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추리소설은 시간 순삭. 하긴 잘 쓰인 이야기는 장르 불문 시간을 축소시키긴 하지만. 책 뒤에 붙은 해설에서 이 소설은 엘러리 퀸 류의, 탐정(사건 해결자)이 독자보다 결코 더 많은 정보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추리로 진실을 간파해내는 것을 보여준다고 극찬한다. 이런 소설에서는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탐정이 설명해 주기 전에 범인을 맞출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사건들은 그 전모가 너무나 추리소설적으로 고안된 것이라는 느낌에 오히려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조미료 맛만 잔뜩 나는 요리를 먹은 후의 더부룩함이랄까. 다섯 건의 사건 중 한 건만 범인을 비스무레하게 맞춘 내 빈약한 두뇌 탓일수도 있다. 이 소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문득 든 생각: 일본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몇몇 추리/미스터리 장르소설 외에는 별로 읽은 게 없고 그나마도 전부 한국어 번역본이긴 하지만, 번역자가 누구냐에 관계 없이 뭔가 문장의 느낌이 비슷하다. 간결체에 현재 시제, 다나까 대화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