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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
밀란 쿤테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네이버 열린연단을 보고 오래 전 사다 놓은 쿤데라 전집에서 꺼내어 (다시) 읽었다. 사랑에 배신당해 죽겠다고 스스로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어 삼킨 약이 설사약이어서 화장실을 떠나지 못하게 된 여자 말고는 기억하는 것이 거의 없었구나.
15년 전 농담 한 마디에 자신의 인생을 뒤집은 자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버텨왔는데, 복수를 완성하려는 순간 그 복수심에 인생 전체가 더 큰 농담으로 뭉쳐져 되돌아온 것을 확인하는 루드비크.
10여 년 전 처음 읽을 때도 느꼈지만 이 소설과 <생은 다른 곳에>의 쿤데라는 매우 친절하다. 행간이 거의 없이 촘촘하게 이야기로 채워진 `전통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조금도 우스꽝스럽지 않은 인물은 루치에 뿐인데, 그것은 그녀가 자신을 직접 독자에게 설명하는 화자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서둘러 돌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란 없다고, 무언가를 향해 초조하게 손을 내미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p115)는 듯 사는 그녀는, 산다는 것이 결국 시간을 견뎌내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