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십 년이 지났다. 더러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일본소설을 고를 땐 권남희란 역자의 이름을 보고 고른다며 찬양해주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권남희가 한 번역은 절대 보지 않을 거라고 굳게 다짐하는 독자도 있다. 독자들의 머릿속에 ‘일본문학 번역가 권남희‘란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적어도 이십 년4046 90(20이란 세월이 그냥 흐르지 않았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 P17
, 셋째, TV 삼매경보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 지내는 게덜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어른들은 책을 들고 있으면 공부하는 줄 알고 취직해라, 시집가라, 이런 잔소리를 안 한다. - P31
물론 섭섭했지만, 그 말씀도 지당했다. 하지만 작업할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낸다면 내경력은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경력이 없는 나는 계속 대리 번역만 해야 하는 건가? - P36
기획 얘기 하다 뜬금없지만, 인생은 참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같다. 누구의 인생이든 말이다.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든 실패한 인생이든 관계없이. 어쩜 그렇게 곳곳에 절묘한 복선을 장치하고, 사건을 만들고, 희로애락을 심어놓는가. 살아가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시기별로분류하여 적재적소에 데려다 놓고. 이보다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시나리오도 없을 것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책을 사러 갔던도쿄에서 운명의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을, 게다가 그로부터 6개월 뒤에 결혼하게 될 줄을, 그리하여 일본에서 신혼생활을 보내게 될 줄을 말이다. - P49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가 나오며 무라카미류의 인기에 서서히 물이 올랐다. 잇따라 『오디션』도 나왔다. 그러나 같이 구입해온 그의 다른 책들은 빛을 보지못했다. 검토서를 돌려봤지만 SM과 마약, 섹스를 주로 다루는 그의 소설은 잘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듬해부터무라카미 류가 엄청나게 인기를 끌며 그가 쓴 소설이란소설은 모두 출간되더라. 나, 번역계의 이상 맞나 보다. - P60
"그만한 열정이 있으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어요. 열심히 하셔서 꼭 원하는 꿈 이루시기 바랍니다. ^^" 참으로 1970년대 새마을운동스러운 멘트이긴 하지만, 원하는 대답이 그것이라면 그 말 한마디 못 해주리. - P65
앞서 얘기한 ‘번역 공부‘도 공부라고 생각하면아마 작심삼일 만에 지겨워질 것이다. 책은 지하철 오갈 때나 집에서 빈둥거릴 때 한두 페이지라도 읽으면 되고, 글쓰기는 시간 날 때 틈틈이 블로그에 끼적거리면 되고, 원서 번역은 하루에 한 줄이라도 옮기면 되고, 스크랩 번역은 날 잡아 한꺼번에 해도 되고…………. 설마 이 정도의 노력도 하기 싫어하면서 번역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닐 테지요!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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