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한테 모욕감을 안긴 남자죠" 레너드의 답은이랬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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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한테 모욕감을 안긴 남자죠" 레너드의 답은이랬다. - P6

아니, 그런데 왜 더 자주 만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만보느냐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왜 세상의 더 많은부분을 함께 받아들이고 매일 서로 시시콜콜 잡담하며안락함을 찾지 않느냐고 말이다. 문제는 우리 둘 다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데 있다. 어떤상황에서든 우린 영원히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느끼는인간들인 것이다. 상실, 실패, 패배를 그가 드러내든 내가드러내든 꼭 한 명은 그러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우리도좀 달라지고 싶지만 어찌됐건 우리가 느끼는 삶이란 게그러니까. 그리고 삶을 느끼는 방식은 결국 삶을 살아낸방식일 수밖에 없다. - P8

하루가 지난다. 그리고 또 하루 레너드한테 전화해야지, 다짐해보지만 몇 번이고 손을 전화기로뻗으려다가도 그만두고 만다. 물론 레너드도 똑같은심정이겠지, 전화가 안 오는 걸 보면, 행동이 되지 못한충동은 차곡차곡 쌓여 신경을 망가트리고, 망가진 신경은굳어져 권태가 된다. 복잡한 감정과 망가진 신경, 그리고마비된 의지까지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그제야 만나고싶은 마음이 다시 초조하게 올라오고 전화기를 향해 뻗는손은 마침내 동작을 완료한다. 레너드와 내가 서로를절친이라 생각하는 건 이런 주기가 일주일이면 돌아오기때문이다. - P10

나의 도시는 전혀 아니다. 나의 도시는 우울한영국인들-디킨스, 기상, 존슨, 이 중에서도 특히존슨의 도시로, 우린 누구 하나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이미 거기에 있다. 거기서 우리는 낯선 이의 눈에되비치는 자아를 찾아 이 사납고 기묘한 거리를 떠도는영원한 밑바닥 인생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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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1월에 나는 글쓰기의 기원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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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있어야 부정도 할 수 있다는 말, ‘아니‘라는이름 안에 담긴 분명한 존재감은 우리의 삶을 바꿨다. - P105

기백만 원이 예상되는 병원비 때문에 수의사는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이 작은 목숨의 운명이 우리의재정 상태에 달려 있었다. - P107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를 기르는 일은 전전긍긍을 동반한다. 그것이 고양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나는약하고 작은 존재인 아니와 함께 살면서 어린 사람과함께 사는 타인의 기쁨과 보람과 고단함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사랑은 피곤을 동반한다는 것을, 그리고그것을 기꺼이 감당하는 일임을 배웠다. - P109

"나도 한때는 사람 돌보는 거나 동물 돌보는 거나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다. 우리는 그 아이가 무언가가 되어 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공부 잘하는 사람, 재능이 뛰어난 사람, 돈 잘 버는 사람,
꼭 그런 게 아니라도 보통의 시민으로 제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그렇기에 때론 다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동물은 그렇지 않다. 그저 내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이대로, 매일매일 똑같기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동물을 돌본다는 것은 현재지향적이다. - P110

국민의 삶이 변해 간다면 국가도 응당 그 변화에 응답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 P123

제도가 금지의 형태를 갖는 것은 다른 이의 자유로운 삶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자유를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금지 자체가 제도의 목적이어서는 안 되며, 개인이 그려 나가는 삶의 지도를 국가가 대신 그려 줄 수도 없다. 더욱 다양한욕망으로 다양한 관계로 가족을 꾸리려고 할 때,
제도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 P126

우리는 여자애들이 야망을 가질 때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꺾어 버리고 길들여 왔는지 안다. 그 결과물이바로 우리고 나니까. 나는 유력 정치인과 바람 난 적없고, 과도한 사이버 블링을 당한 적도 없지만 정도의차이일 뿐 비슷한 일을 무수히 겪으며 깎여 나가고 작아졌다. 실수나 실패로 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컬 깨닫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 P134

매주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만 명이 모이는 교회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지역의 유권자들이 정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모임이다. 이전까지는 정치가 교회에 ‘협조’를구하고 ‘동참‘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교회의 필요와 요구가 무엇인지 정치가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에 충실한 개신교인들이 바로 교회가 가진 정치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교회는, 스스로 권력화할 수 있다는 유혹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 P139

녀? 교회 다녔으면 좋겠다." 대답 대신 나는 물었다.
엄마에게 묻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할머니는 왜 교회에 다니세요?" 할머니가 지긋이 웃었다. "교회에서는 내가 평생 들어 보지 못했던 예쁜말만해줘." 맥이풀렸다. 그 할머니도, 어쩌면 엄마도 교회가 아니었다면 삶의 비참을 견딜 수 없었겠구나. 나는 할머니에게교회에 다니겠다는 약속 대신 "저도 예수를 믿어요"라고 대답했다. - P145

그때나 지금이나 시위를 할 때마다 쏟아지는 시선도, 욕설도 그대로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시위에 앞장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의머리카락과 눈썹이 하얗게 세었다는 점 정도다. - P156

‘저들에게 일어난 일은 결코 나에게로 넘어오지 않을 것이므로‘라는 문장 앞에서 나는 다시 승욱을 떠올린다. 자신을 ‘)‘라고 고백한 저자의 마음에 나를 겹쳐본다. 장애인 관련 분야는 ‘더는 새로운 기사가 나올 게없는‘ 레드오션이다. 아무리 장애를 ‘체험‘하고 또 해도결국 9의 자리에서 9의 시선으로 쓰게 될. 연민이나 동정에 호소하거나 애써 희망적인 이야기를 찾아 그나마
‘팔리는(읽히는)‘ 기사를 쓰면 다행이다. 쉬운 길이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이 검증된 그 길을 가거나, 그냥 대충 잊고 지낸다. 세상에는 정말 너무 많은 문제가 있고, 1의 세상은 어차피 잘 보이지 않으니까. - P159

당연한 말이지만 뉴스를 만드는 데는 돈과 노동과시간이 필요하다. 언론이 중요하다고,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유료로 구독하는 사람은 한 줌이다. ‘좋은 기사‘를 쓰면 반응하는 독자(시장)가 있다는믿음은 기자에게도 없다. 언론도 문제지만 독자도 이망가진 시스템의 일부라는 의미다. 같은 기사지만 종이로, 웹으로, 영상으로 보는 일은 모두 다른 경험이다. - P164

두 번째는 한 연구 결과다.(어떤 연구인지 주석이 달려있지는 않다.)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야근, 실제업무 효율과 무관한 ‘얼굴 비치는 시간‘을 강요할 경우창의력과 사고력이 감퇴하고 (…………) 이로 인해 회사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연구 결과‘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맞닥뜨릴 때의 슬픔이라니. - P184

하고 있지만 "관리자(갑)는 변화의 린치핀(대체 불가능한 핵심적인 존재)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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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정원은 잊게 만든다. 우리는 잊는다. 말과 우리 자신을,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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