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목사입니다. 당연히 교회에 관심이 많고 신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도 참 많이 했고, 신학과 관련하여 날을 세우고 논쟁도 해보았습니다.(점점 느끼는 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능....) 그러다보니 ‘한국 교회 비판서’들을 작년에만도 몇 권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이 쓴 교회 개혁에 대한 ‘쓴 소리들’ 혹은 한 사람이 자신의 관점에 따라 비판하고 나름의 대안을 적은 책들이라든지....나름 통찰도 있고, 정말 그 분들의 말처럼 교회가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동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을 읽어가면서 마음 한구석에서는 항상 무언가 대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은 비판에 관련한 책이다 보니 마음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말 새물결플러스에서 나온 이 책, ‘참스승’을 읽었습니다. 목차들을 보는 순간....김용기, 김교신, 안창호, 이승훈, 윤동주....막상 이름들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분들의 약력조차 모르는 분들, 주영하, 전영창, 권정생, 박대선...등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것 같은 분들도 절반 쯤 되었습니다. 정말 우리의 귀한 스승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무식할 정도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서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역으로 바쁜 와중에서 2, 30분씩 짬을 내어 하루에 한 명씩. 읽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6. 25 전쟁, 6-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시기 등, 우리 민족 어려운 시기를 살면서 ‘사람을 키우고자’했던 위대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의 목사로 살아가는 저에게 ‘참스승’들이 멀지 않은 시기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계셨다는 사실 만으로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물론 30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책이다 보니 이 책만으론 13명의 인물들을 자세히 알긴 무리가 있었습니다. 음식의 ‘간을 보는’ 정도라 할까요? 향수의 ‘샘플’을 손바닥에 뿌려본 정도라 할까요? 그 짧은 지면에서 이분들의 사상, 혹은 ‘공’들과 ‘과’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엔, 이 책, ‘참스승’은 수많은 교회 비판서들, 그리고 외국의 신앙 위인들, 혹은 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나에게 직접적이고,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무엇인가 날을 세워 비판하는 것도 소중한 가치를 지니지만, 기독교적 가치를 삶으로 살아낸 위대한 스승들의 모습만큼 작금의 교회들과 목회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적실한 대안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었던 큰 소득은 이분들의 삶을 샘플처럼 보았으니, ‘참스승’들의 더욱 구체적인 삶, 그리고 사상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단지 ‘무교회주의자-김교신’ ‘서시-윤동주’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무교회주의를 외쳤던 김교신이 말하는 무교회주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20대에 요절한 윤동주가 시를 통해서 우리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장 서점으로 가서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사려고 생각 중입니다.^^
많은 젊은 목회자들, 특히 한국에도 이렇게 귀한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저처럼 거의 모르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고,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아마도 제가 경험한 즐거움, 감동들을 동일하게 경험할 것입니다.^^ 읽으며 감동적이었던 부분을 몇 개만 골라서 올려봅니다.
남강 이승훈
“모든 학생이 똥을 누기는 누되 하나도 그것을 치우려는 사람은 없었으므로 남강 선생이 손수 도끼를 들고 그것을 까냈다고 한다. 때론 그것이 튀어 입에 들어오는 일이 있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는 조금도 그것을 마다 아니하고 도리어 즐거운 마음으로 했노라는 이야기를 했다.”
도산 안창호
“국민이 도덕 있는 국민이 되고 지식 있는 국민이 되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남에게 멸시를 안 받도록 하는 것....그 길은 무엇이냐? 우선 나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덕 있고, 지 있고, 애국심 있는 사람이 되면 우리나라는 그만한 힘을 더 하는 것이다.”
일가 김용기
“그러나 역사를 만든 실제 일꾼은 역사에는 흔적도 없는 백성과 졸병들인 것이...나는 내가 평범한 농사꾼임을 후회하거나 큰 인물이 못 되고 작은 인물이 된 것을 후회한 일은 단 한 번도 없다...그러나 그 작은 일도 오랜 시간을 두고 쌓아 올리면 그것이 큰일이 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침이다...”
조아라
“청소년의 비행이 어찌 청소년만의 책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회가 몽땅 병들어 있으니 이를 어이할거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을....”
전영찬
“나는 그들의 목자가 되기 위해서 오랜 준비를 해왔는데, 이제 막상 위험에 빠진 양을 모른 체하고 떠나버리면 목자는커녕 사악한 사기꾼이 아닌가?”
박대선
“박대선은 스스로 교사, 목사로서 실력을 갖춘 후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원칙을 아주 엄격하게 자신이 책임 맡은 학교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