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licate Truth John Le Carré (2013) / 유소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 (2015)2016-7-26존 르 카레의 최신작. 스물 세 개라는 그의 소설 중 아홉 번째로 읽는 소설인데 그 중에서 가장 단순한 플롯이다. 진실이 `민감(delicate)`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악당은 어떻게 털어봐도 악당이기에 우리 편이 `당연히` `선한` 쪽이 되었다! 바로 전에 읽은 <나이트 매니저>도 좀 그런 경향을 보여서 불편했는데. 두 작품 사이의 <모스트 원티드 맨>은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다른 작품인 <영원한 친구>에서도 지금 생각해보니 ˝악당 대마왕˝이 등장한다.사실 나에게 있어 존 르 카레의 매력 중의 하나는 어떤 집단의 대의든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름의 정의`는 `보편적 정의`가 아니고 이는 오히려 집단 속의 각성한 개인, 그래서 그 집단을 벗어나려는 개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름의 정의`는 회색지대에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회색지대를 헤메며 출구를 찾는 개인의 노력이 지난할 수밖에 없고 해피엔딩은 바라기 어려운 것이 된다. 그런데 이처럼 명쾌한 악당 대마왕? 출간 후 여러 평자와 독자들도 이런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위의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악당 대마왕˝은 (미국)군산복합체이다. 냉전이 무너지고 이념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자본이다. 이념은 그래도,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떤 `숭고함`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 기꺼이 죽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자본은? 돈을 더 벌자고 죽겠다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죽이고 또 죽일 뿐이며, (미국)군산복합체는 전쟁이야말로 떼돈을 벌기에 가장 좋은 사업거리인 걸 `알고` 오직 돈을 더 벌기 위해 온갖 갈등과 전쟁을 조장하는 악당 대마왕이 된다. 존 르 카레는 미국을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The United States Has Gone Mad>라는 글도 썼다니. 내가 읽은 아홉 편의 존 르 카레 중 결말이 가장 모호한 작품이다. 그렇게 끝내 버리다니. 질 수밖에 없음을 예상하지만 또 지자니 화가 나서? 분명한 건, 인류가 서로 죽여서 멸종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살육판에서 탈출한 개인의 이름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