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하지 못한 말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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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몸이 섞이고 떨어지는 환희와 환멸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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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가 타인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단언할 수있을까. 하나의 상처, 하나의 고통, 하나의 슬픔은 그것자체로 개별적이고 절대적이다. - P148

유년을 물들였던 쓸쓸함과 고독의 시간들. 그 구체적인세목들을 일일이 나열해야만 할까. 내 글쓰기는 타고난유약한 마음 탓에 무엇에게든 쉽게 물들고 베여서 쌓이고 쌓인 상처들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고백해야만 할까.
그때 나는 예민하고 조로한 감수성을 지닌 아이였는지도 모른다. - P147

우리는 이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들이라는 자각. 언어에 대한 불신은 이 세계 자체에 대한, 인간의 인식 체계에 대한 무수한 의문들로 이어졌다. - P149

우리는 단지 희미한 뉘앙스, 문맥적 배치에서 비롯된 언어의 낌새만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날아드는 소음들에 의해 중간중간 끊기곤 하는 음악들처럼,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오롯이 솟아오르는 공백으로만완전한 이해에 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 P151

그렇게 우리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야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었고, 서로의 이름을, 서로의이름의 의미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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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반항아 중학생‘이었지만 수학여행 덕분에 오하라 미술관大原美術館에 갈 수 있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고마운마음을 갖고 있다.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라는 지방 도시에 자리 잡은 이곳은 서양 근대미술을 소장·전시하는 일본 최초의 미술관으로 1930년에 문을 열었다. 오하라 미술관 관람은 내 인생에서 결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체험이었다. 열두서너 살이었던 나는 그곳에서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의 「어릿광대, 세간티니 Giovanni Segantini (1858~1899)의 「알프스의 한낮」, 엘 그레코ElGreco (1541~1614)의 「수태고지」같은 진품을 만났고, 쉽게 지워질수 없는 무언가가 내 몸 안에 새겨졌다. 미술 순례의 첫 발자국이었다고도 말할수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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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비자로 2년을 일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럼 많은 것이 달라질 거였다. 급여는 적어도 두 배, 경력을 고려하면 세 배가 될 터였고 법정 유급휴가 4주에 공공의료와 공교육이 무료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것을 약속하며 서인을 설득했다. - P63

나 걔랑 잤어. 내가 어떻게 너랑 살아.
네가 정 원하면 걔랑 살아.
진우는 서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 P67

금을 캐보는 거야?
진우의 질문에 서인이 피식 웃었다.
금이 계속 나오면 이런 탐방도 못하지. - P74

진우가 불현듯 차를 길옆에 세웠다.
정말 캥거루가 움직였어?
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캥거루가 움직이는 걸 봤어? - P82

잭이 연락이 안 돼. - P87

한국에서는 미래가 딱 정해져 있잖아. 여기는 아니야.
호주가 괜히 선진국이 아니라니까. 여기서 대학을 졸업하면 전 세계가 무대야. - P99

8월, 겨울이 한창이었다. - P111

야, 너 중국 사람 같아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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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힐끔 풀숲 쪽을 돌아보니흰 털뭉치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털이 흰 개라고 생각한 그것은 빨간 눈을 빤히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아니었다면 토끼인 줄 몰랐을 거였다. - P9

토끼를 데리고 온 다음 날 그는 담당자에게 서류를 건네주려고 내밀었다가 담당자가 받으려고 하자 얼른 뒤로 감추었다. 담당자는 웃음을 거두고 그를 빤히 보았다. 이런 식의 장난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당황하여 주저하다가 말을 꺼냈다. 직원 분 중에 혹시 토끼를 키우는 분이 계실까요? - P19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간절히 얘기하고 싶어졌다. - P26

세상에 널린 게 버려진 애완동물이라고. - P34

어른이 숨을 뱉어낼 때면, 친구가 말했다. 응원하듯 고개를끄덕이면서도 시계를 보게 돼. 한탄인지 실망인지 짐작할 수없는 목소리였다. 의사가 오늘 오후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어. - P38

김은 그 일로 우정이라는 것은 애정의 정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자신에게 헌신적이거나 유익할 때에만 유효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모든 지나간 일을 되새기는 과정이 그렇듯 과거의 어떤 일이 미친 결과나 상처는아무런 파동 없이 떠올랐고 그러는 과정에서 어느새 시간이훌쩍 지나버린 것에 대한 서글픔과 뻔한 회한만 남았다 - P40

누군가 돌을 던져 화원의 유리를 깨뜨리고 도망가는게 전쟁이나 지진보다 더 불운이었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것은 어쩌지 못하는 사이 모두에게 닥치는 일이었다. 그러니두려울 게 없었다. 모두 무사한데 자신에게만 불운이 닥치는것, 김이 생각하는 불행은 그런 것이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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