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가만한 당신 -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1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최윤필 (2016) / 마음산책

2016-7-13

1967년 경남 진주 출생. 이성애자 남자.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방위병으로 군복무. 25세에 한국일보 입사. 요컨대 ˝국적 지역 성 젠더 학력 차별의 양지에서 살았다˝고 프로필을 고백하는 저자. ˝누릴 것 다 누리고 이렇다 하게 한 일도 없다는 자각에 머뭇거려질 때가 많지만, 그건 시민으로서나 기자로서 치명적인 문제지만, 나는 노력 중이다.˝라고 쓴 것도, 왼쪽으로 입꼬리를 슬쩍 올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의 사진도 어쩐지 `가만하게` 느껴지는 이이다.

한국일보의 <가만한 당신>이란 연재를 매주 찾아본 건 아니었고 어쩌다 헤드라인을 보면 읽는 정도였는데 (최근의 기사 중엔 베트남전 징병 서류를 불태웠다는 반전운동가 형제 대니얼 & 필립 베리건 형제가 인상적이었다) 그 연재가 이미 2년이나 되었고 그 중 서른 다섯을 묶은 책이 나왔다고 해서 별 망설임 없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E-book으로) 읽었다... 종이책으로 살 걸 그랬다.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게.

˝국적 지역 성 젠더 학력 차별의 양지에서 살았˝던 것이 무슨 부채라도 되는 듯, 그가 고른 ˝가만한˝ 이들은 하나같이 ˝국적 지역 성 젠더 학력 차별의 음지˝에 있거나 스스로 걸어들어가길 마다 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위인전` 리스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들이 `위인`들처럼 신체적 지적 정신적 그 외 기타 능력들에 있어서 `보통`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진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측은지심에 따라 자신의 고통은 물론 남의 고통에도 민감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계속해서 고통받는 부정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을 지닌, 그런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현재 소돔과도 같은 인간 세상에서 롯과 아브라함이 찾고 있는 의인들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인간 세상이 아직은 불벼락을 면하고 있는.

덕분에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이들에게 빚진 세상인지, 그래서 어떻게 되어야 하는 세상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만한 당신이 날 가만한 채로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먹고사니즘과 귀차니즘이 날 얼마나 먹어치웠을런지.

˝선택과 판단은 늘 곤혹스럽지만 특히 어려운 선택도 있다. 입바른 말 한마디로 앞길이 어긋나기도 하고, 투자나 빚보증에 자식들의 팔자가 출렁일 수도 있다. 좀 거창하지만 시대나 역사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선택도 있다. 시대가 가파를수록, 예컨대 전쟁이나 혁명의 시대라면 그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100년 전 대한제국의 적지 않은 이들은 선택의 자리 위에 제 목숨까지 얹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 잘 만나고 나라 잘 만나는 것 못지않게 시대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목숨 걸 일도 없고, 비겁함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비교적 안전하게 용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 book, p169/2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The Handmaid`s Tale
Margaret Atwood (1985) / 김선형 역 / 황금가지 (개정판, 2010)

2016-7-12

이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를 기억한다. 우리나라 상영시 제목은 `핸드메이드`였던 것 같다. 물론 `고교생 관람가`였으니 봤겠지만,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들어갔다가 충격 때문에 내가 뭘 봤나 싶은 기분으로 나왔던 것이 여전히 생생하다. 특히 `의식(Ceremony)` 장면. 그 당시 여고생이었던 나에게 그 장면은 정확히 뭘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기보단 알기 싫은, 아주 불쾌한, 뱃속에서 뭔가 울렁거리면서 올라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기억으로 머릿속에 콕 박혀 버렸다. 그리고 주연 배우 나타샤 리처드슨과 로버트 듀발, 그리고 원작자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이름들도 함께.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 먼 암살자>가 맨부커 수상작이라 먼저 읽으려 했지만 프랙탈을 그리는 듯한 전개에 진득하니 붙어있질 못했다. 이 책은 그냥 무심코 들었는데 이십 년도 더 전의 영화의 기억을 끊임없이 소환하면서 거의 한번에 읽어버렸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인데 그 주인공이 아주 힘들게,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보니 초반 백여 페이지까지도 소설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을 거다. 그렇게 초반부터 작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참을성을 가지고 정교하게 쌓아가는 것이 <눈 먼 암살자>까지 생각하면 작가의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적응하기 힘들었다. 일단 적응하고 나면 일사천리로 책장이 넘어가지만.

이 소설은 가상의 기독교적 전체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다양한 층위에서 폭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장 두드러진다.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귀한 능력이 된 시대에 어째서 그것이 권력이 아니라 인간성을 짓밟힌다는 점에서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통제에 놓여야 하는지 20년 전에도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이갈리아가 아니라 길리어드가 생겼는가? 즉각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 물리적 폭력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제 2의 성이 될 수밖에 없는 건가?

아무튼 길리어드가(도?) 망해버려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악몽을 꿀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레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El Aleph
Jorge Luis Borges (1949) / 송병선 역 / 민음사 (2012)

2016-7-7

하나하나 단단한 세계를 구축한 단편소설들이지만.
나는 보르헤스가 조금 더 미쳐있는 것 같은 <픽션들>이 훨씬 좋다.
보르헤스 전집의 다른 책들도 새 번역이 안 나오나.
황병하 역의 <불한당들의 세계사>도 가지고 있지만 역주에 질려서 한 세 번쯤 포기한 역사가.. 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픽션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Ficciones
Jorge Luis Borges (1944) / 송병선 역 / 민음사 (2011)

2016-7-3

시간 꿈 기억 미로 책 도서관.
황병하 역본보다 주석이 훠~얼씬 적은 것이 맘에 든다. 그만큼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장미의 이름>의 장서관 따문에 다시 읽을 생각을 한 것이지만, 읽으면서 <하자르 사전> 생각을 많이 했다. 보르헤스의 단편들의 순환하는 따라서 닫히고도 열린 결말에 비해 비교적 일직선상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도 있지만, <하자르 사전>이야말로 진정 보르헤스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락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동아일보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Disgrace
J M Coetzee (1999) / 왕은철 역 / 동아일보사 (2004)

2016-6-30

루미너리스에 이어서 맨부커 읽기. 한 작가가 두번째로 맨부커를 받은 첫번째 경우였다고 하고, 노벨문학상도 가져가셨다.

한 장 한 장 자석에 철가루 끌려가듯 손가락이 끌려갔다. 그래서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번역본 양이 1100여 페이지 대 340여 페이지로 적기도 했지만.

단 한 명의 인물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그 분위기, 어쩌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미너리스>보다 울림이 크다. ˝왜?˝가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것도 그렇다. 젊은 작가의 재기보다 노작가(뭐 환갑도 안됐을 때 쓰신 것이긴 하지만)의 깊이랄까.

*사족 -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이 광고 포인트가 되다니! 김혜수를 좋아하지만 글쎄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