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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ㅣ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The Handmaid`s Tale
Margaret Atwood (1985) / 김선형 역 / 황금가지 (개정판, 2010)
2016-7-12
이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를 기억한다. 우리나라 상영시 제목은 `핸드메이드`였던 것 같다. 물론 `고교생 관람가`였으니 봤겠지만,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들어갔다가 충격 때문에 내가 뭘 봤나 싶은 기분으로 나왔던 것이 여전히 생생하다. 특히 `의식(Ceremony)` 장면. 그 당시 여고생이었던 나에게 그 장면은 정확히 뭘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기보단 알기 싫은, 아주 불쾌한, 뱃속에서 뭔가 울렁거리면서 올라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기억으로 머릿속에 콕 박혀 버렸다. 그리고 주연 배우 나타샤 리처드슨과 로버트 듀발, 그리고 원작자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이름들도 함께.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 먼 암살자>가 맨부커 수상작이라 먼저 읽으려 했지만 프랙탈을 그리는 듯한 전개에 진득하니 붙어있질 못했다. 이 책은 그냥 무심코 들었는데 이십 년도 더 전의 영화의 기억을 끊임없이 소환하면서 거의 한번에 읽어버렸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인데 그 주인공이 아주 힘들게,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보니 초반 백여 페이지까지도 소설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을 거다. 그렇게 초반부터 작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참을성을 가지고 정교하게 쌓아가는 것이 <눈 먼 암살자>까지 생각하면 작가의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적응하기 힘들었다. 일단 적응하고 나면 일사천리로 책장이 넘어가지만.
이 소설은 가상의 기독교적 전체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다양한 층위에서 폭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장 두드러진다.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귀한 능력이 된 시대에 어째서 그것이 권력이 아니라 인간성을 짓밟힌다는 점에서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통제에 놓여야 하는지 20년 전에도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이갈리아가 아니라 길리어드가 생겼는가? 즉각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 물리적 폭력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제 2의 성이 될 수밖에 없는 건가?
아무튼 길리어드가(도?) 망해버려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악몽을 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