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진실
존 르 카레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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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elicate Truth
John Le Carré (2013) / 유소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 (2015)

2016-7-26

존 르 카레의 최신작.

스물 세 개라는 그의 소설 중 아홉 번째로 읽는 소설인데 그 중에서 가장 단순한 플롯이다. 진실이 `민감(delicate)`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악당은 어떻게 털어봐도 악당이기에 우리 편이 `당연히` `선한` 쪽이 되었다! 바로 전에 읽은 <나이트 매니저>도 좀 그런 경향을 보여서 불편했는데. 두 작품 사이의 <모스트 원티드 맨>은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다른 작품인 <영원한 친구>에서도 지금 생각해보니 ˝악당 대마왕˝이 등장한다.

사실 나에게 있어 존 르 카레의 매력 중의 하나는 어떤 집단의 대의든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름의 정의`는 `보편적 정의`가 아니고 이는 오히려 집단 속의 각성한 개인, 그래서 그 집단을 벗어나려는 개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름의 정의`는 회색지대에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회색지대를 헤메며 출구를 찾는 개인의 노력이 지난할 수밖에 없고 해피엔딩은 바라기 어려운 것이 된다. 그런데 이처럼 명쾌한 악당 대마왕? 출간 후 여러 평자와 독자들도 이런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위의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악당 대마왕˝은 (미국)군산복합체이다. 냉전이 무너지고 이념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자본이다. 이념은 그래도,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떤 `숭고함`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 기꺼이 죽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자본은? 돈을 더 벌자고 죽겠다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죽이고 또 죽일 뿐이며, (미국)군산복합체는 전쟁이야말로 떼돈을 벌기에 가장 좋은 사업거리인 걸 `알고` 오직 돈을 더 벌기 위해 온갖 갈등과 전쟁을 조장하는 악당 대마왕이 된다. 존 르 카레는 미국을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The United States Has Gone Mad>라는 글도 썼다니.

내가 읽은 아홉 편의 존 르 카레 중 결말이 가장 모호한 작품이다. 그렇게 끝내 버리다니. 질 수밖에 없음을 예상하지만 또 지자니 화가 나서? 분명한 건, 인류가 서로 죽여서 멸종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살육판에서 탈출한 개인의 이름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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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매니저 2
존 르 카레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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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ght Manager 1
John Le Carré (1993) / 유소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 (2016)

2016-7-22

(내가 생각하는) 존 르 카레의 주제(중 하나)인 집단에 대한 개인의 (그래서 결론은 비극일 수밖에 없는) 반란이 역시 담겨있긴 했다. 그래서 아쉬움을 조금은 털어버릴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드라는 여자이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본드걸만큼의 존재 의미도 없는. 마초적인 남성 작가가 그린 최악의 여성이다. 어째서 `두목의 여자` 따위의 컨셉을 넣었단 말인가. 애초에 휴 로리(와 톰 히들스턴)의 사진이 박힌 표지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 중의 하나이긴 했으니 표지에 혹한 내 잘못이기도 하다.

BBC 드라마의 결말은 소설보다는 희망적이고 판타지스런 것이었나 보다. 소설 안 읽고 드라마만 봤다면 그래, 세상은 그래도 정의가 승리하고는 있어, 라고 생각하며 좀 가뿐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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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서은혜 옮김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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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生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917) / 서은혜 역 / 민음사 (2014), e-book.

2016-7-21

올해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문득 그 상에 이름을 준 작가가 궁금하여 E-book을 사서 표제작인 <라쇼몬>부터 읽었다.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고골의 <외투>가 떠올랐다. 그런데 다 <라쇼몬> 같은 작품은 아니었다. 관심사가 다양하고 묘사가 치밀하다는 느낌. 무엇보다 `일본`의 작가이고 또한 보편에 닿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갓파>에서는 <걸리버 여행기>, <지옥변>에서는 김동인의 <무녀도>가 생각났다. 서른 셋에 알 수 없는 불안을 이유로 자살했다는 아쿠타가와. 앞으로 `먹고사니즘`에 (미필적 고의로) 먹힐 때마다 <라쇼몬>을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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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매니저 1
존 르 카레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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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ght Manager 1
John Le Carré (1993) / 유소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 (2016)

2016-7-19

<리틀 드러머 걸>의 남자 버전이라는 느낌.
거대한 악당을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기 위해 자기를 지우고 잠입하는 스파이. 싸우다가, 싸우면서 닮는 것이 이런 길의 흔한 결말인데. 우리의 이번 주인공은 어떨지. 결말을 몰라도 가엾다.

책표지의 톰 히들스턴과 휴 로리는 영화가 아니라 BBC 6부작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제길슨. 알에이치코리아의 존 르 카레 컬렉션 다음 타자인 <우리들의 반역자 Our Kind of Traitor>도 띠종이에는 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영화화! 라고 되어 있던데 IMdB를 찾아 보니 뻥이었다. 음.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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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7-2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있는데 읽어야 할런지요? ^^;;;

meesum 2016-07-22 11:52   좋아요 0 | URL
저는 존 르 카레의 팬이라서 읽습니다만... 뭐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가지고 있으시다니 시간 나면 읽는 정도로...;;

비연 2016-07-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르 카레의 팬 입장에서... 예전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은 서글픈 일이에요..ㅜ;;;
 
[전자책] 가만한 당신 -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1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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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최윤필 (2016) / 마음산책

2016-7-13

1967년 경남 진주 출생. 이성애자 남자.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방위병으로 군복무. 25세에 한국일보 입사. 요컨대 ˝국적 지역 성 젠더 학력 차별의 양지에서 살았다˝고 프로필을 고백하는 저자. ˝누릴 것 다 누리고 이렇다 하게 한 일도 없다는 자각에 머뭇거려질 때가 많지만, 그건 시민으로서나 기자로서 치명적인 문제지만, 나는 노력 중이다.˝라고 쓴 것도, 왼쪽으로 입꼬리를 슬쩍 올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의 사진도 어쩐지 `가만하게` 느껴지는 이이다.

한국일보의 <가만한 당신>이란 연재를 매주 찾아본 건 아니었고 어쩌다 헤드라인을 보면 읽는 정도였는데 (최근의 기사 중엔 베트남전 징병 서류를 불태웠다는 반전운동가 형제 대니얼 & 필립 베리건 형제가 인상적이었다) 그 연재가 이미 2년이나 되었고 그 중 서른 다섯을 묶은 책이 나왔다고 해서 별 망설임 없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E-book으로) 읽었다... 종이책으로 살 걸 그랬다.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게.

˝국적 지역 성 젠더 학력 차별의 양지에서 살았˝던 것이 무슨 부채라도 되는 듯, 그가 고른 ˝가만한˝ 이들은 하나같이 ˝국적 지역 성 젠더 학력 차별의 음지˝에 있거나 스스로 걸어들어가길 마다 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위인전` 리스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들이 `위인`들처럼 신체적 지적 정신적 그 외 기타 능력들에 있어서 `보통`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진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측은지심에 따라 자신의 고통은 물론 남의 고통에도 민감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계속해서 고통받는 부정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을 지닌, 그런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현재 소돔과도 같은 인간 세상에서 롯과 아브라함이 찾고 있는 의인들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인간 세상이 아직은 불벼락을 면하고 있는.

덕분에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이들에게 빚진 세상인지, 그래서 어떻게 되어야 하는 세상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만한 당신이 날 가만한 채로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먹고사니즘과 귀차니즘이 날 얼마나 먹어치웠을런지.

˝선택과 판단은 늘 곤혹스럽지만 특히 어려운 선택도 있다. 입바른 말 한마디로 앞길이 어긋나기도 하고, 투자나 빚보증에 자식들의 팔자가 출렁일 수도 있다. 좀 거창하지만 시대나 역사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선택도 있다. 시대가 가파를수록, 예컨대 전쟁이나 혁명의 시대라면 그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100년 전 대한제국의 적지 않은 이들은 선택의 자리 위에 제 목숨까지 얹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 잘 만나고 나라 잘 만나는 것 못지않게 시대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목숨 걸 일도 없고, 비겁함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비교적 안전하게 용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 book, p16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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