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힐끔 풀숲 쪽을 돌아보니흰 털뭉치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털이 흰 개라고 생각한 그것은 빨간 눈을 빤히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아니었다면 토끼인 줄 몰랐을 거였다. - P9
토끼를 데리고 온 다음 날 그는 담당자에게 서류를 건네주려고 내밀었다가 담당자가 받으려고 하자 얼른 뒤로 감추었다. 담당자는 웃음을 거두고 그를 빤히 보았다. 이런 식의 장난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당황하여 주저하다가 말을 꺼냈다. 직원 분 중에 혹시 토끼를 키우는 분이 계실까요? - P19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간절히 얘기하고 싶어졌다. - P26
세상에 널린 게 버려진 애완동물이라고. - P34
어른이 숨을 뱉어낼 때면, 친구가 말했다. 응원하듯 고개를끄덕이면서도 시계를 보게 돼. 한탄인지 실망인지 짐작할 수없는 목소리였다. 의사가 오늘 오후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어. - P38
김은 그 일로 우정이라는 것은 애정의 정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자신에게 헌신적이거나 유익할 때에만 유효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모든 지나간 일을 되새기는 과정이 그렇듯 과거의 어떤 일이 미친 결과나 상처는아무런 파동 없이 떠올랐고 그러는 과정에서 어느새 시간이훌쩍 지나버린 것에 대한 서글픔과 뻔한 회한만 남았다 - P40
누군가 돌을 던져 화원의 유리를 깨뜨리고 도망가는게 전쟁이나 지진보다 더 불운이었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것은 어쩌지 못하는 사이 모두에게 닥치는 일이었다. 그러니두려울 게 없었다. 모두 무사한데 자신에게만 불운이 닥치는것, 김이 생각하는 불행은 그런 것이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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