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헌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를 떠올렸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글쓰기라는 게 혼자 하는 일- 이 아닌 것 같다. 내 질문에 대답해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성하는 게 글쓰기 같다. 그러므로 생소한 얼굴들에 대한 궁금함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런 당신이 되었냐는 질문을 멈추지않고 싶다. - P138
방송을 하다가 너무 좋은 말이 나오면 후배를 바라봐. 그리고 이렇게 물어봐. "너도 들었어?" 그럼 후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그때는 정말그것으로 족해. 그럴 수 있기를 바라. 아주 깊게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아주 깊게 들을 수만있다면, 아주 깊게 말할 수만 있다면….1414.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56 면 - P142
그 일을 같이 겪지 않았지만 인숙 씨의 이웃처럼그 얘기를 전한다. 이때의 나는 아무도 아닌 동시에여러 명이다.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다른 이의 이야기가 내 얘기처럼 외워진다. 남의 이야기들로 내가 가득찬다. 나는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채우고 싶다. 나 아닌 얼굴들을 독자의 마음속에 그리고 싶다. 그건 계속해서 깊게 듣고 싶다는 의미다. -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