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고 나자 경안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들을 만나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혜련이 왜 자기가 결혼하지 않았을 줄 알았다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경안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피웠다. 그들이 이렇게 제멋대로인 게 불쾌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했다. 어쨌든, 하고 경안은 담배를 눌러 껐다. 셋의 만남은 자기손을 떠난 문제였다. - P184

그들은 여전히 예쁘고 늘씬했다. 혜련은 세트를 만 길고 풍성한까만 머리에 흑백 바둑판무늬 재킷을 입고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슬림한 흰 반바지에 발목까지 둘둘 감기는 검정 가죽끈 샌들을 신었다. 선미는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에 차이나칼라의 은회색 블라우스를 입고 진회색 플레어스커트에 회색 구두를 신었다. 둘 다 키는 예전부터 컸으니 말할 것도 없고, 혜련은 한눈에도더 아름다워진 게 느껴졌고 선미는 귀엽던 태를 벗고 우아해졌다. - P187

그냥이 어딨냐 말이야, 그냥이? 수학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천지에 그냥이 어딨냐 말이야, 그냥이?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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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날까지 도전하기를 - P36

노년은 전통적으로 속도와 대비되었다. 노년은 느릿하게 걷고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숙고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실은 이시기에도 시간이 쏜살같고 하루하루가 카드로 지은 집처럼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반년, 한 달, 한 주 단위로 헤아리고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노년은 ‘느려지는 가속‘이라는 역설일 것이다. - P37

우리에게 생년월일을 지정해주는 것은 행정 서류다. 나이는생물학적 현실에 기댄 사회적 관습이다. 관습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 물론, 결국 우리는 쓰러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패배를 내면화하지 않는 것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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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내가 그 등허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걸 알아차렸다. - P94

"마흔이 훌쩍 넘었던 건 분명한데, 마흔여섯쯤이었는지 마흔여덟쯤이었는지." - P96

질병이 다른 만큼 수환과 영경은 담당의도 각기 달랐다. 그러나두 의사가 한결같이 주장하건대 ‘알류 커플‘은 급작스럽게 악화될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질환을 앓는 환자군에 속했다. 그래서 그들부부는 요양원 별채가 아닌, 중증환자들을 위한 본관 병동의 숙소에 입주해 있었다. - P22

"가는 거야?"
"아니"
"그럼 안가?" - P25

그래, 생태습지 졸음쉼터라는 게 다 있단다. 야, 저기네! 저기 차세워놓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뭔가 몸이 팍팍 좋아질 것 같지 않냐?
글쎄 몸이 팍팍 좋아질지는 모르겠고 차에 녹이 팍팍 슬긴 할 것같은데. - P51

교활한 것들. - P55

저게 통이 아니고, 주란이 말했다.
통이 아니야?
비닐 말아놓은 거잖아. - P54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고. - P65

"옮을까요?"
문정이 속삭이듯 물었다.
"옳지 않을 거예요."
관희가 말했다. - P135

"그건...... 안 좋아요."
누구한테요, 하고 물으려다 문정은 그만두었다. - P134

"그런 지경이면 소설보다 시가 더 낫지 않나?" - P151

"8대 8, 동점입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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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씨인가요?"
"네."
"반갑습니다." - P146

아무튼 위현의 나이와 외모에 대한 그녀의 상상은 일찌감치 어긋난데다 혹시 시인이 아닐까 했던 예측마저 보기 좋게 빗나가고말았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 컵에 소주를 다시 붓고, 어떻게 소설가 이름이 위현일 수 있는가, 원망하듯 생각했다. - P148

"그런 지경이면 소설보다 시가 더 낫지 않나?" - P151

"8대8, 동점입니다!" - P155

그가 얘기하는 동안 호로로록 하는 새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언제부턴가 자기 자신을 ‘저‘가 아닌 ‘나‘로 칭하는 걸느꼈고 그것만으로도 그와의 거리가 좁혀진 듯한 느낌이 들어 기뺐다. - P171

"이를테면 이 정도 전작을 한 후에 위스키를 마시게 되면 말입니다."
그가 얼음을 채운 잔을 살짝 흔들었다.
"매초 매초 알코올의 메시아가 들어오는 게 느껴집니다." - P172

그가 물었다.
"강도처럼 내게서 차분한 체념과 적요를 빼앗으려는 당신은 누굽니까? 은은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면서 내 곁을 맴돌고 내 뒤를따르는, 새파랗게 젊은 주정뱅이 아가씨는 대체 누굽니까?"
놀란 그녀가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신도 없는데 이런 나쁜 친절은 어디서 온 겁니까?"
그리고 그는 무엇을 기다리는 듯 아니면 뭔가를 음미하는 듯 잠시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 P173

그 만남이 행인지 불행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불행은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감지되고 어떤 불행은 지독한 원시의 눈으로만 볼 수 있으며 또 어떤 불행은 어느 각도와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불행은 눈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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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조 나누자며, 제비를 뽑아야 나누지. - P103

천사는 관계에서 태어나처음 시놉시스를 보여주던 날 항아는 말했다. - P106

응. 그래도 난 굴하지 않고 계속 애써야 하는 거잖아. 그렇지?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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