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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 - 기독교 생사학의 의미와 과제 ㅣ 기독교 인문 시리즈 6
곽혜원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11월
평점 :
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 새물결플러스. 곽혜원 지음.
언제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이가 태어날 때면, 태어날 아이의 아빠도 분만실에 들어가서 분만을 돕는다.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여러 유익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나도 역시 두 아이가 이 세상으로 나올 때, 가족분만실에 들어가 아내의 손을 붙잡아 주었고, 격려의 말들을 해주며 그 시간을 아내와 함께 했었다. 첫째가 세상에 나왔을 때, 아내는 무려 만 하루를 넘기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엄청난 산통 이후에 우리 첫째가 세상을 향하여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바로 경이로움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지인의 죽음을 경험할 때면, 이러한 경이감보다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크게 슬퍼할 수도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채 ‘갑자기’ 떠나보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의학이 그 어느 시대보다 발달한 시대이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역사상 최초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는 점점 죽음의 순간을 마치 빠르게, 정신없이 해치워야 하는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자는 한국에 존재해 왔던 여러 종교들의 생사관을 살피면서 그 이유를 제시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있는 ‘현세 중심적인 사고’들이 여전히 우리가 죽음을 터부시하는데 큰 이유가 되었다. 기독교인들이라고 이러한 현실에서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저자는 오히려 ‘믿음’, ‘기적’이란 말을 하지만,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현세 중심적인 사고’에 ‘맹목적인 신앙’을 더하여 안 그래도 최악인 한국 사람들의 죽음의 질을 더욱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갈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죽음에 대한 준비로서 죽음학, 혹은 생사학에 대해서 가르쳐야 할 것을 주장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이슈로 논란이 되고 있는 뇌사 판정, 안락사와 존엄사, 그리고 완화치료에 대한 논의들을 폭넓게 제시한다. 워낙 다양한 주제들이고,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해당 논의들을 심도 있게 이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호스피스와 완화치료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말기 암 환자들이나,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지나치게 방어적인 의료진들의 대처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을 가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다양하고도 중요한 여러 의견들을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다는 것, 환자와 함께 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 말기 암환자들에게 적극적인 항암 치료를 자제하고, 진통제 투여에 좀 더 관대해 질 것을 주문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한다.
이 외에도 고독사, 무연사, 급증하는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처음 언급했던 죽음에 대한 교육이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동시에 삶의 질이 지나치게 양극화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이 문제들이 근본적인 해결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서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유익을 준다. 특히나 죽음을 터부시하는 한국적 정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준비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크게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동시에 ‘죽음’이라는 중요하면서도 거대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내용이 산만한 면이 없지 않고,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서 깊은 논의를 살펴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대부분의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6인실 병실에서 혹은 중환자실에서 고통스럽게 맞이해야 하는 현실에 사는 우리에게, 적어도 지금보다는 우리와 우리 가족들이 맞이해야 하는 죽움의 순간을 훨씬 ‘경이롭게’ 적어도 ‘존엄한’ 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도전하기에, 우리에게 유익하고, 적실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목회라는 현장에서 성도들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함께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언제부턴가 인류는 젊음에 대한 집착에 깊이 빠져 있다.....더욱이 인간은 인생에 정해진 한계점이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모든 즐거움과 성취감과 함께 고통과 좌절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인생의 틀이 완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