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 - 성경은 무엇을 말하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윌리엄 로더 외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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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다.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 IVP. 양혜원 옮김

논쟁이 되는 것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 언제인가부터 그렇다. 바쁘고 지치기도 하고 혹시라도 논쟁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그냥 피해가고 싶다. 그러면서 사람이 보수적으로 되는 건가...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중에서도 동성애 논쟁...상황만 보면 이쪽에도, 저쪽에도 서있고 싶지 않다. 얼마나 살벌한가?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동성애 논쟁보다는 교회 안의 폭력성이 훨씬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를 보니 동성애 이슈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을 것 같다. 동성애자들이 소수이긴 하지만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프레스턴 스프링클은 논쟁의 기본자세로서 상대방을 경청하는 것과 함께 실제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논쟁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많은 경우 당사자는 테이블에 없고 그야말로 탁상공론 하는 경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동성애자 패널이 있을 뿐 아니라 토론 상대자들에게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며 각각의 이슈들이 어떤 것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물론 합의에 이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동성애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마음을 조금은 차분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는 네 명이 등장하여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그 주장에 대하여 각각이 평가하고 그에 대하여 재반론 한다. 네 명의 주장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윌리엄 로더 – 구약과 신약 성경과 당시 고대근동 지역에서는 동성애 행위뿐 아니라 지향도 정죄 대상이었다. 그러나 동성애자인 사람이 존재한다면 바울의 이해가 그것에 대해 제한적이었다고 보아야 하지 그의 말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욱여넣을 순 없다.
*메건 드프란자 – 고대 사회가 생각하는 덕스러움은 섹슈얼리티 논쟁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남성적인 것(이라 여겼던 것)이 미덕이었기에 여성과 고자는 차별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환경은 분명 성경에 나오는 동성애 구절들과 관련이 있다. 특히 이슈의 중심에 있는 로마서 구절 역시 그러하기에 모든 동성애 행위를 도덕적으로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
*웨슬리 힐 – 초기의 교회 때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경은 통일된 전체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해석학적 발전을 이루었고 그중에서도 결혼에 대한 관점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는 결혼의 유익이 자손, 신실함, 성례로서 드러난다고 잘 정리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이전의 모든 정체성(성 정체성 포함)을 상대화할 것을 요구 받는다.
*스티브 홈스 –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쾌락보다 출산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기독교 처음부터 상당히 오래 지속되어 온 생각이다. 남녀의 상호보완성은 출산을 위해 마련된 창조의 현실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살피면서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수 있었다. 하나는 동성애 논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준들이다. 편집자가 잘 정리했는데 첫째는 성경에 나오는 금지 본문들이고 둘째는 출산이고 셋째는 젠더 상호보완성이고 마지막으로 목회적 수용이다. 이들 중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동성애에 긍정하는 쪽이라고 해서 성경 본문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부정하는 쪽이라 해서 성경 본문만을 들이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측면은 이들 중 어느 한 사람도 동성애자들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동성애에 긍정하는 쪽 뿐 아니라 부정하는 쪽의 사람들 역시 그들을 목회 대상으로 보고 있고 나름의 대안들이 있었다. 아마도 목회 현장에서 실제 함께 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나름의 생각과 목회 대안들이 쌓여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미국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을 한국의 현실에 맞추어 번역자가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앞에 진행된 토론의 핵심을 잘 정리했을 뿐 아니라 복음주의 테두리 안에서도 이 주장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향하여 크게 두 가지를 부탁하는데 그것은 인용할 만하다. “한국 교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게 동성애자들의 존재 자체가 도덕적 위협은 아닙니다...한국 교회는 이성애자들의 성과 결혼 문화를 먼저 성찰해야 합니다...마지막으로..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로맨틱한 사랑의 범주보다 넓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래서 이 책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인가? 반대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부터 떠올랐다. 네 사람이 실컷 논쟁하고 편집자 역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허무하다거나 아쉬운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모르고 있던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적지 않게 있었고 논쟁점들이 들어와 앞으로 어떤 것들을 눈여겨보아야 하는지 대강 정리할 수 있었다. 아직 동성애라는 주제에 대해서 찬, 반만 생각해보았을 뿐 관련하여 어떤 논의가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면 차분히 이 책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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