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페스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감금 상태와 유사한 것을 다른 무언가로 재현함은 무엇이 되었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빌어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이치에 맞는다. - 대니얼 디포
`감금 상태와 유사한 것`을 까뮈는 `페스트`로 재현해 보인다. 그런데 `감금 상태`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추구할 자유가 없는 상태, 즉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들, 다시 말해 절망과 굴욕을 당연시하고, 두려움의 비겁한 자기 방어일 뿐인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며, 죽음을 재촉하고 영원한 이별을 강요하는 폭력들`(역자 해설 중, p332)이다. 이렇게 볼 때 림프절이 부어오르거나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뿐, 페스트는 이미 이 세계에도 창궐한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성인이 되겠다는 건 언감생심이겠지만 그렇다고 재앙을 용납할 수도 없기에(당연하지 않은가!) 해야만 하는,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연대(solidarités)를 통한 반항(révolté)˝. 그것이 곧 사랑이고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어쩌면 유일한 장점일지도 모른다.
조용하고 간결하지만 확고한 문체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대여섯 페이지만 넘어가면 어김없이 내가 졸고 있어서 곤혹스러웠다. 종반부에 타루가 리유에게 하는 고백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야 한다. 많은 밑줄을 그었다. 세계에 대한 완벽한 우화이며 훌륭한 길을 보여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