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김보통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듣는 사람이 일단 재미가있어야죠." 그가 이런 기사의 도입부를 본다면 잡지를 넘길 것 같다.
다시 써본다. - P9

그가 놀이에서 시작해 만화와 수필, 칼럼, 드라마, 연출까지 나아갔던 배경엔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쓰는 습관‘이 있다. 부담감을 갖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쓰는 것이다. - P10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전달할까, 이게 김보통의 고민이었다. - P11

<괴물>은 꽤 긴 시간 품고 있던 이야기였는데 판타지가없는 현실 베이스의 묵직한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제안에 있었고,
취재도 무척 재미있던 데다 ‘성인 실종‘이라는 소재를 알게 된 순간무조건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잡다하게 좋아하는 편이라, 집필당시의 갈증과 관심 가는 소재에 맞춰 이야기를 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P16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우리들의 블루스>로 이어지는 근작들을보면서 이야기가 전보다 따뜻하고 밝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내가 좀 밝아지고 가벼워졌어요. 그게 작품에 녹아나는 것 같아요. 글쓰는 것도 옛날보다 더 재밌고, 진지한 것과 무거운, 어두운 것과 진지한 것, 가벼운 것과 천박한 것을 혼돈한 시간이 길었어요. 이제는그 혼돈의 시기가 지났고요. 가벼움의 반대말은 무거움이구나. 진지함의 반대말은 천박일 수 있겠구나. 무거운 것은 진지한 게 아니구나. - P25

예뻐요, 그 마음이. 그렇게 본다면 나는 이야기꾼은 아니에요. 재벌드라마에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거 보면서 막 감탄해요. 엄청난 이야기꾼들이구나 하면서. (웃음) 나는 사라져가거나 빛을 잃어가는 것들에 현미경을 대고 그 순간을 자꾸만 보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 P27

아이 키우며 든 복잡한 마음, 화령에게 스며들어앞에 나온 장면은 박 작가가 자녀를 키우며 했던 고민을 녹여서 썼다. 심소군을 감싸는 중전의 대사도 육아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나는 내 아이 혼낼 수 있어도 남이 혼내는 건 못 참는 그런 복잡한 감정있잖아요. 우리 아이가 누구한테 혼나더라도 얼굴은 들고 살 수 있음했죠." - P29

"너무 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잘 안되더라고요. 공모전도 최종심에서자꾸 떨어지니까 ‘나는 한방이 없는가보다‘ 싶고요. 너무 많이 걸어왔으니까 돌아설 수도 없고...." - P31

언제나 이야기가 막힘없이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갈 땐 한없이 가지만, 막힐 땐 한없이 막혀요." 그럴 땐 잠깐 다른 이야기를 손에 쥔다. 그는 평소에도 작품을 동시에 서너편씩 굴리며 쓴다. "혹시 그중에 하나만 살아남더라도 나머지 작품에서 가져올 게 있거든요" - P31

제가 그런 이야길 좋아해서일 거예요. 책도 거의 미스터리, 스릴러 이쪽으로 편향해서 읽어요. 저는 역사물도 그렇고 모든 책이 미스터리없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일상물도 사소한 미스터리가 될수 있어요. 연애물도 사실은 ‘이 사람이 저 사람과 나중에 결혼할까‘
‘왜 좋아할까’ 궁금증이 있잖아요. 말씀하신 것도 있어요. 소소한 일상물을 다루는데 하나로 꿰지는 뭔가가 없다면 그냥 낱낱이 흩어진조각인 거잖아요. 그걸 꿰는 것을 미스터리로 삼죠. 주인공이 여럿이잖아요. 귀신은 도대체 누가 보나, 각자의 귀신은 무엇일까.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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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용으로 쓰는 휴게실은 문 없이 마당과곧장 연결되어 있었다.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휴게실벽을 따라 싸구려 향 냄새가 밴 앉은뱅이 소파들이늘어서 있었다. - P9

우붓에 애나 패서디나가 온대. - P14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쉽게 어울리고 쉽게 헤어졌다. 지금처럼 남을 의식할 필요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다. - P10

밤이 되면 플라스틱의자를 끌고 내 곁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기억 속에선명한 파티 같은 밤들. 나는 그게 그리웠다. - P13

저희 생각은 그래요. 현오가 말했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뒤섞는 건 자기애로 똘똘 뭉친 작가가 자신감이 없을 때 쓰는 마지막 카드라고요. - P19

"우리 기호랑 잘 맞겠네.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기호요? 그게 누군데요?"
"기집애처럼 생겨갖고 카메라 들고 다니는 놈 못봤어요?" - P23

현오의 깍듯한 태도는예의나 존중의 표현이라기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타인을 슬며시 밀어내는 기교에 더 가까웠다. - P29

"반장 형 말이 맞구나."
"뭐가요?"
"김재아 보통 사람 아니라고." - P40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작은실패를 맛보고 작은 성공으로 그것을 갈음하길 거듭하며 나이에 어울리는 포기와 체념을 얼굴에 새겼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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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전달할까, 이게 김보통의 고민이었다. 이를테면 웹툰 <아만자>는 암 환자도, 환자가 아닌 사람도 암 환자를 다룬만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건 어두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었다. 파스텔 톤으로 그림을 그렸다. 대사는 짧고 여운이 남게 썼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최적의 형태가 뭘지 나름 판단했던 것 같아요." - P11

‘좀더 다녀볼까‘라는 생각을 한 건 대리로 진급하고 바뀐 연봉을 봤을 때다. 대기업 영업직으로 입사해 점심 저녁으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접대가 일상이었다. 몸도 마음도 이미 지쳤지만, 확뛰어오른 연봉에 잠시 다른 생각을 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쯤 하자.‘ 그렇게 2013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 P9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입산금지래. 백록담 못 가. 백록담은 저기 저기가면 사슴도 오고 노루도 와서 거기서 물 먹고 그래. 보이나? 나중에눈 말고 꽃 피면 오자, 엄마랑 나랑 둘이. 내가 데리고 올게. 꼭."(〈우리들의 블루스) - P23

노희경 작가의 팬인 후배 기자도 인터뷰에 동석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후배를 본 그는 "이쪽에 와서 들어요. 거기선 잘 들리지도 않을 텐데. 지금 기운 없어서 목소리도 작은데"라며 먼저 사람을 챙겼다. 요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내심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나간 인터뷰 자리였지만 ‘스타 작가‘가 건넨 배려에 걱정도 긴장도 녹아내렸다. - P27

그는 요새도 드라마 소재를 찾으러 대중교통이나 찜질방 등을 자주찾는다. "전철을 타서 칸을 옮겨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요. 찜질방 가서 삼삼오오 음료수 마시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해요.
<슈룹>의 태소용(김가은)처럼 귀엽고 통통 튀는 인물을 만들 때는 카페에 가서 사람들 화법을 듣기도 합니다. 제 지인과 상상력은 한정돼있으니까요." - P31

박연선 작가는 ‘팬덤‘으로 불리는 작가다. 17년 전 손예진, 감우성 주.
연의 드라마 <연애시대> 명대사는 아직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된다. 폭설로 고립된 명문고 학생들이 의문의
‘자살 예고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하는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휴스턴국제영화제 TV시리즈 가족 ·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았다.
요즘도 대본집과 DVD가 중고시장에서 거래된다. <청춘시대>는 시청률이 높지 않았는데도 <청춘시대2>까지 제작됐다. 마니아층이 없는작가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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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헌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를 떠올렸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글쓰기라는 게 혼자 하는 일- 이 아닌 것 같다. 내 질문에 대답해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성하는 게 글쓰기 같다. 그러므로 생소한 얼굴들에 대한 궁금함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런 당신이 되었냐는 질문을 멈추지않고 싶다. - P138

방송을 하다가 너무 좋은 말이 나오면 후배를 바라봐. 그리고 이렇게 물어봐. "너도 들었어?" 그럼 후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그때는 정말그것으로 족해. 그럴 수 있기를 바라. 아주 깊게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아주 깊게 들을 수만있다면, 아주 깊게 말할 수만 있다면….1414.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56 면 - P142

그 일을 같이 겪지 않았지만 인숙 씨의 이웃처럼그 얘기를 전한다. 이때의 나는 아무도 아닌 동시에여러 명이다.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다른 이의 이야기가 내 얘기처럼 외워진다. 남의 이야기들로 내가 가득찬다. 나는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채우고 싶다. 나 아닌 얼굴들을 독자의 마음속에 그리고 싶다. 그건 계속해서 깊게 듣고 싶다는 의미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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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소 퍼즐을 생각해보자. - P31

이 내면의 검열관은 나를 멈추게 하려고 한다. - P27

그 힘을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파도 타는 법을 배우고싶다. 우리는 거친 파도를 견디는 법을 배우고 싶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는 가치가 있는 전부는 그 안에 들어있으니까. - P25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어슴푸레한빛이 스스로 당신의 글감이라고 공표하는 일은 드물지만, 마법은 일어난다. 이순간을 무시하면 글을 쓰는 당신은 위험해진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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