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십 년도 더 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한 권 읽고 는 그저 ˝신 선생님˝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언뜻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혹은 그래서 읽어봐야겠다 생각한 책.단정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책 띠의 저자 사진만큼. 읽는데 오래 걸렸는데 한 자리에 앉아서 후루룩 마시듯 읽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 이런 이야기라면 하루종일 듣고만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저자는 듣고만 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으시겠지만. 나로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혹은 그동안 들으려 하지 않아서 못 들었던) ˝나˝ 아닌, ˝관계`를 중심에 놓고 변화와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어떤 책을 읽고 자신에게 변화가 없다면 그 책은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슷한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내 삶에, 최소한 삶과 사람에 대한 자세에 변화가 없다면. 막막해지려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야 하는데. 이 세상에 계실 때 읽을 걸 그랬다. 사표師表를 잃었다는 허전함이 크다. 책이라도 남아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