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사레가 들렸고, 내 기침 소리에 놀란 학생들이나를 쳐다보았고, 이모가 주방에서 칼을 든 채 뛰어나왔다. 그런 이모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웃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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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진이 살아 있던 시절, "또 아침이야? 지겨워 죽겠네"라고 말하며 잠에서 깨어날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곤 했다. - P51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 앞으로 가서 그 나무를 바라보세요. - P54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의 삶을 혈연들이나 가질 수 있는 유대감으로 연결시키는 일에 우리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나는 아교 역할을 하는 그런 끈끈한 감정이 없이도 유지되는 우리의 관계에 자부심을 느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동료 인간으로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했다. 시간이지날수록 나는 그를 깊이 사랑했고, 그 관계에 만족했다. - P61

"그건 오므라이스야."
"겨우 오므라이스? 하지만 맛있겠다." - P65

"찾기 위해서죠. 지금 이 순간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무엇인가를 지금 여기에서 그걸 찾아야 해요. 그게 내가기시감, 신맛,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나의 가설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몇 번이나 이 하루를 다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P79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지 인생에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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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년 전 아침, 부엌 식탁에서 사과를 깎는데 곁에서커피를 내리던 헌수가 러브 허츠Love Hurts」를 틀었다.
-어? 나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 P9

-어른이네.
어른이지. - P10

외국어로 대화할 때면 늘 그러듯 나는 내가 하고 싶은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냥 알아. - P13

‘평안하시라‘는 혹은 ‘평안하시냐‘는 뜻. - P46

그날, 통화가 끝난 뒤에도 병실 복도에 한참 서 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 나는 헌수도 없고,
엄마도 없고, ‘다음 단계‘를 꿈꾸던 젊은 나도 없는 이 방에서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정말 많이 배웠어‘란 가사의 노래를 듣는다. 보다 정확히는 네가 아닌 너의 부재로부터 무언가 배웠다고. 그런데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지금은 그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쪽에서 먼저 원곡 위에 ‘안녕‘이란 한국어를 덧씌워 부른다고. 우리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있고 아마 나는 그걸 네게서 배운 것 같다고. - P45

I learned from you, I really learned a lot, reallylearned a lot.....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정말 많이 배웠어. - P40

물론 외국어로 말할 때 장점도 있었다. 체지방을 줄인 담백한 몸처럼 한정된 어휘가 만드는 문장만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그 간극에서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다. - P27

나는 뭐라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마나 한 말‘을 최대한 진심 어리게 하는 것도 어른의 화법일 텐데, 누군가의 부고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가진 표현의 한계와 상투성에 어쩔 줄 몰라했다. 상투성이 뭐 어때서. 세상에 삶만큼 죽음만큼 상투적인 게또 어디 있다고. 그 ‘반복‘의 무게에 머리 숙이는 게 결국예의 아니던가. 그런데 그날 로버트는 웬일인지 지나가듯사적인 이야기를 내게 털어놨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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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넘어질 것 같을 땐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 - P19

아침이 되면 아침이 되고사람들은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다 - P20

아빠 이야기를 해버렸어요 그렇구나 결국 아빠 때문이었구나 내가 책이라면 사람들이 여기서 책장을 덮겠죠 - P24

여름이 죽었다. - P32

이게 마지막 복숭아여. 다음주만 돼도 못 먹어.
과일 파는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셔서 홀린 듯이 샀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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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말과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데지쳤다. 무엇이든 다 말해버리고 싶고,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가않다. 그러나 무엇이든 다 말하려다가도 문득 입을 다물게 되는순간이 있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다가도 불쑥 말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어떻게든 말하게 될 것 같고, 어떻게든말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막막하다. 너무 좁은 방에서 너무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싶다. 잠깐이더라도 마음에 드는 배치를발견하고 싶다.

나는천국에 갈 것이고 이 시도 파쇄기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시를 쓸 것이다.
많이 쓸 것이다. - P12

세련된 시집에는 빛이 너무 많이 나와서 눈이 멀 것 같았다 - P17

그 사람이 괜찮다는 말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용서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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