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리틀 스트레인저>를 반이나 읽어 놓고 더 읽지 못하면서 내 타입이 아니네 싶었던 이 작가를 또 읽기로 한 것은 박찬욱이 김민희를 주연으로 <아가씨>라는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박찬욱의 영화는 매번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묘하게 신경을 건드려 퍼뜩 깨어나게 하는 느낌을 받았고, 김민희의 가냘픔에 쌓인 묘하게 날카로운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영화를 보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내 타입은 아니다. 성격이 뚜렷한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내는 말도 탈도 많은 디킨스의 이야기들(다 풀리고 보면 막장 드라마류의, 관계에 대한 반전 한 개가 플롯의 골자)을 좋아하지만, 거기에 진짜 `고딕스러운` 분위기가 발라지면, 즉 이 소설 같이 되면 별로 좋아할 수가 없다. 특히 아가씨의 삼촌같은 인물은 너무나 기괴해서 페이지 밖까지 역한 독기가 새어나오는 것 같아 책을 던져 버리고 싶기도 했다. 책 속에 파묻혀 책만 보고 자라(어떤 책인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밝히면 중대한 스포일러 행위가 됨) 세상과 인간을 책이라는 비유를 통해 바라보는 아가씨의 시선은 독특하고 기억할 만하다.

내가 보고 싶은 세상도,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나를 잊어버릴 수 있는 세상도 아닌, 한 마디로 (내게는) `맘 둘 곳 없는` 세상의 이야기. 다 읽었으니 치워버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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