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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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uminaries
Eleanor Catton (2016) / 김지원 역 / 다산북스 (2016)

2016-6-26

소설을 읽는 기쁨과 즐거움과 보람과 약간의 질투...라기보다 부러움.
내 인생의 책은 아니겠지만 최고의 소설 중 하나다.
작가의 천재성이란 광고가 빈말이 아니다.
점성술도 달리 보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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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 걸작선 2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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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둠즈데이북>을 읽을 때 몸을 엄청 배배 꼬았던 기억이 있어서 코니 윌리스을 다시 읽을 줄은 몰랐는데. 제목과 ˝역대 최다 휴고상과 네뷸러 상 수상자이며 SF 그랜드마스터˝라는 타이틀에 혹해서. 코니 윌리스 걸작선이 원래 한 권인데 우리나라에서 두 개로 쪼개서 출판한 거였다는 건 몰랐다. 결국 <화재감시원>도 읽어야 한다는 말인데.

<모두다 땅에 앉아 있었는데>와 <여왕마저도>는 <둠즈데이북> 때문에 좋지 않았던 작가의 인상을 확 씻어낼 정도로 훌륭했으나. <마블아치에서 부는 바람>과 <마지막 위네바고>는 그러면 그렇지 싶었다. 역시 몸이 엄청 꼬였는데 장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여왕마저도> 단 한 편 때문에라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생각날 때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을 것 같다. 거기에 <모두가 땅에 앉았는데>는 덤. 그 때문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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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트롤 - 타임 패트롤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4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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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산 책. 지금에서야 읽다. 그런데 파본이다! 교환 가능하냐고 질문은 넣어놨다. 책은 유통기한이 없으니 가능하겠지.
닥터 후의 시대에 읽기에는 좀 낡은 느낌. 누구나 해봄직한 질문에 누구나 내놓을 법한 해답의 느낌. 번역은 역자인 김상훈 ˝삘˝이 너무 난다. 특히 ˝간원˝이라는 단어.
시간 보내기에 좋은 시간 여행 이야기. 하드보일드 탐정이래도 좋을 주인공 에버라드의 츤데레함.

˝결국 막판에 가서 그를 움직이는 것은 추상적인 책임감 따위가 아니라, 그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사소한 일들과, 사소한 사람들의 기억인 것이다.˝(p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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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한강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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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7

오랫만에 단숨에 읽어내린 소설.

1. 기벽[奇癖]
누구에게나, 들키기 전에 굳이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기벽이 있다(? 아무튼 나에겐 있다). 그 기벽은 일종의 숨구멍이다. 일상과 평범에 납작 찌그러져 종내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아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 날려버리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그 숨구멍은 어느 순간 일상과 평범의 세계를 폭파시켜 날려 버릴 불씨의 유입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기벽과 불씨가 꼭 공통점을 유추할 수 있는 어떤 짝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벽이 있다면 불씨도 있다. 자신은 그걸 인식할 수 없다. 그랬다면, 기벽을 고수할 리가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벽을 지닌 사람은 그 나머지 사람들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한 사람이라고. 어떤 이의 기벽을 우연히 발견하면 움찔하게 되고.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여자에게 우선 움찔하였다. 모든 면에서 평범 그 자체인 여자에게 유일하게 언급할 만한 것이 이것이다. 아무튼 무엇이든 언급할 만한 것이 있다면 -물론 정말 어떤 것도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면 이야기도 없겠지. 아니, 정말이지 어떤 것도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이야깃거리일 수도 있고- 이미 `모든 면에서 평범`한 것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평범한 삶을 원했다면 이 여자와 결혼해서는 안 되었다.

2. 연작 중 가장 강렬한 것은 욕망이 전면에 드러나는 <몽고 반점>이고 중단편으로서 압축된 서사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속에 오래 남겨 데려가고픈 인물은 ˝성실의 관성으로 시간과 함께 모든 것을 극복˝할 수도 있었을 여자 `인혜`이다. 이것은 소설 뒤에 붙은 해설에서 평론가가 말한 대로이기 때문이다.

˝파괴적인 열정에 부딪쳐 깨져버린 이들이 숭고한 예술작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인내의 근육을 가다듬으며 일상의 곡예를 아슬아슬하게 연마한 그녀의 삶을 감히, 예술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또 어디 있겠는가. 욕망을 감추는 데 들이는 에너지는 욕망의 나신을 드러내는 데 들이는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막대할 것이다.˝

3. 그래도 여주인공, 영혜가 머리속에 더 깊이 각인된 바, 그 어떤 종류의 폭력으로부터도 벗어나기 위해 끝내 식물로 나아가는 그녀가 이렇게 묻기 때문이다. ˝죽는 게 왜 나빠?˝

4. 한강은 <검은 사슴>이 출간된 후 거의 곧 읽고 서너 해 전에 <희랍어 시간>을 읽었다. <검은 사슴>을 읽을 때는 좋은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 책들까지 읽게 되진 않았었다. 이십 년도 더 후의 <희랍어 시간>에서는 그녀가 산문에서 시로 넘어(? 옮겨?)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채식주의자>는 <검은 사슴>보다 앞으로 나아 온, 거기다 아직은 산문이다. 기억에서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먹먹하다.

5. 아마 맨부커 인터내셔널 쇼트 리스트 얘기가 없었다면 영영 사지 않았을 거고, 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몇 달 뒤에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영역자인 데보라 스미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거기다 이 소설을 원래 쓰여진 언어로 읽었다는 것도 기쁘다!

스미스는 한국어를 책으로만 배워서 2년 만에 한국현대소설을 읽고 7년 만에 이런 성과를 올렸다는데 프랑스어를 책으로만 2년 공부한 나는 아직 <어린 왕자>의 첫 페이지도 멋 넘기고 있다. 각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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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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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한국 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 창비 (2015)

2016-4-3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을 재밌게 읽었던 차에 이 책을 발견. 그런데 재미는 그닥.

일단 저자는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하였다지만 그래도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문장과는 거리가 있다. 한자어로 된 법률 용어의 명확한 뜻이 금방 떠오르지 않기도 하고 비문은 아니지만 구어도 아니기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 문장들도 많았다.

다음으로, 읽는 내내 삼권분립이 뭐고 도대체 우리나라에 대법원이 존재하는 이유가 뭐지 싶었다. 뭐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막연하 대법원이란 정권의 들러리지 하고 생각하긴 했는데 전직 대법관의 증언(!)을 보니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법이란 게 사회적, 사법적 약자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넘의 대법원은 논리를 계발해가면서까지 정권이 원하는 결론을 내려 준다. 다수 의견의 논리에 대한 소수 의견의 반박은 그저 반박으로 끝날 뿐. 다수 의견이 소수 의견을 재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시한다. ˝소수˝ 의견이니까. 각자 자기 의견 내고 찬성 몇 반대 몇, 이 쪽이 다수니 이걸로 결정, 끝. 이게 무슨 토론이야.

가장 속 뒤집히는 건 상지학원 사건이다. 도대체 자기들이 나름 여러 단계의 논리를 거쳐 도달한 결론이 결과적으로 누가 봐도 불합리한 -이 사건의 경우 비리 당사자에게 학교가 다시 돌아가는 것- 상황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면, 다시 말해 법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가 정의 실현이 아닌 정의 파괴라면, 그 따위 법은 왜 있는 거란 말인가. 아니면 법은 멀쩡한데 그 따위로 휘어서 갖다대는 대법관은 어떤 존재들인가.

여하튼, 이 역시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법계의 수준(?)에 매우 실망했다.

사족. 저자의 이름이 붙은 김영란법. 이 법이 내수를 위축시킨다고들 하는데 뇌물로 굴러가는 경제가 그렇게 어마어마 했단 말인가. 남이 사주지 않으면 맛볼 수 없고, 가족이나 나를 위해서는 못 사면서 누군가에게 굽신거리며 바치기 위해서만 구매한다는 게, 그야말로 본말전도 아닌가. 지금까지 그래왔다면 그거야말로 비정상이고 우리 공주마마가 좋아하는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비정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달려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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