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년 전 아침, 부엌 식탁에서 사과를 깎는데 곁에서커피를 내리던 헌수가 러브 허츠Love Hurts」를 틀었다. -어? 나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 P9
외국어로 대화할 때면 늘 그러듯 나는 내가 하고 싶은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냥 알아. - P13
‘평안하시라‘는 혹은 ‘평안하시냐‘는 뜻. - P46
그날, 통화가 끝난 뒤에도 병실 복도에 한참 서 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 나는 헌수도 없고, 엄마도 없고, ‘다음 단계‘를 꿈꾸던 젊은 나도 없는 이 방에서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정말 많이 배웠어‘란 가사의 노래를 듣는다. 보다 정확히는 네가 아닌 너의 부재로부터 무언가 배웠다고. 그런데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지금은 그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쪽에서 먼저 원곡 위에 ‘안녕‘이란 한국어를 덧씌워 부른다고. 우리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있고 아마 나는 그걸 네게서 배운 것 같다고. - P45
I learned from you, I really learned a lot, reallylearned a lot.....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정말 많이 배웠어. - P40
물론 외국어로 말할 때 장점도 있었다. 체지방을 줄인 담백한 몸처럼 한정된 어휘가 만드는 문장만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그 간극에서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다. - P27
나는 뭐라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마나 한 말‘을 최대한 진심 어리게 하는 것도 어른의 화법일 텐데, 누군가의 부고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가진 표현의 한계와 상투성에 어쩔 줄 몰라했다. 상투성이 뭐 어때서. 세상에 삶만큼 죽음만큼 상투적인 게또 어디 있다고. 그 ‘반복‘의 무게에 머리 숙이는 게 결국예의 아니던가. 그런데 그날 로버트는 웬일인지 지나가듯사적인 이야기를 내게 털어놨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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