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책이란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라는 겁니다. 싫은 느낌이 있어서, 방어 반응이 있어서, 잊어버리니까, 자신의 무의식에 문득 닿는 그 청명한 징조만을 인연으로 삼아 선택한 책을 반복해서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왕왕 대량으로 책을 읽고 그 독서량을 자랑하는 사람은, 똑같은 것이 쓰여 있는 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즉 자신은 지知를 착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착취당하는 측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읽은 책의 수를 헤아리는 시점에서 이미 끝입니다. 정보로서 읽는다면 괜찮겠지만, 그것이 과연 `읽는다`는 이름을 붙일 만한 행위일까요.˝ (p44)
맥락이 좀 다르지만 나 역시 새로운 책에 욕심내는 것보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읽어온 책을 다시 읽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책은 이미 너무나 많고 계속 많아질 것이고 그 많은 중에 읽을 만한 책을 골라내는 건 점점 더 어렵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 한참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쓴 글들을 지금 읽어보면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느낌에 대한 기억 뿐, 많은 사소한 것들이 잊혀진 것이 아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읽은 책을 다시 집어드는 일은 많지 않다. 두번째에, 첫번째 선입견 없이 얻은 느낌이 망가지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나에게 책읽기는 시간을 견뎌내는 수단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빨리 많이 읽을수록 많은 시간을 보내버렸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나에게 책은 소비재이(었)다. 사사키의 시각으로 보면 책에게 내가 소비되고 있었던 건가. `책`이란 단어의 정의는 모두에게 제각각인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나의 취향에는 약간 지나치게 미문美文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