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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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구매목록을 뒤져보니 2015년에 다운받았다. 맨부커상(2020년부터는 그냥 부커상이 되었단다. 몰랐다)을 수상작에 실망한 일이 거의 없어서 매년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역대 수상작들과 쇼트 리스트에 올랐던 작품들의 번역본을 검색해서 일단 지르고 보는데 아마 2015년에 가장 대대적으로 뒤졌나보다. 이 책은 그때 분명 종이책은 품절 또는 절판이었다. 그런데 마침 전자책은 있어서 ‘맨부커를 전자책으로 사다니 ㅠㅠ’(그때만 해도 전자책은 뭔가 책을 제대로 대접하는 방식이 아닌 것 같아 책장에 꽂혀 있지 않아도 그만일 것 같은 책만 전자책으로 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종이책을 꽂을 자리가 없고 종이책보다 월등한 휴대성과 가독성에 오히려 전자책을 선호하는 것도 같지만…) 이랬던 기억이 있다.

그걸 이제 읽었는데… 아, 정말 대단한 소설이다. 가난한 사람을 밟고 또 밟아 그들이 스스로를 물건으로 여길 때까지 밟아 자기 뱃속만 채우는 천한 자본가들의 발밑에서, 자유를 찾아 기를 쓰고 빠져 나오는 무나-발람. 그리고 인도. 그리고 사람. 재미있고 끔찍하고 짠하고 뭉클하고 멍하다… 두어 해 전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그것도 볼까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누구보다도, 소설 속에 묘사된, 너무 밟혀서 밟히지 않는 삶을 상상하지도 못하는 인도의 어둠의 세계 거주민들이다(인도 인구의 99%).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문맹이고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를 테면 독서-에 쓸 여유의 힘은 없겠지… 이건 물론 인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학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닿지 못하는… 자본가 계급에서 깨어 있다는 이들이 이런 책을 읽고 뭔가 깨달아 세계를 역전시키려고 행동에 나선다 해도, 그들이 동정심에서 행동에 나선 거라면 노예 상태에 완전히 길들여진 사람들을 결국엔 더 모욕하고 말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처녀작으로 맨부커를 거머쥔 작가의 다른 책들은 번역된 게 없나보다. 아쉽다. 한국어책도 쌓아놓은 게 많아서 남의 나라 말 책까지 찾아볼 여유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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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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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다운받았는데 오늘 읽었네. 아주아주 초장부터 누가 나쁜놈인지을 장르소설적 공식(?)에 따라 알아채긴 했다. 그래도 그 나쁜놈이 본색을 드러낼 때까지 펼쳐지는 모험들이, 홈즈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홈즈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순진하고 범죄가 21세기적으로 잔인해 보인다는 건 감점 요소. 실크하우스의 비밀도 읽어보고 싶게 됐다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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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붉은 박물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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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추리소설은 시간 순삭.
하긴 잘 쓰인 이야기는 장르 불문 시간을 축소시키긴 하지만.

책 뒤에 붙은 해설에서 이 소설은 엘러리 퀸 류의, 탐정(사건 해결자)이 독자보다 결코 더 많은 정보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추리로 진실을 간파해내는 것을 보여준다고 극찬한다. 이런 소설에서는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탐정이 설명해 주기 전에 범인을 맞출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사건들은 그 전모가 너무나 추리소설적으로 고안된 것이라는 느낌에 오히려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조미료 맛만 잔뜩 나는 요리를 먹은 후의 더부룩함이랄까. 다섯 건의 사건 중 한 건만 범인을 비스무레하게 맞춘 내 빈약한 두뇌 탓일수도 있다.

이 소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문득 든 생각: 일본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몇몇 추리/미스터리 장르소설 외에는 별로 읽은 게 없고 그나마도 전부 한국어 번역본이긴 하지만, 번역자가 누구냐에 관계 없이 뭔가 문장의 느낌이 비슷하다. 간결체에 현재 시제, 다나까 대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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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스테리오소
아르네 달 지음, 변용란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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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글에선가 마르틴 베크의 후손이라고 소개된 책 중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 다음으로 읽음.
절반 정도까지 읽으면서 너무 지겨워서 제껴뒀다가 두어 달 만에 그냥 읽어 치울까 하고 다시 들었는데 앞부분이 어땠는지 별로 기억나지 않아 첫부분을
한참 다시 읽어야 했다.

쿠르트 발란데르는 그럭저럭 ‘마르틴 베크의 그림자가 느껴지는군 이러니까 더 생각난다 베크!’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뭐…. ‘북유럽 작가가 쓴 경찰소설이면 강아지나 송아지나 다 마르틴 베크의 후예라고 불러주는 거야?’ 느낌이랄까.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훌륭한 것은 베크라는 인물도 그렇지만 소설 자체가 잘 쓰였기 때문이다. 작가의 문제의식/주제가 군더더기 없는 플롯과 정확한 문장(요기에는 역자도 한 몫)에 실려 독자의 머리와 가슴을 공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 소설은 줄거리는 그럴 듯 한데 플롯은 산만하고 인물들은 따로 놀고 거기에 번역의 문제인지 문체도-묘사도 서술도- 깔깔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장에서 범인을 특정하고 긴박하게 쫓는 장에서는 그나마 경찰 소설다웠지만.

무슨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열심히 뒤져서 찾은 건데 실망. 팔아버릴 지경은 아니지만(어차피 전자책이라 팔지도 못함). 연속으로 두 권 다소 실망스런 책으로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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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놀라운 실상
미야구치 코지 지음, 부윤아 옮김, 박찬선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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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의 <책읽아웃>에 -다 읽고 보니까- 낚여서 읽은 것임. 세상에는 케이크를 삼등분으로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인지능력(지능)이 부족해서, 정말 몰라서 방치되어서 이러저러한 일을 겪다가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무 “잘못했지? 반성해라!” 가르쳐도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왜냐면 가르침을 이해할 능력이 없으니까. 그러니 접근방식을 다르게… 뭐 이런 얘긴데.

이게 다다. 많지 않은 페이지수를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해서 메우고 (독자들이 다 욀 때까지 반복학습 시킨 건가?), 저자의 주장도 엄밀한 증거가 아니라 자신의 인상, 목격담에 의존하고 있다.

역자도 게을러. 코그니션 트레이닝이라고 번역해놨다. 인지 훈련 정도로 써야하는 것 아냐? 가타가나로 쓴 것은 모두 한글로 옮겨적기만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움.

그럴 듯하고 나쁘지 않은 주장인데 이런 식으로 게으르게 쓰다니 다 읽고 기분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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