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추천마법사를 통해 알게 된 소설. 펭귄클래식에 포함된 최초의 중국 현대작가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혹해서 잡음. 그럼 위화보다 훌륭하단 말야?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중국의 소설에서는 (위화 외엔 별로 아는 사람이 없긴 하지만) 엄청나게 넓은 땅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조합일 엄청난 역사 때문인지 어쩌면 황당하게도 숭고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라는 소설의 본령에 충실하게 재미나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고 짧고 담백한 문체도 이야기에서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물들. 초반에 잠깐씩 등장하는 룽씨 가문의 기인들도 강렬하고 주인공인 룽진전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신비와 천재성을 읽은 지금 무한한 존경과 슬픔을 느낀다. 내게 훌륭한 소설들은, 언제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어떤 슬픔을 남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