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플러스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석 / EBS미디어 (2014)

2016-4-8

하드커버에 종이까지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것이 `책`이란 물건으로서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제목까지 너무 뭐랄까 독자에게 아부하는 것 같았달까.

하지만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고 따라서 훌륭한 책이다. 이런 책을 고등학교 다닐 때 읽었어야 하는데. 그랬으면 대학에서 과학철학 동아리에서 모여다니던 사람들을 지적 겉멋이 단단히 든 사람들이라고 오해(사실은 질투)하지 않고 나 역시 끼어들어봤을 텐데. 그러나 이 책은 2014년에 나왔을 뿐이고. 아마 우리 사회의 여건 지금에서야 이런 책들이 출판될 수 있을 만큼 열렸다는 뜻이겠고 나 역시 지금 이만큼 나이 막고서야 이런 책을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만큼의 지적 능력이 된 것이겠지.

˝과학적˝이란 말의 의미를 내가 얼마나 단순하게 또 그만큼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라고 어느 정도는 그 단어의 의미에 무지한 만큼 교조적으로 ˝비과학적˝인 것들을 배척해 왔는지. 과학의 점진적 발전을 주장한 포퍼와 정상과학과 패러다임 변화를 통한 과학혁명을 주장한 쿤에 대해서. 과학에서의 (저자가 주장하는) 다원주의의 의미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물 끓여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 역사적인 미국 연방대법원 사건들과 숨은 이야기
L. 레너크 캐스터.사이먼 정 지음 / 현암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L 레너드 캐스터, 사이먼 정 / 현암사 (2012)

2016-4-4

김영란의 <판결을 생각한다>를 읽다가 문득 이 책을 사다놓고 재밌게 좀 읽다가 버려놨다는 게 떠올라서 이 책부터 읽었다.

쉽게 읽히는 데다가, 정말 재밌기까지 하다. 그런데 좀 이상한 책이다. 저자는 두 명의 미국인(적어도 한 명은 이름으로 보아 한국계일 수도 있겠지만)인데 처음부터 한국어로 쓰인 듯 역자가 없다. 아마도 영어로 씌였을 원서를 번역한 것 같지도 않다. 저작권 계약 표시가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구글링에서도 L Leonard Kaster 라는 `저자`는 한국어로 된 이 책 외에는 나오는 것이 없다. 두 사람 다 한국인(또는 한국계)인가? 그래서 그냥 한국어로만 책을 썼나? 그렇다면 한국식 이름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영어 이름을? `굳이`라고 물을 필요까지는 없는? 이런 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까? 물론 이런 궁금증은 `책 자체`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아무튼, 재미있게 쉽게 후다닥 읽었다. 그러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주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부러움이었던 것 같다.
내가 미국과 미국인에게 항상 부러워하는 점은 이런 거다. 기득권 꼰대들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일까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해서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 역사가 겨우 200년 남짓 되지만 `미합중국 헌법`이라는 게 무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헌법`이고, 구성원들 사이의 충돌은 법정에서 헌법을 토대로, 즉 미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세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기들이 원했고 또 원하는 국가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들에게는 자랑스런 선조도 없었지만 청산해야할 역사도 없었고, 다행히 현명한 대표자들을 뽑아 토론과 합의와 헌법이라는 첫 단추를 잘 끼웠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의 시공간에서 그럴 기회가 있었다. 무능의 극치였던 왕조는 망하고 왕조 대신 들어서서 더 심한 수탈을 일삼았던 일본은 패전국으로 꺼져버렸다. 거기다 임시정부도 있었다. 새로 헌법을 만들면 되었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 평등(기회), 박애(상조)가 바탕이 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런 나라를 위한 헌법을 쓰고 선포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뭐 결과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속으로는) 알고 있는 바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에 밀리고 짓눌린 나머지. 아니, 어쩌면 우리 헌법도 미합중국의 헌법만큼 훌륭한 헌법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라는 선언이 단지 선언 이외의 어떤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냉소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결국은 그 법을 손에 들고도 제대로 행사하려고 들지 않는 나 포함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법`하면 생각나는 금언 내지는 격언으로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든가 소크라테스가 남겼다는 `악법도 법이다`가 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말도 금방 떠오른다. 요컨대 법을 `준법의 의무`라는 측면에서 특히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왔고, 그러면서도 일상 생활에서 별 도움은 되지 않는, 힘(권력, 금력, 폭력 등)보다 못한 것이 법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힘보다 법이 못한 국가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라이고, 그런 국가에서 `준법`을 강조하는 하는 것은 권력자가 시민을 겁주고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특히 반정부 경향의 시위에 대해 공권력이 `불법`이라는 딱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라. 한편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 내지는 투쟁 환경을 조장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해소하지 못한, 혹은 해소하려 들지 않는 갈등은 점점 더 법보다 가까운 주먹을 먼저 소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에서 툭하면 터지는 `묻지 마` 총기 난사 사건이나, 늘어가는 증오 범죄(정말 이런 인간들은 고대로부터 답이 없다)를 보면, 이들도 법정에까지 오는 사건들에서나 `건국의 아버지들의 초심`을 생각할 뿐 실제로는 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도생各自圖生 중인 것 같다.

또한,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고 할 때,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들만 법으로 금지를 하여야 하지, 법의 오지랖이 너무 넓으면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답답하고 숨막히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 뿐 아니라 시내 도로에서 전좌석 안전띠 의무화` 같은 것. 고속도로에서는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속력을 낼 수 없는 시내도로에서까지 전좌석 안전띠라니. 그런 걸 꼭 법으로 강제해야 하나?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사망할 확률이 높으니 매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정도의 캠페인으로 끝나면 안되나? 안전띠를 매지 않는 것은 사고의 순간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행위이다. 이걸 안 하면 벌금이라고 법을 강제하는 건 법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사람이 있고 그 사이에 관계가 있고 그 때문에 법이 있는 것이다. 관계를 망치는 법, 인간을 망치는 법은 법일 수 없고, 법을 만들거나 적용하거나 해석할 때도 사람과 관계를 살리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이십 년도 더 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한 권 읽고 는 그저 ˝신 선생님˝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언뜻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혹은 그래서 읽어봐야겠다 생각한 책.

단정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책 띠의 저자 사진만큼.
읽는데 오래 걸렸는데 한 자리에 앉아서 후루룩 마시듯 읽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 이런 이야기라면 하루종일 듣고만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저자는 듣고만 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으시겠지만.

나로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혹은 그동안 들으려 하지 않아서 못 들었던) ˝나˝ 아닌, ˝관계`를 중심에 놓고 변화와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고 자신에게 변화가 없다면 그 책은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슷한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내 삶에, 최소한 삶과 사람에 대한 자세에 변화가 없다면. 막막해지려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야 하는데.

이 세상에 계실 때 읽을 걸 그랬다. 사표師表를 잃었다는 허전함이 크다. 책이라도 남아있어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인상파의 정원에서 라파엘전파의 숲속으로 - 인상파의 정원에서 라파엘전파의 숲속으로, 그림으로 읽는 세상 '근대편'
이택광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제 때문에 읽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읽기 싫은 걸 억지로 읽은 게 얼마만인가 싶다. 그나마 종이책은 절판 상태라 e-book으로 읽었는데. 종이책 절판된 게 하나도 아쉽지 않다.

책 내용은 인문학자가 그림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혹은 그 역을 읽어 보여준다는 것인데.

일단 잘 쓴 글이 아니다. 책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무슨 말인가 싶을까봐 쉽게 설명하자면˝이라는 의도에 충실하느라 그랬는지 ˝비어卑語˝는 없어도 진부한 속어俗語 표현이 난무한다.
그런데 쉽게 설명하자는 사람이 또 툭하면 러스킨이니 루카치니 보들레르니 언급하면서 그들이 말했던 게 이런 뜻이다, 라거나 ˝내 생각에는˝ 그게 아니다, 라고 쓴다. 그들을 성실하게 인용하는 것도 아니다. ˝루카치가 어쩌구저쩌구˝, 정말 이렇게 쓰고 있다. 뭐 어쩌자고. 미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독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 아니라고? 그러기엔 서문과 `말투`는 좀 아닌 것 같은데?
`문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잘 아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에서, 책 몇 개 읽어서 좀 알게 된 형이 동생들 모아놓고 되고말고 떠든 것을 묶어낸 거 같다. 그 형은 또한 `나 잘난 좌파`임을 드러내지 않으려해도 어쩔 수 없이 배어나오는 그런 사람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는` 책이다.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본 것이면 나만 안 된 것이겠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논지에 신선한 것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The Most Human Human
Brian Christian (2011) / 최호영 역 / 책읽는수요일 (2012)

2016-3-17

헐. 사다놓은지 벌써 2년 반이나 되었어! 그 때 함께 산 책들 목록을 보니 일곱 권 중 겨우 한 권 (이 책까지 이제 두 권) 읽었네. 아니 버트런드 러셀도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세돌과 알파바둑이의 대국에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는데 며칠 전 청소하다가 문득 책꽂이 한 구석에 모셔져 있던 이 책을 발견했다. 아마도 인공지능에 관한 좀 따분한 입문서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공지능 기계로부터 거꾸로 인간다움의 조건 또는 특징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에세이였다. (이로서 책을 일단 쌓는 나에 대한 변명거리 내지는 옹호의 근거도 하나 더 늘었다. 쌓인 책 중에 후회하게 만드는 책은 정말이지 거의 없다니까!)

꼼꼼하게 긴 글의 독후감을 쓸 만한 책이다. 그런데 그런 독후감은 `써야` 하지,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일단 두 개의 엄지 손가락만 쓰기에는 양이 무척 많을 테니까. 특히 작가가 `장소적합성`이라고 이름붙인 것에 관한 4장과 정보 엔트로피와 압축, 예술에 관한 고찰인 10장은 기억해두고 싶다. 나는 `인공` 지능을 가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므로 뭐, 언젠가는 잊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