동성애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마음을 조금은 차분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는 네 명이 등장하여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그 주장에 대하여 각각이 평가하고 그에 대하여 재반론 한다. 네 명의 주장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윌리엄 로더 – 구약과 신약 성경과 당시 고대근동 지역에서는 동성애 행위뿐 아니라 지향도 정죄 대상이었다. 그러나 동성애자인 사람이 존재한다면 바울의 이해가 그것에 대해 제한적이었다고 보아야 하지 그의 말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욱여넣을 순 없다. *메건 드프란자 – 고대 사회가 생각하는 덕스러움은 섹슈얼리티 논쟁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남성적인 것(이라 여겼던 것)이 미덕이었기에 여성과 고자는 차별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환경은 분명 성경에 나오는 동성애 구절들과 관련이 있다. 특히 이슈의 중심에 있는 로마서 구절 역시 그러하기에 모든 동성애 행위를 도덕적으로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 *웨슬리 힐 – 초기의 교회 때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경은 통일된 전체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해석학적 발전을 이루었고 그중에서도 결혼에 대한 관점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는 결혼의 유익이 자손, 신실함, 성례로서 드러난다고 잘 정리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이전의 모든 정체성(성 정체성 포함)을 상대화할 것을 요구 받는다. *스티브 홈스 –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쾌락보다 출산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기독교 처음부터 상당히 오래 지속되어 온 생각이다. 남녀의 상호보완성은 출산을 위해 마련된 창조의 현실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살피면서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수 있었다. 하나는 동성애 논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준들이다. 편집자가 잘 정리했는데 첫째는 성경에 나오는 금지 본문들이고 둘째는 출산이고 셋째는 젠더 상호보완성이고 마지막으로 목회적 수용이다. 이들 중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동성애에 긍정하는 쪽이라고 해서 성경 본문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부정하는 쪽이라 해서 성경 본문만을 들이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측면은 이들 중 어느 한 사람도 동성애자들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동성애에 긍정하는 쪽 뿐 아니라 부정하는 쪽의 사람들 역시 그들을 목회 대상으로 보고 있고 나름의 대안들이 있었다. 아마도 목회 현장에서 실제 함께 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나름의 생각과 목회 대안들이 쌓여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미국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을 한국의 현실에 맞추어 번역자가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앞에 진행된 토론의 핵심을 잘 정리했을 뿐 아니라 복음주의 테두리 안에서도 이 주장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향하여 크게 두 가지를 부탁하는데 그것은 인용할 만하다. “한국 교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게 동성애자들의 존재 자체가 도덕적 위협은 아닙니다...한국 교회는 이성애자들의 성과 결혼 문화를 먼저 성찰해야 합니다...마지막으로..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로맨틱한 사랑의 범주보다 넓기 때문입니다.”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래서 이 책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인가? 반대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부터 떠올랐다. 네 사람이 실컷 논쟁하고 편집자 역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허무하다거나 아쉬운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모르고 있던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적지 않게 있었고 논쟁점들이 들어와 앞으로 어떤 것들을 눈여겨보아야 하는지 대강 정리할 수 있었다. 아직 동성애라는 주제에 대해서 찬, 반만 생각해보았을 뿐 관련하여 어떤 논의가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면 차분히 이 책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적극 추천한다.
˝생각해보면 차별은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나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차별은 더이상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나도 모르는 내 안의 차별적인 관념이 언제 어떤 형태의 말과 행동으로 불쑥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연구를 하기로 했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 프롤로그 중에서. 요즘 차별과 관련하여 아주 비싼 값을 치르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창피해서 말은 못하겠고...나만 모르고 있었지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내 방식대로 차별을 하면서도 나는 친절을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고 상대방이 몰라주는 것에 서운해했다. 언젠가 누가 그랬다. ˝모르면 배우라고˝ 그러게. 배워야지...차별은 나하고 관련이 없을수가 없다. 저자도 배우고 연구까지 했다는데...나도 배우자. 서문을 보다 자책감이 밀려와서...에혀....ㅠㅠ
˝...개인의 종교적 체험과 사회적 성취를 등치하는 가려진 욕망이 결국은 교회를 사사화된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신앙을 사적 영역으로 제한한 이들이 모인 공동체인 교회 역시 사적 영역에 머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종교적 DNA를 공유하는 이들만의 닫힌 공간이 된 것이다...결국 교회의 공공성, 복음의 공공성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신앙이 공공재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신앙이 인격적이면서 공적인 가치임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사회의식, 역사의식이 아닐까.˝ 최종원.<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342~343p한국교회에서 최근 이슈가 되었던 여러 사건들을 직접 언급하며 저자의 전공인 교회사와 엮어가며 이런저런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다. 지나치게 배타적이며 고립되어 있는 교회가 이 시대라는 콘텍스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다양한 실례들을 들어 설명한다. 한국의 교회들에 나타나는 사건, 사고, 현상들은 다양한것 같지만 놀랍게 닮아 있다. 저자는 그 원인을 신앙을 지나치게 사유화 하고 시대를 읽는 관점이 전무하다 싶은 교회의 처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어느날 저자가 갑자기 페북에 나타나 글을 하나씩 올리던것을 눈여겨 보았다. 보통이 아니구나...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최근 하나, 둘 내어 놓는 책들을 읽어보니 한국교회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축적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수 있었다. 이 책 역시 생생한 최근의 교회 이슈들과 2천년의 교회사를 넘나들며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적극 추천한다.
웨인그루뎀의 조직신학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 책이라 할수있다. 개혁주의안에서 나름 딱딱하지 않은 저자라 종종 그의 견해를 찾아볼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그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도 조직신학을 더욱 요약해 놓은 책이라 그런것 같다. 꼭 들어가야 하는 개념들을 20가지로 줄이고 그 안에서 또 요약하다보니 비유하자면 무슨 수학공식 같기도 하고 사전 같기도 하고...그렇다. 물론 기독교 교리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신자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라면 적당한 책이 될 것 같다. 일단 주제를 대강 잘 추렸고 내용도 개혁주의를 따르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