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용으로 쓰는 휴게실은 문 없이 마당과곧장 연결되어 있었다.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휴게실벽을 따라 싸구려 향 냄새가 밴 앉은뱅이 소파들이늘어서 있었다. - P9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쉽게 어울리고 쉽게 헤어졌다. 지금처럼 남을 의식할 필요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다. - P10
밤이 되면 플라스틱의자를 끌고 내 곁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기억 속에선명한 파티 같은 밤들. 나는 그게 그리웠다. - P13
저희 생각은 그래요. 현오가 말했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뒤섞는 건 자기애로 똘똘 뭉친 작가가 자신감이 없을 때 쓰는 마지막 카드라고요. - P19
"우리 기호랑 잘 맞겠네.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기호요? 그게 누군데요?" "기집애처럼 생겨갖고 카메라 들고 다니는 놈 못봤어요?" - P23
현오의 깍듯한 태도는예의나 존중의 표현이라기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타인을 슬며시 밀어내는 기교에 더 가까웠다. - P29
"반장 형 말이 맞구나." "뭐가요?" "김재아 보통 사람 아니라고." - P40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작은실패를 맛보고 작은 성공으로 그것을 갈음하길 거듭하며 나이에 어울리는 포기와 체념을 얼굴에 새겼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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