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페이션트 에디션 D(desire) 14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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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glish Patient
Michael Ondaatje (1992) / 박현주 역 / 그책 (초판 2010, 개정판 2018)

맨부커 50주년 기념 골든 맨부커에 지명된 소설.

20여 년 전 아카데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인데 무슨 상을 받았다면 쪼르르 달려가는 내가 이 소설에 관심이 없었던 건 다 줄리엣 비노쉬 때문이다. 나는 <퐁네프의 연인들> 이후 쭉 이 배우를 싫어한다. 그 영화도 물론 싫어하는데 배우와 영화 중 어느 걸 더 싫어하는지 모를 정도다. 왜냐고? 모르겠다. 이유 없이-혹은 이유를 밝힐 수 없는지도- 싫어하는 거니 정말 싫어하는 거고 그 때문에 <영국인 환자>도 싫었다. 그런데 무려 ‘다이아몬드 부커’라지 않는가! 마침 믿을 만한 번역가의 책도 있고.

초반에는 주인공 해나에 자꾸 줄리엣 비노쉬의 얼굴이 겹쳐져서 읽기가 힘들었다. 섬세한 단어와 문장도 그렇고 (예들 들어 ‘바장이다’는 도대체 어떤 영어 단어의 번역일까?). 하지만 카라바지오와 키르팔 싱이 있었고 이 두 인물 때문에 영화도 궁금해졌다. 아내와 부정한 남자를 죽이고 자신도 동반자살 하려고 한 남편은 무려 콜린 퍼스의 배역이라니 더. 영화와 소설은 원작자가 각본에 참여했는데도 불구하고 매우 다른 이야기라고 하지만. 또 여전히 줄리엣 비노쉬가 걸리긴 하지만.

그런데 이 소설은 아주 시간이 많을 때 고요한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야 그 속을 만끽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쉽다. 다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덧) 이 책은 ‘인간의 에로티시즘과 욕망을 말하는 그책(출판사 명)의 문학 시리즈’ 에디션D의 한 권이다. 시리즈에 포함된 다른 책들로는 <나인 하프 위크>, <데미지>, <비터문>, <엠마뉴엘>, 등등...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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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해독자 묘보설림 1
마이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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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추천마법사를 통해 알게 된 소설. 펭귄클래식에 포함된 최초의 중국 현대작가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혹해서 잡음. 그럼 위화보다 훌륭하단 말야?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중국의 소설에서는 (위화 외엔 별로 아는 사람이 없긴 하지만) 엄청나게 넓은 땅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조합일 엄청난 역사 때문인지 어쩌면 황당하게도 숭고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라는 소설의 본령에 충실하게 재미나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고 짧고 담백한 문체도 이야기에서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물들. 초반에 잠깐씩 등장하는 룽씨 가문의 기인들도 강렬하고 주인공인 룽진전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신비와 천재성을 읽은 지금 무한한 존경과 슬픔을 느낀다.

내게 훌륭한 소설들은, 언제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어떤 슬픔을 남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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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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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coln in the Bardo
George Saunders (2017) / 정영목 역 / 문학동네 (2018)

2018-11-28


1. 시간이나 대충 때우자며 넘기게 되는 책이 있고 작가가 던진 수수께끼를 풀듯 잔뜩 머리를 긴장시키며 읽게 되는 책이 있고, 이 책처럼 가슴으로 읽히는 책이 있다.

죽음에게 잃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남은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보듬고 그 슬픔과 함께 살 수 있게 되는 건지.
결국 죽음은 무엇이고, 그렇게 삶은 무엇인지.

2. 형식이 새롭고 문장만큼 섬세하다. 죽은 자들은 독자에게 직접 말을 하고 (당시에) 살아있는 자들의 말은 오래된 책으로부터의 인용으로 전할 뿐이다.

3. ‘바르도’는 티벳불교에서 유래한 말로 죽은 이가 저세상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 영혼이 저승으로 완전히 건너가기 전 49일 동안 떠도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한다.

4. 맨부커 수상작이라 해서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에 넣은 후 ‘바르도’에 흥미를 느껴 요 근래 매우 드물게 책장에 꽂기 전에 읽은 책. 역시 맨부커는 명불허전. 그래서 또다른 맨부커 수상작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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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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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의 오리지널 시리즈도 그다지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얘보다 훨씬 낫다. 리스베트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에게도 서사를 부여해서 늘어지는 서술에 막판에 드러나는 플롯 자체도 만능키 해커 리스베트 때문에 결국은 시시해진다. 무엇보다 리스베트가 이렇게 말이 많을 수가 없고 와스프와 마블 코믹스의 연결은 이것 참... 노골적으로 한 급수 낮은 장르물인데 그걸 뭐가 대단한 게 있는 것처럼 하드커버로 민들었어! 리스베트 쌍둥이 자매의 활약상(!)을 보면 차라리 수퍼히어로물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 결국 다 읽었다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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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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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인 작가가 쓴 러시아 역사 격동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인의 이야기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작가가 미국인인 주제에 러시아인을 이야기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면서 깊이 겪어 보지 않고 그냥 책만 들입다 파도 ‘그 나라 사람’을 알 수 있는 건가? 진짜 러시아인이 이 소설 속에 묘사된 러시아를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배경이 꼭 러시아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장기간 호텔에 연금된다는 상황을 집어넣기가 가장 쉽거나 그럴 듯한 곳이 러시아라서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2. 작가가 미국인이란 걸 덮고 보면 소설은 산뜻하고 우아하다(즉 러시아 소설스러운 면은 없다). 주인공 알렉세이 로스토프 백작(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도 로스토프 백작가의 딸인데!)이 산뜻하고 우아한 인물이다. 뜨겁지 않지만 기분좋게 따뜻하고 차갑지 않지만 분명하게 선을 긋는 인물이다. 게다가 인문주의적 교양과 세련되고 우아한 귀족의 취향까지 갖췄다. 그가 이런 사람이 된 것은 어느 정도 타고나 성정도 있겠지만 소설에 설명된 대로 물질적으로 아무런 걱정없이 충분히 누리고 일상잡사는 시중드는 사람들이 챙기는 부유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연금 생활에서도 바래지지 않았던 건 서른 셋이 될 때까지 이런 배경에서 쌓아온 내공 때문이다. 알렉세이 로스토프가 매력적인 만큼 나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누렸던 그 배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종의 열폭인가..?

3. 사람은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환경에 지배당하게 된다. 환경에 지배당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겠다. 그러면 환경을 지배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Be the person you decide to be, not you are forced to be. 환경을 지배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다.

4. 오바마 추천이라는데 빌 클린턴 추천인 <백년 동안의 고독>과 너무 비교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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