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햄버거, 우유 같은 상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어떻게 하나요?
어떡하긴. 모두 버린다. 편의점 점주들은 그것을 ‘폐기 났다’고 말한다. - P138

한때는 "먹는 것 버리면 벌 받는다." 하면서 요구르트 하나라도 빠뜨릴라 바리바리 가방에 담아챙겨 가더니, 어느 순간부터 포장을 거칠게 뜯어음식물 쓰레기통에 휙 던져버리더라. 바로 그 순간이 ‘편의점 인간‘이 되어가는 시작점이자 열정적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종착역이다. 상품에 감정이 없어지고 폐기에 무감각해진다. - P140

누군들 눈물 젖은 밥이 없을까. 오늘도 누구는삼각김밥 한 귀퉁이를 서둘러 베어 물고, 누구는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을 버리지 못해 챙겨 가고,
누구는 폐기 처리된 삼각김밥을 먹으며 시급 만원이 채 되지 않는 편의점 알바로 하루를 버티고, 누구는 삼각김밥으로 만든 어설픈 참치죽을 먹고 일터로 향한다.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 P146

이제 편의점 10년 차 점주가 되었지만 여전히봉달호 씨의 하루 세끼 주식은 폐기 식품이다. - P156

● 2021년 7월부터 GS25가 새로운 서비스를이작했습니다. 안 팔려서 남은 삼각김밥과 도시락등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내놓을 수 있도록 업무 협약을 맺은 것입니다. 신박하군요. CU와세븐일레븐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구인다워지네요 - P170

기회가 닿은 김에 말하자면, ‘이런 것은 좀 삼가 주셨으면‘ 하는 편의점 에티켓이 있다. 상품을집어던지듯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분들이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놓으면 될 텐데 유독 그러는 손님이있다. 탁탁 집어던진다. 삼각김밥인 나는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비록 1,200원짜리 삼각김밥이지만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편의점 근무자 입장에서도 ‘이 양반이 왜 이러나?‘
싶은 심정일 게다. 신용카드나 동전도 그런 식으로툭툭 던진다. 유독 말이 짧아 "어이, 계산!" 하거나
"담배 하나 줘!" 하는 손님도 있다. 편의점 계산대에 이런 문구를 붙여놓은 점포도 많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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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야 살겠더라고요."
그들은 그렇게 재난을 묻었다. - P96

오래전 나는 실제 리프트 추락사고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사고를 당한 이는 내가 야학에서 한글을 가르치던 학생이었다.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치고 서울역에서 리프트를 타던 그를 동료가 우연히 촬영하던 중에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전동휠체어에 짓눌리며 시멘트 계단에 머리를 부딪쳐 두개골에 금이가는 중상을 입었다. 무엇보다 섬뜩했던 건 그날 그 리프트를 탄 것이 그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장애인들만의 폭탄 돌리기 같았다. 그가 사고를 당한 것도, 그가 살아남은 것도 그저 우연처럼 보였다. - P147

"만날 변호사 끼고 살면서 그런 것 하나 해결 못해줍니까?" - P153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그는 이 유서를 사람들이 잘 발견할 수 있도록 망원유수지의 정자에 놓아두었다. - P163

죽음이 문간에서 아귀를 벌린 채 기다리던 시대에 애도는 금지되었다. 아버지는 당신이 배운 대로 딸을 보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학습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그날 아침 아무런 준비도 없이 28년을 함께 살았던 언니와무참히 이별하고 말았다. - P173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야학 교사가 말했다. ‘방법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석 달이 걸렸다. 그 말은 새삼스럽게 뼈아팠다. 방법이 있었다면 어떤 부모가 자식을 시설에 보냈을까. 방법이 단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도죽기를 기도했을까. - P199

나는 빠르게 인간의 마음을 이해했다. - P203

"누구나 한번씩 그런 때가 오잖아요. 스스로 다짐할 때.
자기 변화가 올 때."
그는 곧바로 학원에 찾아가 운전연습을 했고 마침내 차를 끌고 도로로 나왔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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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마를 입고 내내 책만 들여다보는 동거인이지만 밖에 나가면 제법 번듯한 진행자이고 작가 선생님이다. 번듯함의 뒤편에는 준비물을 잘 빠뜨리고 약속 시간을 헛갈리고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있다. 그 간극은 매끄럽게 사회생활을 하는 듯 보이는 누구에게나 실상 존재하는 이격이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만 들키는 작은 틈일 것이다. - P231

다가올 50대에 나는어떤 차를 원하고 또 선택하게 될까? 더 크고 더 비싼 차라면 도로 위에서 나를 ‘김 여사‘로 깎아 내릴 준비가 된 무례한 운전자들로부터 갑옷처럼 지켜줄까? 생산과 주행 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지가 중요한 고려 조건이 될것 같다. 분명한 건 자동차가 현대인에게 움직이는 ‘자기만의 방‘이라는 점이다. 좋은 차는 여자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의 힘으로, - P241

‘정상가족‘이라는 단어가 그때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 나는 그가 자기 삶을 비교할 대상이 나 같은 싱글이 아닌, 자신의 남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 셋을 낳아 키운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남성이 있던가? 애가 셋이라고 9개월 동안 혼자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빠가 있던가?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들이 개인 커리어에서 바꾸고 희생하는 부분이 뭐지? 가정의 ‘정상성‘이란 왜 늘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만들어질까?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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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을 먹다가 포장지에 적힌 ‘참치마요‘를 보고눈물이 터졌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참치마요’를 ‘참지마요‘로 잘못 읽은 거겠지요. 몇몇은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다며 웃었지만, 저는 왠지 마음이 아렸습니다. 꾹꾹 참아온눈물이 슬픈 오독을 만들어낸 것 같았거든요. 지금도 어디에선가 설움을 삼키며 눈물 젖은 밥을 먹고 있을 당신에게, 조그만 삼각김밥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 P30

‘편의점‘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단연 삼각김밥.
간판은 편의점인데 삼각김밥을 팔지 않으면 도대체 편의점 같지 않고, 삼각김밥이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닌데 삼각김밥이 있으면 ‘여기가 편의점인가?‘ 둘러보게 된다. ‘그곳’에 꼭 있어야만 하는 ‘그것‘의 대명사, 삼각김밥. 그래서 편의점 점주에게삼각김밥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존재이기도하다. 편의점 매출 가운데 삼각김밥이 가장 높은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없으면 편의점이 아니니까. 편의점이 없으면 내가 성립하지않으니까. - P16

"편의점에서 오니기리를 팔아보는 게 어떨까요?"라고 가장 먼저 제안했던 그 ‘웃기는 녀석’ 말이다. 나중에 편의점 기업의 사장이 되었다. 일본세븐일레븐. 그가 사장이 되고 나서 일본 세븐일레븐은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다 급기야 미국 본사까지 인수해버렸다. ‘웃기는 녀석’은 세계적 그룹의총수가 되었다. 세상일, 사람 일, 김밥 일, 이거 아무도 모르는 거다. - P32

● 삼각김밥 꼭짓점에 있는 절취선을 잡고 세로로 갈라내는 방식의 포장지를 ‘타테와리(tTh5. 세로 분할) 필름‘이라 합니다. 비닐 포장 안에 든김이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방식은 ‘패러슈트(parachute)‘ 방식이라 부른다네요. 배낭에서 낙하산이 쫙 펼쳐지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중앙을 분리하는 방식을 ‘센터 커트 (centercut)‘라고 부릅니다.
아, 이런 건 너무 전문 지식이야! - P38

지금 제가 속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삼각김밥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치마요, 베이컨참치마요, 전주비빔, 소고기전주비빔, 떡갈비전주비빔, 소불고기, 바싹불고기,
고추장불고기,닭갈비, 치즈닭갈비볶음, 스팸김치볶음, 스팸달걀볶음, 스팸참치김치볶음, 붉은대게딱지장, 모짜콘치즈, 짜장&돼지고기, 카레&깍두기,
장조림버터 - P52

갈수록 가능성이나 잠재력이 아니라 눈앞에보이는 통계와 실적이 중시되는 세상이 되어간다.
껄끄러운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아니라 AI가 결정하는 걸 어쩌겠어요!"라고 핑계 대기 좋은 세상이되고 있다. 이러다 ‘오늘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면 성공할까?‘에 대한 확률도 AI가 결정해주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인간들의 세상은 삼각김밥만큼촉촉하지도, 다양한 속살을 갖고 있지도 않다. - P64

턴을 넘긴다. 세상 편의점은 그렇게 주택가 직장가-유흥가로 트라이앵글 이어달리기를 한다. 주말에는 주택가-로드사이드(자동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변)-관광지 편의점으로 새로운 트라이앵글을 이룬다. - P72

게다가 응용력 뛰어난 아이들도 ‘너어무’ 많다.
불닭볶음면에 스트링치즈를 길게 찢어 넣는 것은기본. 거기에 우유를 붓는 아이도 있고 시큼한 맛을 낸다고 요구르트를 살짝 붓는 아이도 있다. 삼각김밥 포장을 완전히 벗겨 김을 잘게 부숴 라면위에 솔솔 뿌리는 조리사 초등학생도 있고, 극강의매운맛을 낸다고 어디서 들고 왔는지 액상수프를하나 더 넣는 살림꾼 중학생도 있으며, 구운 달걀을 다져 넣는 미식가 고등학생도 있다. 아이고, 편의점 전문 백종원 선생님 탄생하시겠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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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대에는 언제나 오늘의 철학책이 필요하다. 과거에 쓰인 철학책들은 말투도 주제도 어딘가 고루해보인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 책들은 그 시대의 관심사에 따라 철학적 개념을 창조하고 조직하고 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눈으로 보면 관심사도 철학적 개념의 구성 방식도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 P10

하나의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철학은 영원한 것,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지 시대적인 것, 유동적인 것을 탐구하지는 않는다는 의문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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