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으로 차돌멩이로슬픈 노래 부르지 마라 - P215
그건 무엇이었을까. 내 속에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발사된 것은. - P218
누군가는 저렇게 빛나는 베일을 쓰고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저토록 날긋한 삼베를 수의처럼 덮고 죽는지도 모르지. 아니, 어쩌면그 여자는.....… 결혼할 때조차 저 삼베 거미줄을 쓰고 했는지도모르지. 어쩌면 나도… - P222
자다 가끔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날 때가 있다. 누구나 자기가한 일에 대해서는 최소한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그처참한 비열함이라든가 차디찬 무심함을 어느 정도 가공하기 마련인데, 나 또한 그렇게 했다. 경서와 내가 멀어지게 된 데 특별한이유나 계기는 없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당시 내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갔고 대학원이라는 접점이 없어지면서 우리는 자연히 멀어지게 되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번쩍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르면서, 그것들이 뜻밖의 별자리를 만들면서 정신은 깊은 어둠무지에서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났다. - P230
쭈박………… 쭈박…………어떤 신호가 반짝 켜진 것 같았다. - P231
눈을 감으면 환영처럼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가을 햇살이 하얗게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여자가 서 있다. 이마에 흘러내린 가느다란 머리카락 몇 올이 바람에 날리자 여자는 손을 들어 거칠게 이마를 훑는다. 빛 아래 단풍 같은 옷차림에도 여자는 누가 오랫동안 창고에 넣어두었다 꺼내놓은 기묘한 인형처럼 빛바랬다. 발밑에 드리운 짧고 짙은 그림자 때문에 그녀는더 스페셜한 오브제처럼 보인다. - P237
죽어 버릴까……… 죽어 버릴까…………나는 여자의 말투를 흉내낸 게 아니라 내 속에 오랫동안 고여있던 가래 같은 말을 내뱉은 것이다. 학대의 사슬 속에는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밖에 없다. 학대당한 자가 더 약한 존재에게 학대를 갚는 그 사슬을 끊으려면 단지 모음 하나만 바꾸면 된다. 비록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모음이라 해도. - P238
그런데 삼십 년이 더 지난 세월이 흘러 이제 내가 12월 3일이라는 또다른 왈츠의 날을 알아낸 것이다. 1월 23일 말고 12월 3일이라는 새로운 왈츠의 날도 있다고, 그러니까 왈츠의 날은 일 년에두 번 있는 셈이라고, - P239
기억이 나를 타인처럼, 관객처럼 만든 게 아니라 비로소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는 걸 아니까. - P242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든 들어와. 어디로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어디로든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어디로든 나갈 수가 없어. 어디로든………… (42쪽) - P2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